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비행기가 돌아선 이유는? 기막힌 사연 네 가지

이혜미 기자 param@sbs.co.kr

작성 2019.03.15 09:4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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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주로를 달려 비상한 여객기가 갑자기 기수를 돌려 회항합니다. 비행기에 기술적 결함이 발견돼 승객의 안전이 위협받거나, 기상악화와 같은 천재지변으로 급히 착륙해야 하거나, 승객 중에 위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조종사는 회항을 결정합니다. 누가 들어도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이런 몇몇 사유를 제외하고 비행기가 회항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며 드문 일입니다.

그런데 기막힌 이유로 기수를 돌린 사례들이 있습니다. 한 가지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사건과 관련이 있고, 나머지는 해외에서 발생한 사례들인데 하나 같이 실소를 금할 수 없습니다.

지난 12일, 영국의 유명 언론 가디언은 홈페이지에 황당한 기사를 올렸습니다. 직역하면 제목은 이렇습니다. '공항에서 엄마가 아기를 잊은 후 사우디 여객기가 돌아서다'. 표현이 조금 어색하지만 제목만 봐도 어떤 상황인지 이해가 가시죠?

휴일인 지난 10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공항을 출발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던 여객기에서 한 여성이 다급히 "아기를 터미널에 두고 왔다"며 공항으로 돌아가자고 요청했습니다. 왜 아기를 두고 온 건지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여성은 더 이상 비행할 수 없다며 돌아가야 한다고 버티기 시작했습니다. 승무원을 통해 여성 승객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조종사는 관제사에 특별한 회항을 요청했습니다. 당시 조종사와 관제사가 주고받은 대화 내용은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음성파일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종사는 관제사에게 "신께서 우리와 함께하시길. 회항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어 여성 승객의 요청 등 자초지종을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상황을 이해한 관제사는 회항을 허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런 일은 우리도 정말 처음 겪네요."

2015년 3월에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영국 런던 히드로공항을 출발해 두바이로 향하던 영국항공 여객기가 회항했습니다. 회항의 원인은 누군가 화장실에 투척해 놓은 '배설물'. 승무원들은 기내 화장실에서 새어 나오는 지독한 배설물 냄새를 해결해보려고 애썼지만 실패했고, 승객들의 '건강'을 우려한 조종사는 이륙 30분 만에 기수를 돌려 히드로공항으로 돌아갔습니다. 이 여객기에 탑승하고 있던 영국의 한 지방 의원은 트위터에 자신의 경험한 이 황당한 상황을 전했습니다.영국 지방 의원 트위터 (사진=트위터 캡처)공항으로 되돌아간 승객들은 다시 출발할 때까지 무려 15시간이나 기다려야 했습니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14년 12월, 그 유명한 '땅콩 회항' 사건이 터졌습니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맏딸인 조현아 전 부사장이 기내에서 마카다미아를 그릇에 담지 않고 봉지째 가져다준 승무원의 서비스 태도를 지적하며, 비행기를 되돌려 수석 승무원인 사무장을 내리게 한 사건입니다.

이 일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는 재벌가 갑질 논란이 불거졌고, 조 전 부사장은 부사장직에서 물러났습니다. '땅콩 회항' 사건은 해외 언론들이 황당한 역대 회항 사례를 언급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손님입니다.

[핫포토] 조현아 외신 보도이보다 한 해 앞선 2013년에는 미국 LA를 출발해 뉴욕으로 향하던 아메리칸항공에서 '노래' 때문에 회항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한 여성 승객이 유명 팝가수 휘트니 휴스턴의 곡 'I Will Always Love You'를 목청껏 부르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승무원들이 다른 승객들을 위해 노래를 멈춰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승객은 끝내 노래를 멈추길 거부했습니다. 조종사는 무례하고 이기적인 승객을 여객기에서 내리게 하기 위해 목적지인 뉴욕 대신 캔자스시티 공항에 비상 착륙했습니다. 공항 도착 후 여성은 어떻게 됐을까요? 신고를 받고 대기하고 있던 미국 항공보안관에 제압돼 수갑을 찼고 결국 구금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