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관광 명소' 그랜드 캐니언, 매년 2~3명은 '실족사'

최근엔 '셀카 찍다 실족' 사고 늘어

김정기 기자 kimmy123@sbs.co.kr

작성 2019.04.11 09:1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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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관광 명소 그랜드 캐니언, 매년 2~3명은 실족사
미국 그랜드 캐니언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관광지입니다. 유타주와 애리조나주를 걸쳐 446킬로미터나 뻗어 있는 그랜드 캐니언의 폭은 29킬로미터, 깊이는 1천857미터를 자랑합니다.

화려하고 웅장한 이 자연을 보기 위해 매년 600만 명이 이곳을 찾아 구경하고 사진 촬영을 합니다. 그런데 최근 이곳에서 안타까운 소식이 계속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실족사 소식입니다.

지난 3일 67세 남성이 그랜드 캐니언 사우스 림 구역에서 절벽 아래로 떨어져 숨졌습니다. 3월 28일에는 그랜드 캐니언 웨스트 구역 스카이워크 근처에서 사진 촬영하던 50대 홍콩인 관광객이 발을 헛디뎌 300미터 아래로 떨어져 숨졌습니다. 그보다 이틀 전인 3월 26일에는 그랜드 캐니언 사우스 림 내의 외딴 숲속에서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8일 새 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미국 그랜드 캐니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그랜드 캐니언에서는 매년 평균 12명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10여 명이 탈수 또는 심장마비 등으로 숨지고 2~3명이 실족사를 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부분 언론에도 알려지지 않고 지나갑니다.

2015년에는 특히 심했습니다. 애리조나 현지 신문에 따르면, 이 해에는 무려 55명이 그랜드 캐니언에서 실족사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55명 중 39명이 남성이었고 이 가운데 8명은 낭떠러지 근처에 있는 돌 위를 뛰어다니며 사진을 찍다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한 38세 남성은 자신의 딸을 놀라게 해주려고 장난을 치다가 120미터 밑으로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최근에는 셀카 촬영을 하다 목숨을 잃는 경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홍콩인 관광객도 셀카 촬영을 하다 사고를 당했고 2017년 3월 14일, 한 30세 남성도 셀카 촬영 중 중심을 잃고 120미터 아래로 추락했습니다.
미국 그랜드 캐니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자세한 통계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지난 2011년부터 2017년 사이 전 세계에서 셀카 촬영하던 중 숨진 사람이 259명이나 됩니다. 이 가운데 72.5%가 남성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남성들이 여성보다 충격적인 사진 촬영을 더욱 원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분석했습니다.¹ 그랜드 캐니언에서 실족사한 관광객도 대부분이 남성이었습니다.

왜 울타리가 없나? 실족사가 끊이질 않지만 울타리는 많이 보이지 않습니다. 공원 측은 그랜드 캐니언을 자연 그대로 유지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울타리 설치가 자연 경관을 망칠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따라서 울타리를 많이 볼 수 없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CCTV 카메라도 많지 않습니다. 관광객의 안전은 관광객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그랜드 캐니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공원 측은 3가지 주의사항을 당부합니다.

1. 울타리가 없는 곳에서 사진 촬영을 하지 마세요. 절벽 가장자리까지 접근해 사진 촬영을 하는 관광객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절벽 쪽은 갑자기 날씨가 바뀌면서 강한 바람이 불 수 있기 때문에 가장자리까지 접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2. 이곳은 기후 변화가 심합니다. 지난달 26일 외국인이 숨진 채 발견된 사우스 림의 여름 평균 온도는 섭씨 26도. 그러나 그랜드 캐니언 아래쪽으로 내려오면 기온은 크게 올라 섭씨 37도까지 올라갑니다. 따라서 이 지역을 걷는 관광객은 급변하는 날씨를 특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3. 아름다운 경관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원할 경우 셀카 촬영보다는 다른 관광객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하는 것이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무리하게 셀카 촬영을 하다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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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gam Bansal et al. "Selfies: A boon or bane?" Jounal of Family Med Prim Care. 2018 Jul-Aug; 7(4): 828–831. doi: 10.4103/jfmpc.jfmpc_109_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