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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셋', 효과 따져보니

<앵커>

월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와 함께합니다. 권 기자, 내일(11일)이죠. 전기요금 개편 방안 공청회가 열리는데 그 전에 온라인에서 미리 의견을 지금 받고 있다고요?

<기자>

네, 어젯밤 12시까지 한국전력공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의견이 모두 476개였습니다. 일단 온라인 게시판에 와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해 주신 분들은 정부가 내놓은 안 중에서 세 번째 안에 찬성한다는 비중이 압도적입니다.

세 번째 안은 한 마디로 누진제를 폐지하는 안입니다. 4계절 내내, 얼마를 쓰든 동일한 요금을 내자는 거죠.

정부가 제시한 요금은 균일하게 1킬로와트시당 125.5원으로 책정한다는 건데요, 85%가 넘는 410명이 넘는 분들이 이 세 번째 안으로 채택하자는 의견을 남겼습니다.

이렇게 하면 단, 지금 전기를 적게 써서 가장 낮은 요금만 내는 가구들이 있잖아요. 최저 요금 구간을 다 채워 썼을 때 한 달에 전기요금이 1만 8천 원 나오는 집들입니다.

이런 집은 요금이 2만 5천 원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사실상 할인구간이었던 1킬로와트시당 93.3원 구간이 없어지게 되니까요.

<앵커>

그런 가구들이 대부분 아무래도 저소득층 가구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해당 가구가 적지 않을 것 같아요.

<기자>

전체적으로 보면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한 달에 전력을 200킬로와트시까지만 써야 지금 누진제에서 최저요금, 93.3원을 내거든요.

계절마다 전력소모량이 다르기 때문에 일정하게 얘기할 순 없지만, 전체의 10%가 좀 안 되는 가구들이 최저요금을 내고 있는 것으로 보통 조사하면 나옵니다.

참고로 200킬로와트시가 어느 정도의 전력이냐면요. 무조건 24시간 켜놔야 하는 냉장고 한 대에 보통 40에서 80 정도가 쓰입니다.

용량이나, 에너지효율, 또 얼마나 자주 여닫는지에 따라서 달라지지만, 대체로 이 정도는 쓴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제 여름이고, 문제는 에어컨이죠.

2011년 이후에 나온 최근형인 인버터 에어컨을 절전 모드로 한 26도 정도 계속 유지되게 맞춰서 옛 단위로 30평형대 집에 한 달 내내 하루 종일 돌린다고 했을 때 역시 바깥 기온이나 집안 상황에 따라서 차이가 생기지만요.

200에서 250킬로와트시 정도 든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니까 아무래도 한 달에 200킬로와트시만 쓰는 거는 특히 여름에는 맞출 수 있는 집이 많지 않겠죠.

실제 올봄에 감사원이 지금의 누진제는 개편해야 한다고 요구했던 게, 에어컨을 포함시킨 여름의 가구당 필수 전력 사용량은 평균 330킬로와트시는 되더라. 200선을 맞추기가 어렵다는 이유가 컸습니다.

<앵커>

어쨌거나 어젯밤까지 온라인에 올라온 목소리가 전체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기에는 표본 수가 작은 것 같은데, 지금까지 유력한 안은 어떤 건가요?

<기자>

보통 이런 게 나올 때는 첫 번째로 내놓는 안이 유력한 안이죠. 지금 유력한 1안은요. 작년 여름에 긴급 실시했던 전기료 할인과 비슷합니다.

지금의 누진제 3단계랑 각 구간별 요금은 그대로 두는데, 여름 한 철만 각 구간 끝을 조금씩 뒤로 미루는 겁니다.

200까지인 최저요금 구간을 300까지로, 두 번째 구간은 450까지로 미룹니다. 이렇게 하면, 지금 최고 요금을 내는 가구들은 할인이 두 단계로 이뤄지죠.

450 이상은 쓰지 말자고 제한을 두는 효과가 계속 있습니다. 지금도 4인 가구의 월평균 전력소모량이 연간 월로 봤을 때 350은 되거든요.

이런 집이 올여름에 에어컨을 틀면 최고 요금 구간을 침범할지 안 할지 열심히 보면서 써야 하겠죠. 지금 한전 게시판에 올라온 의견 중에는 25명, 그러니까 5.2% 정도가 여기 찬성하고 있습니다.

2안은 간단하게 여름에 최고요금 구간을 없애는 겁니다. 전기를 400 이상 쓰는 집에 변화의 혜택이 집중되겠고요. 게시판에선 3명이 여기 찬성했습니다.

그 외 의견들로 뭣보다 산업용 전기료와의 형평을 좀 더 맞춰달라는 의견이 많고요. 가족 구성원 수에 따라서 요금을 감안해 달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가정용과 산업용 요금 차이에 대해서는 좀 더 고려할 할 부분들이 있겠고요. 가족 수에 맞춰서 전기료를 받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좀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내일 공청회에서 어떤 의견이 주로 모이고, 또 이달 말까지 최종 결정이 어떻게 나오든, 우리 사회 가구 변화에 대해선 확실히 생각해 볼 점이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안을 발표했을 때도 이 이야기가 나왔었고요.

뭐냐 하면, 저소득층이고 전기를 아무리 아껴 써도 가족이 많으면 200킬로와트시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영유아나 노인들 있는 집은 특히 여름 겨울, 온도 조절 중요하잖아요.

반면에 계속 늘고 있는 1인 가구는 그렇게 노력하지 않아도 전기를 많이 안 써서 할인받기 좀 더 쉽습니다. 고소득이어도요.

실제로 3천여 명이 응답한 최근의 한 설문 조사에서 최저요금 내는 가구 중에 7.4%가 월 700만 원 이상 소득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에너지 효율이나 안정성, 또 환경 같은 문제들뿐만 아니라 누진제의 법적인 근거, 그리고 이런 변화를 계속 고려하면서 전기료 체계가 더 연구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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