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무조건 "NO"라는 승리의 전략, 구속 피할까

'법잘알' 승리와 아이들, 처음부터 주도면밀했다

강청완 기자 blue@sbs.co.kr

작성 2019.04.07 13:15 수정 2019.04.07 14:0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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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은 승리에게 맡기고 너는 제구에만 신경 써라" (ID: XXXXXX)

한 프로야구 기사에 달린 위 댓글을 보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투수가 던지는 공의 속도를 뜻하는 '구속(球速)'과 "피의자를 구속"할 때의 '구속(拘束)'이 동음이의어라는 점을 활용한, 일종의 언어유희였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는 '승리'의 연관검색어로 '승리 구속'이 생겨난 지 오래다. 승리가 구속되는지 안 되는지 사람들이 자꾸 찾아본다는 얘기다. 이른바 '정준영 카카오톡' 보도를 기점으로 클럽 버닝썬 사건이 게이트로 비화한 가운데, 대중의 시선이 중심인물인 승리(이승현)에게 쏠리는 모양새다.

그도 그럴 것이, 수사는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데 승리는 여전히 건재하다. 앞서 문제의 단톡방에 함께 있던 가수 정준영 씨와 지인 김 모 씨는 불법영상 촬영 및 유포 혐의로 일찌감치 구속됐다. 그나마 경찰이 어제 (1일) "승리 성접대 의혹이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힌 정도가 진전이라면 진전이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승리가 받고 있는 혐의 자체에 있다. 현재 승리는 성매매 알선과 불법 촬영물 유포, 식품위생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구속된 다른 이들의 혐의에 비해 상대적으로 입증이 쉽지 않은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시선이 곱지 않은 건 혐의를 떠나 사건 전체를 봤을 때 '무언가 있다'는 심증을 꾸준히, 그것도 다수의 대중이 느끼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는 승리의 해명과 대처가 석연치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승리는 사건 초기부터 지금까지 줄곧 반박과 부인만을 거듭해왔다. 처음엔 아예 '조작'이라며 단톡방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더니 3월 11일 SBS의 '정준영 카카오톡' 보도가 나오자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다 한 주가 지나자 돌연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태세전환에 나섰다. 불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고 있는 지금도 전면에만 나서지 않을 뿐, 꾸준히 변호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방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형사사건 피의자가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스스로 방어권을 행사하는 건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다. 그러나 이른바 '정준영 단톡방'을 토대로 사건 초기부터 지금까지 승리의 대처를 지켜본 기자의 입장에선 그 속에 단순한 자기 방어를 넘어서는, 어떤 일관된 전략과 확신이 담겨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적어도 승리는, 처음부터 치밀한 법적 조력 속에 줄곧 영리하게 움직여왔다. 단순히 살기 위한 몸부림이라거나, 기억이 나지 않아서, 혹은 몰라서 이런저런 변명을 하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대중의 관심이 승리의 구속 여부에 쏠려 있는 시점에서, 이 일련의 흐름을 한번쯤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승리● "단톡방은 조작", 초강수 썼던 이유는?

지난 2월, SBS FunE 강경윤 기자가 입수한 카카오톡 내용을 바탕으로 승리의 성접대 의혹을 처음 보도했을 때 승리 측(당시 YG엔터테인먼트)은 즉각 "단톡방이 조작됐다"고 반박했다. 개인적으론 이 반응 자체가 조금 놀라웠다. 이례적으로 매우 강한 부정이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어떤 의혹의 당사자가 반론을 할 때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사실과 다르다", 혹은 "과장됐다"는 말을 하는 경우는 있어도 "조작됐다"는 말은 좀처럼 쓰지 않는다. 만약 조작이 아닐 경우, 더 큰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이런 말을 할 때는 두 가지다. 매우 강한 부정을 통해 상황의 반전을 꾀하거나, 또는 조작을 입증할 자신이 있는 경우다.

이 때문에 그 무렵 기자를 비롯한 SBS 취재진은 카카오톡 대화내용이 "조작되지 않았다"라는 것을 입증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 민간 분야는 물론 전직 경찰 수사관, 심지어 검사장 출신 포렌식 전문가를 만나 카카오톡 대화내용 등 디지털 포렌식 자료의 조작 여부를 입증할 수 있는 방법, 나아가 그들이 왜 조작이라고 주장했는지 등을 물었다. 그 결과 도달한 결론은 승리 등이 치밀한 법적 검토를 통해 "카카오톡 자료가 존재하더라도 법적 증거 능력은 없을 거라는 데 베팅했을 것"이라는 추론이었다.

전문가들의 설명은 이렇다. 포렌식 업체에서 카카오톡 대화방 자료를 복원할 때, 자료를 찾거나 보기 좋게 엑셀(Excel) 파일로 만드는데 이 엑셀 파일, 즉 대화 내용 자체만 가지고는 법적 증거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엑셀 파일 자체는 편집과 수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포렌식 전문가들은 그래서 디지털 자료를 복원하거나 포렌식을 할 때 자료의 원본성을 입증할 수 있는, 일종의 조작방지장치를 심어둔다. 이미징 파일과 해쉬값이 바로 그것이다. 이미징 파일은 원본 파일을 고대로 본뜬 것인데, 이것만 봐도 원본이 무엇인지, 원본과 어떤 연결 고리가 있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더 중요한 건 해쉬값 (해쉬코드)인데 조작이 불가하기 때문에 '디지털 지문'이라고 일컫는다. 여러 개의 숫자와 알파벳 등 디지털 코드로 구성된 해쉬값은 원본 내용이 단 1만 바뀌어도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만약 자료에 손을 댄다면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는다.
승리 단톡방, 해시코드이 때문에 최근 법정에서는 카카오톡 대화내용이나 사진, 영상 등 디지털 자료의 증거 능력을 갖추고, 입증하는 것 자체가 매우 중요해졌다는 게 법조계의 이야기다. 실제로 누가 봐도 당사자임을 식별할 수 있는 영상이나 사진을 증거로 제출하고도 이런 포렌식 절차와 장치를 제대로 갖추지 않아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받지 못하고 재판 결과가 뒤집힌 판례도 여럿 있을 정도다.

결국 승리 측 변호인도 누구보다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었으리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 설사 언론에서 카카오톡 자료를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원본(스마트폰)이 없고 조작 여부가 확실치 않은 상황이라면 내용이 더 나오더라도 법정에서 증거 능력을 깨뜨릴 수 있으리란 자신감이 기저에 있었다는 얘기다.

취재진은 권익위와 수사기관 등에 제출된, 그리고 취재진이 입수한 자료에 '조작 가능성이 없다'는 결론을 바탕으로 지난 3월 11일, 성접대 의혹이 담긴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을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승리는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승리는 그 이후에도 언론을 통해 "조작"이라고 했던 이유를 이렇게 해명한다.

"3년 전 어떤 카카오톡을 보냈는지 기억이 나나. 믿을 수 없었다. 각각의 대화 내용에 시간도 없고, 전후 내용도 없었다."

그러나 이 해명 역시 이치에 맞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랬다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하다못해 "그런 사실이 없다"는 입장 대신 "조작"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온 이유는 무엇인가? "각각의 대화 내용에 시간도 없고 전후 내용도 없었다"지만 해당 보도에 등장한 대화 내용은 입에 담기 어려운 내용을 순화하는 차원에서 재구성된 것이었고, 맥락을 짐작케 할 시간이나 내용 등 최소한의 정보는 충분히 담겨 있었다.

특히 최초 보도된 승리의 발언이나 행동 양식, 그리고 유사한 상황은 그 주변인물들이 참가한 카카오톡 대화방 전체에서 마치 '패턴'처럼 일관되게 반복된다. 정확한 날짜나 단어, 내용 같은 건 기억이 나지 않을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정준영을 비롯한 대화방 멤버를 '팀'으로 여겨 (실제 한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함께 어울리고, 술 마시고, 사업을 기획하며 방송 출연까지 같이 해온 승리가 오랜 시간 같이 참여한 단체 대화방을 단순히 기억이 안 난다는 이유로 '조작이라고 판단했다'는 건 도무지 수긍하기 힘든 설명이다.

결국 이 지점은 승리 측이 치밀한 법적 검토를 거친 강력한 반박으로 국면 전환을 노리지 않았나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실제로 사건 초기를 돌이켜보면 후속 보도가 미뤄지고, 단톡방의 출처가 명확히 공개되지 않으면서 논란은 '진실 게임' 양상으로 흘렀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안 난다고, 승리에 대한 여론은 여전히 부정적이었지만 꽤 많은 이들이 반신반의했다. 권익위 등에 접수된 공익신고자의 제보 자료가 '엑셀 파일'이라는 기사가 나오면서 "법적 증거로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법 나왔었다. 실패했지만, 승리 측이 던진 초강수 전략의 약발이 어느 정도는 먹혔던 셈이다.
승리 게이트 · 윤 모 총경● 승리와 아이들의 전략, "차라리 바보되겠다"?

은퇴를 선언했던 승리가 다시 입을 연 건 지난 3월 23일이다. 11일 첫 보도 이후 사건이 확산하고 관련 보도가 폭증하면서 수사도 급물살을 타던 시점이다. 승리는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저 자신이 한심하고 부끄럽다"면서도 "내가 알고 있던 사실과 사건이 너무도 멀어져 가고 있어서 설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 3월 23일자 <승리 인터뷰 전문> 링크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23/2019032300183.html?utm_source=urlcopy&utm_medium=share&utm_campaign=news

주목할 건 비슷한 시기, 승리의 동업자로 알려진 유인석 유리홀딩스 대표도 언론을 통해 사과문(?)을 냈다는 점이다. 유 대표는 문제의 단체채팅방에서 이른바 경찰'총'장과 대화했다거나 가수 최종훈의 음주운전 관련 청탁을 대신 해줬다고 나오는, 사실상 '맏형' 역할을 한 인물이다. 시점도 공교롭거니와, 그 내용을 보면 몇 가지 유사점이 눈에 띈다. 바로 "허세"였고 "실없는 농담"이었다는 자기비하에 가까운 대목들이다.

이 당시는 세간의 관심이 이른바 경찰'총'장으로 지목된 윤 모 총경과 2016년 정준영 사건 수사 무마 의혹, FT 아일랜드 최종훈 음주운전 관련 청탁 등 공권력과의 유착 의혹으로 쏠린 시점이다. 승리는 사실이 아니었는데도 유 대표가 손을 쓴 것처럼 "허세를 부린 것"이라고 했고 약 2년 동안 4번 만나 밥 먹은 윤 총경은 "경찰인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유 대표 역시 경찰'총'장 언급과 관련해 "저와 지인들의 수준이 그 정도뿐이었다"고 자세를 낮췄다. 조금 서글프기까지 한 설명이다.
승리 카톡 단체방 대화정점은 '잘 노는 애들' 관련 해명이었다. 최초 성접대 의혹 보도 당시 승리가 '잘 주는 애들로' 라고 언급한 것과 관련, "잘 노는 애들"을 "잘 주는 애"들로 잘못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실소를 참지 못했다 심지어 승리 측에서 "잘 조는 애들의 오타"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조롱 섞인 반응이 쏟아졌다.

시사평론가로도 널리 알려진 김태현 변호사는 이를 두고 "형사처벌을 받느니, 차라리 바보가 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미 드러났지만 처벌이 어려워 보이는 혐의에 대해서는 이미지 실추를 감수하고서라도 몸을 낮추고 적극적으로 부인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승리와 관련된 혐의는 하나같이 입증이 쉽지 않은 것들이었다. 최근 불법 촬영물 유포 혐의가 추가되고, 해외 성매매 의혹 수사에 진전이 있다는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승리는 구속은커녕 기소도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제법 나왔다.

실제로 승리와 유인석의 사과문에는 일정한 패턴이 엿보인다. 이미 언론 보도로 드러난 사실에 대해서는 일단 인정하고 자세히 설명하되 범죄 관련성은 적극 부인한다. 그러나 결코 새로운 사실을 먼저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억울하고 잘 모르는, 약자 또는 피해자라는 입장을 부각한다. 한 법조인은 이를 두고 "고도로 정제되고 훈련된 형태의 글"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두 사람 모두 변호사의 조력을 받고 있으니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승리는 조선일보 인터뷰 후반부에서 "내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했을 때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무혐의가 나와도 경찰유착이라 할 거고, 윗선에서 봐줬다 할 거다. 결국 저는 한평생 이렇게 의혹에만 쌓인 사람으로만 살아야 한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혐의가 있고 없고는 경찰 수사를 지켜봐야겠지만 , 승리로서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밤샘 조사 마친 승리 (사진=연합뉴스)● 억울하다지만...결국 승리가 키운 의혹과 비판

지난 2월 말 성접대 의혹이 불거지고 나서 승리가 참고인 신분으로 처음 경찰에 출석할 때도 말이 많았다. 경찰이 먼저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자진 출두를 통보한 뒤 나가서 느닷없이 마약 검사를 받은 것이다. 물론 당시 마약 관련 의혹도 함께 제기됐지만 큰 줄기라기보다 곁가지에 가까웠다. 몸통은 감춰두고 멀쩡한 팔다리만 내놓은 셈이다. 당시 경찰 내부에서도 "오지 말라고 하고 우리가 부르겠다고 했어야 했는데 좀 잘못됐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일각에선 이 역시 시선을 돌리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승리는 억울함을 토로하지만, 결국 그를 둘러싼 모든 의혹과, 쏟아지는 비판은 스스로 키운 셈이다. 처음에는 "아니다", 부인을 거듭하다 거짓으로 드러나면 "몰랐다"고 대처했다. 성실하게 조사받겠다지만 해명과는 다른, 새로운 혐의가 나왔다. 그 와중에 법적 조력을 받으며 끊임없이 국면 전환을 시도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스스로 신뢰를 바닥까지 깎아내렸다.

물론 앞서 이야기했듯, 피의자가 자기 자신을 변호하고 방어하는 것은 법으로 보장된 권리다. 잘못이 있다해서 다 내려놓고 모든 비난을 끌어안을 필요도 없다. 그러나 대중의 사랑과 관심으로 성장한 연예인, 그리고 대형 기획사가 그 대중을 끊임없이 기만하면서 자신의 안위와 생존만을 도모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는 한 번 생각해볼 대목이다.

승리와 그 주변 인물들이 그들의 해명처럼 정말 억울하고 결백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역시 언젠가는 의혹은 가라앉고 진실이 가려질 것이다. 설령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해도 말이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늘의 그물은 성글어도 빠뜨리는 법이 없다고 했다. 무혐의로 결론 났던 정준영 사건이 3년여가 지나서야 제자리를 찾은 것과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