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M버스' 운행 중단도 주 52시간 근무제 때문이라고요?

장훈경 기자 rock@sbs.co.kr

작성 2019.04.16 11:11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인천 송도에서 서울 여의도와 잠실을 오가는 M6635, M6336 광역급행버스 노선 2개가 오늘 부로 운행이 중단됐습니다. 수원 광교 신도시에서 서울역을 오가는 M5115 버스도 폐선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합니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시간이 길어져 당장 이사까지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폐선 원인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알려졌습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M버스'를 검색하면 그렇게 나옵니다. 버스 기사가 한 주에 52시간 밖에 일할 수 없게 됐는데 이게 업체에 인력 부담이 돼 끝내 M버스 운행을 중단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관련 기사에는 "누굴 위한 52시간인가?", "잘못된 정권이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정부"라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M버스 중단이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시민 불편의 대표적 사례가 된 것입니다.
장훈경 기자님 취재파일● M버스 운행 중단…"주 52시간과 무관"

M버스 2개 노선을 중단한 인천 이삼화관광은 "적자가 폐선의 원인"이라고 말합니다. 인천 송도에서 운행된 M버스는 출퇴근 시간에만 사람이 몰립니다. 출근길엔 서울 방향, 퇴근길엔 송도 방향에만 승객이 많습니다. 지난 금요일 오전 7시에 출근길 버스를 직접 타봤는데 만석이었던 버스는 송도로 돌아갈 때는 단 한 명의 승객도 없었습니다. 이렇게 한 방향에만 사람이 몰리다 보니 지난 13개월간 누적 적자가 5억 원 정도라고 업체는 말합니다. 매달 2, 3천만 원의 적자를 내는데 더 이상 운행할 수 없어 폐선을 결정한 것입니다.

업체는 '최저임금 인상'이나 '주 52시간 근무 도입'은 폐선과 관련이 없다고 분명히 했습니다. 이미 지난해부터 올해 인상된 최저임금 수준 이상으로 기사들에게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게다가 송도의 M버스는 출퇴근 시간에만 운행합니다. 주말은 쉽니다. 11명의 버스 기사들은 일주일에 최대 46시간 일합니다.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돼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입니다. 

수원의 M5115 버스 역시 업체는 신분당선으로 인한 적자가 폐선을 논의하는 이유라고 말합니다. 운행할 때마다 매일 100만 원 정도의 적자가 난다고 호소합니다. 사실 주 52시간 근무 도입은 M버스만의 문제가 아니라 경기도 전체의 시내버스와 광역버스의 문제입니다. 대개의 기사들이 격일제로 근무해서 주당 68시간 정도 일하기 때문입니다. 당장 버스 기사를 구해야 하는데 시장에 인력이 많지도 않아 구하려 해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현재 논의 중인 M버스 폐선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관련이 없습니다. 주 52시간 근무 때문이라면 다른 시내버스와 광역버스들도 다 폐선을 논의해야 할 상황인 것입니다.

인천의 이삼화관광에 "관련 기사들이 주 52시간 근무 도입 때문에 노선 운행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썼는데 그렇게 말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업체 관계자는 "그런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실제 문의하지도 않고 관련 기사가 나오기도 한다"며 "어차피 적자로 폐선이 확정된 마당에 그런 기사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수원의 M버스 업체 역시 "폐선의 원인은 적자"라며 "주 52시간 근무 도입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분명히 했습니다.

● 잘못된 지적…반박 안 하는 국토부

M버스 폐선에 대한 시민 불편은 생각보다 큽니다. 한 주민은 "송도에 있는 남편과 9년 넘게 떨어져 지내다 M버스 도입으로 서울 집을 처분하고 송도로 이사 왔다"며 "버스 이용한 지 두 달 만에 폐선돼 다시 서울로 이사 가야 하나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주민도 "M버스 노선도를 보고 정류장 근처만 돌아봐 송도로 이사 왔다"며 "서울로 출근하는 주민들끼리 M버스보다 두 배 정도 더 요금을 내고 셔틀버스를 탈지 생각하고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업체 관계자들은 M버스만의 특성 때문에 현재 운영 중인 30개 노선 모두 적자를 고민할 거라고 말합니다. M버스는 국토교통부가 관리합니다. 시내버스는 적자 노선의 손실을 일부 보전하는 지자체의 운영 개선 지원금을 받습니다. 하지만 M버스는 이런 지원이 없습니다. 국토교통부는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에서 M버스의 후속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입장인데 이 위원회는 지난달 출범했습니다. 예산 배정, 국회 심사를 거쳐 실제 지원되기까지는 아무리 빨라야 내년까지는 기다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국토부는 '주 52시간 도입 때문에 M버스가 폐선됐다'는 기사가 나와도 제대로 반박을 하지 않습니다. 지난 4일 배포한 보도참고자료에서도 "인천시와 대도시권광역교통위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만했을 뿐입니다. 주 52시간 근무 도입과 M버스 폐선이 관련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는데도 말이지요.
국토교통부 보도 참고자료● 모든 문제의 원인이 주 52시간 근무?

시내버스와 달리 별다른 지원이 없는 M버스 자체의 문제를 지적했다면 국토부는 조금 더 긴 참고 자료를 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불편을 겪는 시민들도 M버스에 대한 정부 지원을 더 요구했을 것입니다. 적자를 보는 일부 M버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지 아니면 전체 M버스에 대한 지원을 할지 논의하는 속도도 더 빨라졌을 것입니다. 아무 관련 없는 주 52시간 근무 도입이 폐선 원인으로 지적되면서 국토부는 별다른 입장을 낼 필요가 없어진 셈입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은 분명 따져봐야 할 문제입니다. 당장 경기도에만 수천 명의 버스 기사들이 더 필요한데 업체는 경영난을 호소하고 시장에도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제라도 서울, 인천처럼 도 예산을 투입하는 준공영제를 도입할지 버스 요금을 올려 추가 고용에 대한 부담을 낮출지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싣고 달리는 버스의 특성상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지금보다 더 안전한 운행이 가능할지도 따져볼 일입니다.

하지만 M버스는 다릅니다. 지원이 없다는 걸 지적해야 제대로 된 해결책을 논의할 수 있습니다. 잘못된 지적 때문에 M버스 폐선은 지원 논의가 아니라 정권을 욕하는 도구로 쓰이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정권 비판이 아니라 엉터리 비난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모든 문제의 원인을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몰고 가는 게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받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