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韓 선박 연계' 北 불법 환적 적발…정부의 선택은?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9.04.17 11:45 수정 2019.04.17 14:0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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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조선이 제3국 선박으로 석유제품을 환적하고, 3국 선박은 북한 선박으로 석유제품을 재환적한 사실이 드러나 미국과 일본이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국 정부에도 이 같은 정보가 전달됐는데 지금까지 특별한 조치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석유제품 환적은 지난달 20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 사이에 대만해협 북쪽에서 이루어졌습니다. 1차적으로는 한국 유조선 A호가 제3국 선박으로 석유제품을 옮겨 실었고, 3국 선박은 북한 선박으로 석유제품을 환적했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2397호가 금지한 석유제품 불법 환적입니다.

정부는 "A호가 실정법을 위반한 것 같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결과적으로는 불법 환적으로 이어졌지만 북한 선박으로 석유제품을 직접 불법 환적을 한 건 제3국 선박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한국 선박에 대한 조사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 일본 초계기에 적발된 불법환적

석유제품 대북 이중(二重) 환적 사실은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가 정밀 촬영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일본 측은 촬영물 일체를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에 넘겼고, 미국 측은 한국 정부에 확인을 요청하며 증거 자료들을 전달했습니다. 정부 소식통은 "군을 통해 해당 자료들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미국 측이 제공한 해상자위대 초계기 촬영 사진이 워낙 선명했다", "한국 선박 A호가 고의든 아니든 대북 불법 환적에 개입한 확실한 증거"라고 말했습니다. 대북 불법 환적 혐의로 루니스호라는 한국 선박이 억류된 적은 있는데 이번 건은 명확한 증거가 먼저 나온 겁니다.

미국 측이 일본 해상자위대의 증거를 한국에 넘긴 이유는 한국 선박 A호가 불법 환적을 금지한 유엔 결의안 2397호를 어겼는지 따져보라는 데 있습니다. 한국 선박이 사유를 전혀 짐작도 못한 채 대만해협 북쪽 공해상에서 순수하게 환적을 통해 석유제품을 판매한 건지, 아니면 북한으로 넘어가는 걸 알면서도 불법 환적에 가담한 건지를 조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 한국 정부, "조사 않는다"

한국 정부는 소극적입니다. 아직까지 해당 선박에 대한 조사도 없었고 앞으로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유엔 결의안 2397호는 직접 환적을 금지하는 것"이라며 "이번 적발된 한국 선박은 3국 선박으로만 환적을 했을 뿐이지 북한 선박으로 직접 불법 환적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북 제재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정부의 고심이 읽힙니다. 북한은 남측이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여주기를 바라며 압박을 하는데 남측 정부는 대북 제재의 버튼을 앞에 두고 있는 형국입니다.

하지만 이번 환적 건을 순수하게만 볼 수 없는 이유는 많습니다. 환적이 벌어진 대만해협 북쪽 바다는 북한의 불법 환적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입니다. 3월 20일이란 시점은 루니스호 의혹으로 한창 시끄러울 때입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감시를 따돌리기 위해 여러 차례 세탁용 사전 환적을 한 뒤 최종적으로 불법 환적을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부가 조사를 피하면 괜한 구설수에 오르기 십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