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대담 진행자에 대한 공격 정당한가

귀한 시간 휘발되고 엉뚱한 '태도 논란'만

노동규 기자 laborstar@sbs.co.kr

작성 2019.05.13 13:2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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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 대담' 진행자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몇 차례 대통령 말을 끊고 끼어들었다거나 일각에서 독재자라 부르는 걸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었다는 게 비난 근거다. 심지어 표정이 마음이 들지 않아 싫었다는 취향 고백도 있었다. 요약하면 "태도가 불경했다"는 거다.

외국은 어떨까. 당장 기자와 늘 논쟁 같은 인터뷰를 하던 미국 대통령들이 떠오른다. '1대 1 대담'이라고 다르지 않다. 지난 2월 슈퍼볼 직전 인터뷰로 트럼프를 만난 CBS 마거릿 브레넌 기자는 첫 질문부터 "당신 또 셧다운(정부 일시폐쇄) 할 거냐" 묻고 수 없이 말 끊기가 예사였다. 이 기자의 태도를 문제 삼아 미국 사회가 시끄러워진 것은 아니었다.

편성 시간을 지켜가며 출연자를 최대한 드러내는 게 방송 진행자의 임무이자 숙명이다. 답변이 장황하거나 질문과 겉돈다면 끼어들어 궁금한 문제의 답을 다시 묻기도 한다. 방송이라는, 인터뷰라는, '장르의 제약' 속에서 적절한 개입으로 출연자의 진심을 전하는 건 시청자에 대한 의무기 때문이다. 이걸 소홀히 하면 프로페셔널이라고 할 수 없다. 하물며 출연자가 이 나라 최고 정책결정자였다. 진행자가 끌어내는 말 하나하나가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이 돼야 한다.

예컨대 문 대통령은 지난 2년간의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에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다. "1분위(하위 20%) 노동자와 고분위 노동자 사이 임금 격차가 역대 최저"라는 근거도 들었다. 고용노동부 통계를 인용한 것인데, 가구 소득으로는 격차가 13배까지 늘었다는 통계청 조사도 있다. 그렇다면 진행자는 이렇게 다른 두 통계를 국정 책임자가 어떻게 보고 있는지 물어야 마땅하다.

문 대통령 스스로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진단한 자영업자와 하층 노동자에 대한 대책도 마찬가지다. 더 정밀하게 듣기 위해선 재차 따져 물을 수밖에 없다. 정교하게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의 생각과 정책은 더 효과적으로 국민에게 전달된다. 대담을 진행한 KBS 송현정 기자의 질문과 끼어들기는, 예리함과 빈도 면에서 오히려 아쉬웠다는 의견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 대담 (사진=연합뉴스)
교양을 갖춘 시민은 선출직 지도자에 대한 기본적 존중을 가질 뿐이다. 그의 정책과 의도는 끊임 없이 비판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내가 믿는 저 존재의 무오류성을 의심하지 말아야 한다'는 건 종교인의 자세일 수는 있어도 민주 시민의 태도가 못 된다. 지금이 봉건 시대인가. '태도'를 들먹여 훈련된 언론인을 공격하는 건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대통령 말 안 자르고 따져 묻지 않는 '공손한 인터뷰'를 원한다면 KTV나 청와대 유튜브 등 해당하는 매체가 있다.

다소 엉뚱한 이 태도 논란으로 결국 피해를 볼 수 있는 건 국민이다. 대통령이 직접 2년간의 국정을 평가하고 남은 3년의 방향을 제시한 귀한 시간이 금세 소진됐다. 지상파를 통해 국민과 만나는 자리, 참모들이 밤새 만든 자료를 읽고 또 읽으며 준비했을 대통령의 메시지도 그렇게 사라져 버렸다. 청와대 대변인이 이 논란에 대해 "판단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비껴간 건 그래서 답답한 대응이다.

다행이라면 문 대통령이 직접 "더 공격적이어도 좋았을 것"이라는 소회를 밝힌 점이다. 정치 지도자에게, 기자의 질문은 때로 기회가 된다. 날카롭고 당혹스러운 질문에 능란하고 안정적으로 답하고, 더러 불쾌할 수 있는 질문도 크게 웃어넘기는 대통령은 그 자체로 듬직하다. 문 대통령도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이 앞으로 더 많은 언론과 자주 대담하며 국민과 소통하길 기대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