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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소문이 사실로…'약물 디자이너' 등장에 긴장하는 KBO

[취재파일] 소문이 사실로…'약물 디자이너' 등장에 긴장하는 KBO
소문이 사실이었습니다. 도핑 테스트에 걸리지 않게 약물을 디자인하는 이른바 '약물 디자이너'가 실제로 존재했습니다. 프로 스포츠계 특히 약물로 곤욕을 치러온 KBO의 걱정과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식약처는 최근 스테로이드 약물을 제조하고 유통한 혐의로 전직 프로야구 선수 이 모 씨를 비롯해 관계된 20여 명을 입건했습니다. 이 가운데 이 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유소년 야구 교실에서 수강생을 대상으로 스테로이드 약물을 불법 투여한 혐의(약사법 위반)로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 씨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약을 맞으면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취지로 약물 투약을 권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 식약처가 해당 야구 교실에서 수강한 학생 7명을 대상으로 도핑테스트를 실시했는데, 청소년 2명에게서 양성 반응이 나와 충격을 줬습니다. 나머지 5명은 검사가 진행 중입니다. 이 씨는 학생들에게 아나볼릭스테로이드를 투약했는데, 황소의 고환에서 추출·합성한 남성 스테로이드(테스토스테론)의 한 형태입니다. 세포 내 단백 합성을 촉진해 근육의 성장과 발달을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남용 시 갑상선 기능 저하, 성 기능 장애, 간 수치 상승, 불임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씨는 스테로이드 약물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디자이너'로 불리는 관계자와 모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수강생에게 1회당 300만 원씩 받고 약물을 투여하면서 챙긴 금액은 1억 6천만 원에 달합니다.

주목할 내용은 '디자이너'의 실체가 드러났다는 점입니다.

3~4년 전 야구계에서는 도핑에 걸리지 않는 약물을 제조하는 '디자이너'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활동한다는 소문이 퍼진 적이 있습니다. 소문의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었는데, 디자이너가 도핑 검사 시기를 예측해 약물의 반감기를 조절해 양성 반응을 피하는 수법을 쓴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KBO리그는 타고투저가 절정에 이르고 있어서 기량이 급격히 오른 선수들이 의혹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적발된 '디자이너'는 보디빌더 분야 관련 종사자로 알려졌습니다.

KBO는 디자이너의 검거 소식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KBO 관계자는 "소문으로만 들었던 디자이너가 실제 검거됐다는 소식에 놀랐다"며 "디자이너가 만든 약물이 KBO리그에 들어와 있다면 정말 큰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KBO리그는 지난 2007년 도핑 테스트를 도입했습니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에서 도핑 테스트를 주관하고 있는데 절차와 시기, 대상 선수의 숫자는 보안으로 알려지지 않습니다.

KBO 관계자는 "우리도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1군 선수라면 최소 1년에 한 번은 도핑 테스트를 받는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1군 27명, 10개 구단이면 270명인데 1년에 최소 한 번은 받을 확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표적 검사와 무작위 검사를 실시하며 방법은 소변 검사와 혈액 검사로 진행한다. 퓨처스 리그 선수들도 1군만큼 자주는 아니지만 도핑 테스트를 받는다"고 설명했습니다.

KBO리그에서 가장 최근에 적발된 도핑 사례는 지난 2017년 4월 당시 삼성 소속이던 최경철의 스타노조롤 검출입니다. 최경철은 72경기 징계를 받았고, 그해 현역에서 은퇴했습니다. 2018년과 올 시즌은 아직 도핑에 적발된 선수가 없습니다.

식약처는 약물 제조 및 유통으로 검거된 디자이너를 강도 높게 조사할 예정입니다.

KBO는 이 씨 외에 더 이상 약물과 관련된 전·현직 선수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디자이너의 진술에서 KBO리그 선수가 약물을 받아 투약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문제는 심각해집니다. 도핑 테스트에 대한 신뢰 자체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KBO 관계자도 "추가 사례가 적발된다면 도핑 테스트의 신뢰도 문제가 가장 걱정"이라고 털어놨습니다.

도핑은 선수가 금지된 약물이나 방법 등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하며 세계도핑방지규약 제2조 1항, 제2조 10항에서 규정된 하나 또는 그 이상의 도핑방지 규약 위반을 뜻합니다. 이에 따라 KBO는 적발된 선수에 1차 위반 시 경기 수의 50%(72경기) 출전 정지, 2차 위반 시 시즌 경기 100% 자격 정지, 3차 위반 시 영구정지 징계를 내리고 있습니다.

KBO는 도핑 테스트에서 적발되지 않았더라도 식약처 조사를 통해 약물 투여 사실이 드러나면 해당 선수를 강력히 징계하겠다는 방침입니다. KBO 관계자는 "현재 징계는 도핑 테스트를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조사를 통해 적발이 된다면 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징계를 논의 할 수 있다. 현재 KADA 근거에 따른 징계 규약을 더 강화할 예정이며, 약물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고수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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