[취재파일] 펄펄 끓는 지구촌…이유는?

안영인 기자 youngin@sbs.co.kr

작성 2019.07.07 09:57 수정 2019.07.07 18:3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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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부터 유럽, 한반도까지 지구촌 곳곳이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4일 미국 알래스카 주 앵커리지의 기온은 32.2℃까지 올라갔다. 1952년 알래스카에서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고 기온이다. 지금까지 알래스카 지역의 최고 기온은 29.4℃로 지난 1969년 6월 14일 기록됐다. 7월 4일 앵커리지의 평년 최고 기온이 18.3℃ 것과 비교하면 평년보다 13.9℃나 높은 이상 고온이다.

예상치 못한 이상 고온으로 알래스카는 몸살을 앓고 있다. 알래스카의 80% 이상을 덮고 있는 영구동토층이 녹을 경우 메탄(CH4)이 방출되면서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고 야생동물의 서식지 또한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알래스카 사람들의 육상 이동 경로인 얼어붙은 강이 녹을 경우 차량 이동과 물류 수송에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유럽은 6월 하순부터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프랑스 남동부의 갈라르그 르 몽퇴의 경우 지난달 28일 관측사상 가장 높은 45.9℃까지 올라갔고 독일 코셴 지역도 지난달 29일 38.6℃까지 올라가면서 독일의 6월 역대 최고 기온을 갈아치웠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5일과 6일 폭염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5일 서울의 기온은 35℃까지 올라갔고 6일에는 36.1℃까지 수은주가 치솟았다. 7월 상순 기온으로는 1939년 이후 80년 만에 최고 기온이다. 지금까지 서울의 7월 상순 최고 기온은 1939년 7월 9일에 기록된 36.8℃다. 80년 만의 7월 상순 폭염인 것이다.

● 알래스카 폭염과 한반도 폭염은 성격이 다르다

이렇게 지구촌 곳곳에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지상에서 약 5.5km 상공(500hPa, 헥토파스칼)의 대기 상태[지오포텐셜 고도, geopotential height]를 살펴보면 지구촌의 전반적인 폭염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아래 그림 참조).
<그림> 북반구 500hPa 지오포텐셜 고도(6.27~7.3일 평균, 자료: 미국기상청/기상청)붉은색으로 표시된 지역은 평년보다 고도가 높은 지역으로 그 지역 상공의 온도가 평년보다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푸른색으로 표시된 지역은 평년보다 고도가 낮은 지역으로 그 지역 상공의 온도가 평년보다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에서 보면 현재 북극과 알래스카, 서유럽과 우랄 산맥 부근이 붉은색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북극과 알래스카 지역이 짙은 붉은색을 띠고 있다. 모두 이상 고온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역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지역과 일부 북유럽과 동유럽 지역 상공은 푸른색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지역 상공에는 평년과 달리 찬 공기가 머물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알래스카나 서유럽에서 나타나는 폭염은 지상부터 상층까지 뜨거운 공기 기둥이 머물면서 나타나는 이른바 '열돔(heat dome)' 형태의 폭염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은 지상에서는 폭염이 나타나지만 상층에는 지상과 달리 찬 공기가 머물고 있는 형태다. 보통 열돔 형태의 폭염은 강도가 매우 강하고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에 동아시아 지역에 나타나는 폭염은 열돔 형태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약하고 기간도 길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상층에는 찬 공기가 있는 만큼 밤낮없이 푹푹 찌는 폭염과도 다르다. 현재 우리나라에 나타나는 폭염은 상대적으로 약하고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역대 최고의 폭염으로 기록된 2018년 폭염은 열돔 형태의 폭염이었다.

● 1차 원인은 '우랄 블로킹'과 '알래스카 블로킹'

한 가지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알래스카 지역과 우랄 산맥 부근에 있는 블로킹(blocking, 저지 고기압)이다. 현재 알래스카 지역과 우랄 산맥 부근에는 주변보다 고도가 높은 거대한 기압능(고기압 마루)이 자리 잡고 있다. 고도가 높은 만큼 고온 현상이 나타나지만 문제는 이 두 거대한 기압능이 북반구의 정상적인 대기 흐름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우랄 블로킹'과 '알래스카 블로킹'이다. 보통의 경우 북반구 상층의 대기 흐름은 위도에 평행하게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른다. 하지만 거대한 블로킹이 흐름을 막아서게 되면 공기가 위도에 평행하게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지 못하고 남북방향으로 심하게 굽이치게 된다.

공기 흐름이 남북방향으로 굽이치게 되면 북극 지역의 찬 공기가 중위도로 쏟아져 내려오기도 하고 중위도 지역의 따뜻한 공기가 극 지역으로 올라가기도 한다. 결국 현재 알래스카 지역과 우랄산맥 부근은 중위도 지역의 따뜻한 공기가 북쪽으로 올라간 상황이고 동아시아 지역은 북극의 찬 공기가 중위도 지역으로 쏟아져 내린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정상적인 공기의 흐름을 막고 선 채 시계방향으로 회전하고 있는 우랄 블로킹과 알래스카 블로킹이 북극의 찬 공기를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으로 끌어내리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우랄 블로킹과 알래스카 블로킹이 하루 이틀 사이에 약해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통 거대한 블로킹이 발생하면 몇주에서 길게는 한 달 이상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번 알래스카 블로킹이나 우랄 블로킹도 6월 초부터 발달을 시작한 것으로 기상청은 분석하고 있다. 올여름 장마가 평년보다 늦어진 것도 또 장마전선이 제때에 북상하지 못해 마른 장마가 이어지는 것도 모두 이 두 블로킹이 한반도 지역으로 끌어내린 찬 공기가 무더운 북태평양 고기압과 장마전선을 북상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기상청은 보고 있다.

기상청은 앞으로 적어도 열흘 정도는 블로킹이 세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한반도 상공을 덮고 있는 찬 공기의 세력이 일시적으로 약해지는 틈을 타 장마전선이 북상해 비를 뿌릴 가능성은 있지만 찬 공기와 블로킹이 근본적으로 약해지지 않는 한, 장마전선이 중부지방까지 북상하고 또 요즘 같은 불볕더위가 아니라 찜통 같은 폭염과 열대야가 나타날 가능성은 당분간 크지 않다는 뜻이다.

기상청은 오는 10일과 11일쯤 장마전선이 일시적으로 북상해 비를 뿌린 뒤 다시 남쪽으로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장마전선이 내려간 뒤에는 기온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당분간은 기록적인 폭염도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기상청은 이르면 이달 중순 후반에나 한반도 상공 찬 공기의 세력이 약해지면서 장마전선이 중부지방까지 북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망이 쉽지는 않지만 예상대로 만약 장마가 예년과 비슷한 7월 하순에 끝난다면 올여름 장마는 길이도 짧고 비도 적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 근본적인 원인은 지구온난화와 그에 따른 북극 고온 현상

지구촌 곳곳에 기록적인 폭염이 나타나고 우랄 블로킹과 알래스카 블로킹이 강하게 발달하고 동아시아 지역으로 북극의 찬 공기가 쏟아져 내리는 근본적인 원인은 지구온난화와 그에 따른 기후변화, 북극의 고온 현상과 관련이 큰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북극의 기온이 올라갈수록 해빙(海氷, sea ice)은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 녹게 된다. 해빙이 많이 녹으면 녹을수록 태양 에너지를 더 많이 받아들이게 되고 결과적으로 기온은 더 올라가게 된다. 북극의 기온이 크게 올라갈수록 상층의 강풍대인 제트기류는 약해지고 북반구 공기 흐름은 남북방향으로 더욱 심하게 굽이치게 된다. 지구촌 어느 지역에는 기록적인 폭염이 나타나고 반대로 어느 지역에는 이상 저온 같은 기상 이변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될수록 이런 기상 이변은 지금보다 더 잦아지고 일상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