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아시아나항공 박삼구는 왜 불신의 오너가 됐나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작성 2019.04.15 11:00 수정 2019.04.15 14:3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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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14일)부터 오늘 아침까지 경제 분야 톱 기사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 기사네요.

<기자>

매각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을 가장 많이 가진 금호산업의 이사회가 열릴 텐데, 여기서 결론이 날 겁니다.

공교롭게도 올해 우리나라 양대 항공사들이 동시에 부침을 겪고 있는데, 속을 들여다보면 그 위기의 질이 상당히 다릅니다.

대한항공 문제는 지난주에도 한번 쭉 말씀을 드렸지만 오너 가족이 돌아가면서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저 사람들한테 계속 맡겨도 되는 거야?"라는 불안감이 조성된 게 아주 큽니다. 한 마디로 앞으로의 경영에 대한 불안이 컸던 겁니다.

그래서 지난달에 있었던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 뿐만 아니라, 지분을 가진 외국인들, 예를 들어서 미국과 캐나다의 대형 연기금들도 고 조 회장의 이사 연임에 반대했습니다.

글로벌 자문사도 국민연금한테 "조 회장 연임을 반대하는 게 주주에게 더 이익이겠다"고 권고를 했습니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현재까지 상태는 큰 무리는 없습니다.

2000년대 초반 항공 침체기나 금융위기 때 나랏돈을 빌린 항공사들이 해외에도 꽤 있었지만, 대한항공은 그런 적도 없습니다.

당장 2010년에 파산했다가 공적자금을 투입해서 살아나고 있는 일본항공이나, 지금부터 말씀드릴 아시아나와 비교가 됩니다.

빚의 비중이 작년에 다시 좀 늘긴 했는데,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줄여왔고 그 외에도 경영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들이 전반적으로 크게 무리가 없었습니다.

반면에 아시아나는 최근 항공 업황이 좋아서 대한항공과 함께 매출이 늘어왔습니다. 그런데도 회사 전체 성적표가 계속 나빠지더니 "어, 이대로는 낙제하겠는데?" 이런 상황까지 몰렸습니다.

<앵커>

말씀하신 대로 특별히 아시아나가 장사가 안됐던 것도 아니고, 왜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건가요?

<기자>

지난주에 채권단이 금호아시아나의 자구안을 거부했을 때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했던 얘기가 있습니다. 

뭐라고 했냐면, "그동안 아시아나항공이 시간이 없었나. 어떻게 보면 30년이 있었다. 이 상황에서 3년을 더 달라고 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채권단이 판단하겠죠."라고 얘기를 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을 지원하는 기준은 "대주주의 재기가 아니라, 아시아나항공이라는 회사 자체를 살리기 위한 게 돼야 한다"라고도 말했습니다. 

왜 이렇게 얘길 했을까, 아시아나항공은 "돈을 많이 버는데 그 돈이 어디로 가고 있지?" 하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겪은 회사입니다. 그것이 아시아나 유동성 위기의 핵심입니다.

아시아나의 돈뿐만 아니라, 아시아나의 신용, 아시아나의 사업 기회 이런 것들도 아시아나항공이 아니라 다른 계열사를 위해 쓰이는 일이 반복됐거나 그렇다는 의혹을 사면서 계속 외부의 신뢰를 잃었습니다.

박삼구 전 회장이 2006년에 대우건설, 2008년에 대한통운을 인수할 때도 아시아나항공의 돈과 아시아나항공 투자자들의 돈을 많이 썼습니다.

이 문제로 계열사들이 다 같이 부실화됐다가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돼서 살아났습니다. 그러니까 박 전 회장이 복귀를 하더니 워크아웃 들어갔던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다시 인수하고 싶어 합니다.

어디 돈을 쓰겠습니까, 또 아시아나항공의 돈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알짜 자회사였던 금호터미널이 박 전 회장 개인 회사에 사실상 헐값에 팔린 것도 이때입니다.

작년에 일어났던 좀 황당한 사건, 아시아나 기내식 대란 기억하실텐데, 이것도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아주 짙습니다.

<앵커>

기내식 대란은 또 어떤 영향을 끼친 건가요?

<기자>

아시아나가 기내식 업체 대란은 아시아나의 기내식 업체가 바뀌는 과정에서 새 업체가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빚어진 차질이었습니다.

그런데 재계약을 못 한 기존 업체가 아시아나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습니다.

재계약 협상을 할 때 아시아나항공이 "우리 말고 지주회사인 당시 금호홀딩스의 채권 1천600억 원어치를 인수해 달라"고 부당하게 요구했다고 주장을 했습니다.

"아니, 우리는 홀딩스 말고, 그냥 너희한테 아시아나항공에 3천억 원을 직접 투자할게" 했더니 계약이 안 됐다고 주장을 했습니다.

대신 다른 업체가 파격적인 조건으로 계약이 됐는데, 이 다른 업체의 모회사 중국 하이난 그룹이 금호홀딩스의 그 채권 사줬습니다.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아시아나항공이 직접 3천억 원 투자를 받는 것은 거절하고, 지주사 채권을 사게 하다니 도대체 왜, 아시아나항공이 외주를 줄 수 있는 알짜 사업, 기내식 사업을 지렛대로 써서 박 전 회장이 금호타이어 살 돈을 마련하려 했습니다는 의혹이 시장이 팽배했습니다.

결국 인수도 못 하긴 했지만요. 이사회를 앞둔 최근 상황은 많이 보셨을 것 같아서 그 전의 사정을 좀 간략하게 정리를 해 봤습니다.

사실상 그룹의 돈줄 노릇을 하다 지금 상황에 몰린 아시아나항공이라는 회사의 지난 10년을 보면 대주주가 아니라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금융위원장의 발언을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점이 많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