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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협조 시 선처"…범죄 조직에 피의자 투입 시킨 경찰

<앵커>

한 경찰관이 자기가 수사하던 피의자를 필리핀 보이스피싱 조직에 들어가도록 했다가 들통이 났습니다. 증거를 수집해서 보이스피싱 주범을 잡겠다고 그런 건데, 이런 수사 방식은 엄연히 불법에 해당됩니다.

이현영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17년 3월,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 인출책 활동을 하다 붙잡힌 30대 A 씨는 자신을 조사하던 김 모 경위에게 솔깃한 제안을 받았습니다.

필리핀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직접 찾아가 주범 등의 소재를 확인해 주면 구속을 면하게 해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석 달 뒤 실제 필리핀으로 간 A 씨에게 김 경위는 아예 보이스피싱 조직에 들어가 활동하며 증거를 수집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수사에 협조하면 여죄를 선처해주겠다"는 말에 A 씨는 증거수집을 하며 보이스피싱에 가담해 4천여만 원을 뜯어내기도 했습니다.

김 경위는 수개월 간 A 씨에게서 건네받은 증거로 보이스피싱 조직의 주범에 대해 2차 체포영장을 검찰에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검사가 증거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불법 잠입 수사 사실이 들통났고, A 씨는 10개월 만에 귀국할 수 있었습니다.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A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더 이상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일"이라며 "필리핀이라는 말만 들어도 심장이 두근거린다"면서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김 경위는 A 씨가 불법 잠입 수사를 먼저 제안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여동호/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팀장 : '이 친구가 가서 다른 범죄를 저지른다'라고 생각 하지는 전혀 못했고….]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김 경위는 법률상 징계에 해당하지 않는 가장 낮은 수준의 불문경고 처분만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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