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영사] 봉준호 '기생충' (중반 이후 스포 있음)

이주형 기자 joolee@sbs.co.kr

작성 2019.06.07 13:4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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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책영사 78 : 봉준호 '기생충' (중반 이후 스포 있음)

*본 에피소드와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번 주 [책영사: 책과 영화 사이]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계획 있는' 신작 <기생충>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봉준호 감독의 새로운 가족 희비극'이라는 타이틀로 큰 기대를 받았던 <기생충>은 지난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개봉 전부터 한국 영화 역사에 큰 획을 그었습니다.

골목을 도는 방역차로 집안을 소독하고, 와이파이를 찾기 위해 온 집안을 들쑤시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피자 박스를 접으며 살아가는 가족이 있습니다. '전원 백수'로 살아가는 기택(송강호)의 가족입니다. 하지만 그의 아들 기우(최우식)은 그나마 계획이 있어 보입니다. 명문대생 친구에게 고액 과외 선생 자리를 소개받은 기우는 동생 기정(박소담)의 도움을 받아 학력을 위조하고, 온 가족의 기대를 받으며 박 사장(이선균)의 집으로 입성합니다. 성공적으로 과외 선생 자리를 꿰찬 기우는 또 다른 계획을 실행합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는 말처럼, 박 사장의 집에서 일하던 사람들을 한 명씩, 자신의 동생, 아빠, 엄마 차례로 바꿔나가는 것이죠.

마침내, 온 가족이 박 사장의 집에 위장 취업에 성공하고, 마침맞게 박 사장 가족은 아들의 생일 파티를 위해 캠핑장으로 떠납니다. 그리고 기택의 가족은 박 사장의 빈집으로 모입니다. 하지만, 모처럼 혹은 생애 처음으로 큰 집에서 한여름 밤의 꿈 같은 밤을 보내던 그들에게 불청객이 찾아옵니다. 바로 이 가족의 계략으로 집에서 쫓겨난 가정부 문광(이정은)입니다. 그녀는 지하실에 두고 온 물건이 있다며, 부엌의 지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갑니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충숙(장혜진)과 나머지 가족들도 문광을 따라 내려가죠. 그리고 그곳에서 기택의 가족은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현실을 목격합니다. 과연 박 사장 집의 지하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요? 그리고 기택의 가족은 기생충처럼 계속해서 박 사장 가족에게 기생하여 살아갈 수 있을까요?

'칸 영화제 황금 종려상 수상작은 어려운 영화일 거야.'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기생충>은 그런 생각에 반하는 작품일 겁니다. 영화 속에서는 '이것 참 상징적이다~'는 대사가 자주 등장하지만, 영화 자체는 그렇게 꼬여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직접적이라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습니다. 물론 메타포나 상징적인 요소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이건 어떤 것을 상징하는 걸까?', '이 장면은 무슨 의미일까?' 하며 머리를 굴릴 필요까지는 없기 때문입니다. <기생충>은 장면 하나하나를 뜯어서 해석하기보다는, 예상할 수 없는 이야기 전개에 몸을 맡기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좋은 관람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가족 희비극'이라는 장르에 걸맞게 웃음과 결국에는 마음이 갑갑해지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그리고 영화 '옥자'에서 미자가 가지고 있던 금 돼지와 옥자 한 마리만 바꿔서 많은 슈퍼 돼지들과 총소리를 뒤로 하고 산으로 돌아가는 장면에서 느꼈던 '무력감'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처럼 영화는 '이런 일들이 있었지만 변화하는 것은 없으며, 어차피 시간은 계속 흐르고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각자의 일상을 산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더욱 아프게 느끼는 관객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영화가 개봉했다고 당장 빈부의 격차가 그리고 사회의 불평등한 구조가 해소되지는 않을 겁니다. 영화가 끝나고 상영관을 나오면, 우리는 달라지지 않은 세상에서 똑같은 일상을 살게 되니까요. 하지만 책영사에서는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주는 '불편함'이 큰 의미가 있다고 봤습니다. 변화는 아주 작은 인식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니까요. 영화의 스코어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이러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고, 그렇다면 이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시작되지 않을까요? 그런 측면에서 <기생충>은 '참으로 시의 적절한' 영화인 것 같습니다.

(글: 인턴 설선정, 감수: MAX, 진행: MAX, 출연: 남공, 안군, 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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