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한국 보통 사람, 얼마나 벌고 어떻게 쓸까?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작성 2019.04.17 10:21 수정 2019.04.17 14:5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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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들은 한 달에 얼마나 벌고, 또 얼마나 쓰나, 저축은 또 어떻게 하나 굉장히 궁금한 부분인데, 대놓고 물어보기는 어렵잖아요. 관련된 보고서가 나왔다고요?

<기자>

은행이 대신 물어봐 줬습니다. "얼마나 벌고 얼마나 쓰세요?"라고 현재 돈을 벌고 있는 성인들 1만 명에게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나온 대답의 평균이 우리 집은 한 달에 476만 원이 들어온다는 거였습니다.

딱 들으셨을 때 어떤가요, 좀 많은 편 같습니다. 그런데 이거는 가족이 몇 명인지 감안한 액수는 아니고 말 그대로 전체 평균, 그리고 많이 버는 집, 적게 버는 집을 전부 다 합쳐서 계산해 본 것입니다.

국가 통계와 살짝 비교를 해보면 올해 우리나라 4인 가구의 중위소득이 461만 원입니다.

이게 무슨 얘기냐, 평균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4인 가구를 쭉 줄을 세웠을 때 딱 가운데 들어가는 집, 그러니까 정말 중간 수준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 4인 가족의 벌이가 월 461만 원이라는 겁니다.

이번 조사의 평균소득이 여기에 상당히 근접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얼마를 버는가 하는 문제에서 좀 눈여겨 볼만한 것이 전 연령대 중에서 40대, 정확히는 평균 40.2세쯤에 갑자기 가구의 소득이 급감하는 경험을 했다는 답이 많았습니다.

그것도 전에 100을 벌었다면, 갑자기 55만 원 밖에 집에 들어오지 않게 되는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이미 짐작이 되시겠지만, 우리나라 여성들의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현상이 서구 같은 곳보다 상당히 뚜렷한데, 이 연령대가 딱 여성 경력단절이 나타나는 시기 언저리입니다.

이 시기 퇴직과 실직의 상당수가 경력단절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 이런 가족의 60%는 갑자기 이렇게 소득이 줄어드는 데 대해서 준비가 돼 있지 않았습니다.

부업을 찾든지 재취업했다는 답이 가장 많기는 했지만, 대출을 받거나 부동산 같은 자산을 처분해서 버텼다는 답도 상당히 많았고, 전 같은 수준을 회복하는 데는 평균 3.7년 정도가 걸렸습니다.

<앵커>

일단 버는 건 그 정도 되고, 남들은 얼마나 가졌나, 가지고 사나 이것도 궁금합니다.

<기자>

이 조사에서 나타난 지난 3년 동안의 소득은 증가세가 그렇게 높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자산·재산은 좀 차이가 납니다.

지난해 이 직장인 1만 명이 전체 국민을 대표해서 대답한 우리 집 재산, 평균 4억 39만 원 정도였습니다.

이게 2016년에는 3억 2천7백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2017년에도 별로 안 늘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집집마다 평균 6천만 원 넘게 늘어나서 자산이 1년 사이에 18% 정도 늘었습니다.

그런데 좀 더 들여다보면 총자산이 5억 원을 넘는 가구만 지난 3년 동안 자산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그러니까 평균이 오르긴 했지만, 사실 그 상승분 대부분은 원래 재산이 5억 원은 넘는 집들에만 쏠려 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이 계층의 자산 상승분에서 작년에 급등했던 부동산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그럼 이렇게 번 돈, 가진 돈, 어떻게 쓰고 있는지도 조사가 이뤄졌죠?

<기자>

일단 저축을 많이 합니다. 소비가 그렇게 늘지는 않고 있습니다. 아까 평균적으로 가구마다 작년에 476만 원을 벌어들인다고 말씀드렸는데, 딱 그 절반인 238만 원만 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좀 눈에 띄는 것이 있습니다. 이번 조사는 실직자나 구직자 말고, 현재 본인이 돈을 직접 벌고 있는 분들만 대상으로 한 겁니다.

지금 돈을 벌고 있는 분들의 하위 20%의 소득은 그래도 재작년보다 15만 원 정도 늘어서 185만 원까지 왔습니다.

최저임금의 인상 폭이 컸던 영향이 확실히 보인다고 할 수 있는데, 여기 속한 분들이 이렇게 늘어난 돈으로 저축을 늘렸고 빚도 줄이고 있습니다. 가계 부채를 줄이는 모습이 뚜렷했습니다.

이분들이 소비를 늘리는 쪽으로 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늘어난 소득만큼 부채를 줄여나가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지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반면에 상위 20%는 빚을 계속 늘리고 있습니다. 또 전체적으로 빚이 있는 집의 비율 자체는 줄고 있는데 빚 가진 집의 빚 규모 자체는 커지고 있는 것이 이 영향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도 역시 작년의 부동산 열풍과 관련이 깊은 게 아니냐는 짐작이 나오고, 이렇게 저축하고 빚 갚고 하는 것 말고 돈을 어디 많이 쓰느냐, 역시 식비입니다. 잘 사나 못 사나, 한 집에서 쓰는 돈의 20% 안팎은 먹는데 들어갑니다.

그런데 소득별로 차이가 많이 나는 비용이 교육비였습니다. 한 달에 평균 420만 원을 쓴다는 고소득층은 거의 식비만큼 교육비를 씁니다. 전체 쓰는 돈의 15% 이상이 교육비로 나갑니다.

반면에 한 달에 103만 원 정도만 쓰고 있는 저소득층은 쓰는 돈의 3% 안 되는 돈을 교육비로 지출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절대적인 돈 차이로는 더 커집니다.

그래서 고소득층의 교육비가 저소득층의 무려 21배 수준이었습니다. 이거는 부의 대물림을 너무 지금부터 내다보게 하는 지표라 다시 한번 좀 입맛이 쓴 점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