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매년 38명의 아이가 차 안에서 숨진다"

김정기 기자 kimmy123@sbs.co.kr

작성 2019.05.14 17:1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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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매년 38명의 아이가 차 안에서 숨진다"
여름이 시작되는 이맘때쯤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외신 기사가 있습니다. 차 안에 있던 아기가 숨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입니다. 미국 이야기인데요. 지난주 4살 된 아이가 주차장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지도 않았지만 미국에서만 벌써 6명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모두 사인은 질식사.

미국에서는 지난 1998년부터 차 안에서 숨지는 아기를 조사해 왔습니다. noheatstroke.org에 따르면 1998년 이후 지금까지 모두 801명의 아이가 폭염 속에서 숨졌습니다. 800번째 숨지는 아이는 올해 4살 된 남자아이로, 지난 토요일 아빠의 SUV 차량 뒤에 있다가 숨지고 말았습니다. 이 아이도 섭씨 50도가 넘는 차 안에서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어린아이 부모 입장에서 어떻게 아이를 차 안에 두고 일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의외로 이런 부모가 적지 않습니다. 미국의 한 통계 자료를 보았습니다. 사망자의 54%는 부모가 아기를 차 안에 두고 내렸다는 사실을 잊고 생긴 사고였습니다. 그리고 19%는 '아무 일 없을 거야' 라고 부모가 잘못 생각하고 차를 비운 사이에 아이가 사망했습니다. 남의 일이 아닙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죠.

미국에서 이런 사고로 매년 38명의 아이가 숨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998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텍사스에서는 119명이 숨지고 플로리다주에서는 88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주로 무더운 날씨가 긴 남부 지역에서 이런 안타까운 사고가 많습니다.

미국 연구기관들의 실증적 실험도 눈길을 끕니다. 한여름, 땡볕에 승용차를 주차장에 세워두었습니다. 이날 온도는 섭씨 38도. 한 시간 뒤 승용차 내부를 측정해보았습니다. 운전석 온도는 섭씨 50.5도까지 올라갔습니다. 운전석 대시보드는 무려 섭씨 70도까지 급상승했습니다. 운전대는 섭씨 52도. 성인도 참기 어려운 온도입니다.

그러면 그늘에서는 다를까? 같은 날 나무 밑 그늘에 승용차를 세운 뒤 내부 온도를 측정해 보았습니다. 운전석과 뒷자리는 40.5도. 땡볕에서 측정한 것 보다는 10도 차이가 났지만 여전히 더웠습니다. 대시보드는 47.7도. 땡볕이나 그늘이나 이렇게 덥기 때문에 여름에 라이터를 차 안에 두고 내리지 말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입니다. 모두 어린 아이가 참기 어려운 온도입니다.

위 실험은 모두 6대의 승용차를 이용해 실시됐습니다. 소형차 2대, 중형차 2대, 그리고 미니밴 2대. 차량 크기에 따라 상승하는 온도의 차이는 있었습니다. 소형차 내부 온도가 가장 빠르게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두 살 된 아이가 땡볕에 주차된 소형 차량 뒷좌석에 앉아 있다면 1시간 뒤 열사병으로 의식을 잃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늘이라도 2시간 만에 같은 증상으로 쓰러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차 안에서 아이가 숨지는 경우는 일반 차량뿐만 아니라 학교 통학버스에서도 많이 발생했습니다. 사고가 잇따르자 미국 통학 버스 운전기사는 모든 좌석을 3번 이상 확인하고 뒷좌석에 부착된 [하차 확인] 버튼을 누르도록 법규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일반 차량에는 이런 규제가 없어 피해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이런 안타까운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1) 운전자는 차 밖으로 내릴 때 뒷좌석을 확인하는 습관을 키운다. 이런 습관을 키우면 뒷좌석에 아무도 없다 해도 물건을 잃고 내려 차로 다시 돌아오는 경우를 줄일 수 있다.
2) 승용차에 있는 물건을 내리는 것 보다, 아이를 먼저 차 밖으로 내리도록 도와주는 습관을 키운다.
3) 무더운 여름에는 1분이라도 아이를 차 안에 혼자 두지 말자
4) 유치원이나 학교 통학버스는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