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주한미군 '사드 사업계획서' 제출…'사드 봉인' 해제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9.03.12 11:2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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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주한미군 사드 사업계획서 제출…사드 봉인 해제
2016년 6월부터 최근까지 사드(THAAD)는 휴화산 같았습니다. 2016년 6월 5일 청와대가 발표한 방침은 "절차적 정당성을 확립하는 차원에서 사드 성주 기지에 대해 엄격한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 뒤에 사드 포대의 정식 배치를 최종 결정하겠다"입니다. 일반환경영향평가의 전제 조건은 사드 기지의 사용자인 주한미군이 작성한 사업계획서 제출입니다. 2년이 다 되도록 주한미군은 사업계획서를 안 냈고, 그래서 사드는 개점휴업의 휴화산 상태였습니다.
 
주한미군이 지난달 21일 마침내 사업계획서를 국방부에 냈습니다. 사업계획서는 성주 기지를 어떻게 조성해서 어떻게 운영할지 상세하게 풀어쓴 두꺼운 책자 형태입니다. 국방부가 이 책자를 환경부에 전달하면 일반환경영향평가가 곧바로 시작됩니다. 사드 배치 여부를 최종결정하기 위해 넘어야 하는 마지막 산입니다. 이로써 사드는 일반환경영향평가를 피할 수 없는 활화산이 됐습니다.
 
2017년부터 작년까지 성주 기지로 사드 발사대와 레이더가 반입돼서 사드 포대가 배치된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발사대 6기, 레이더, 사통 시스템 등 1개 포대를 구성하는 장비들은 모두 반입됐습니다. 하지만 발사대 6기 중 좀 늦게 반입된 4기는 아직 자리를 제대로 못 잡았습니다. 장병들 숙소도 올려야 하고 발사대와 레이더 지반 공사, 전자파 관련 공사도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안됐습니다. 적 미사일을 탐지, 추적해서 요격하는 기능을 완전히 구현할 수 없는, 임시 배치 상태입니다.
 
주한미군이 사업계획서를 제출함에 따라 정식 배치를 최종결정하기 위한 일반환경영향평가가 곧 시작됩니다. 통상 13개월 걸립니다. 내년 4~5월이면 정부는 정식 배치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합니다.
 
● 다시 보는 주한미군 사드 배치
 
사드 배치 결정은 박근혜 정부 때 이뤄졌습니다. 2016년 1월 4차 핵실험, 2월 장거리 로켓 발사로 이어진 북한의 대형 도발에 한미는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결정했습니다. 1년 뒤인 2017년 4월 주민들 반발을 뚫고 사드 발사대 2기와 레이더 등이 경북 성주 사드 기지에 반입됐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사드가 이렇게 주한미군에 배치되는가 싶었습니다.
성주 기지에 반입되는 사드 장비들그런데 새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2017년 6월 5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적법한 환경영향평가를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두 달 전에 성주에 들여온 사드 장비들은 임시 배치라고 선을 그었고, 진행 중이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공청회 같은 중요 행위를 결한 부적격 절차라고 규정했습니다. 7월에는 국방부가 "일반환경영향평가를 거친 뒤 사드의 최종 배치 여부를 결정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쐈습니다. 급해진 정부는 이미 반입돼 다른 미군 기지에 보관 중이던 사드 발사대 4기 등 잔여 장비를 추가로 9월 초에 성주 기지로 옮겼습니다. 주민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심해지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번 사드 배치는 안보의 엄중함과 시급성을 감안한 임시 배치이다", "사드 체계의 최종 배치 여부는 여러 번 약속드린 바와 같이 보다 엄격한 일반환경영향평가 후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후에도 성주 기지에 공사 자재를 반입하려다 주민들과 충돌이 벌어지는 일이 종종 있었지만 우리 사회 전체가 들썩일 정도로 파장이 확대되지는 않았습니다.
 
● 사업계획서 제출 뒤에도 멀고 먼 앞길
 
일반환경영향평가 계획을 발표한 2017년 7월부터 현재까지 1년 7개월 동안 환경평가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주한미군이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주한미군이 지난달 21일 사업계획서를 제출했으니 이제는 일반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사드는 반입 때도 말썽이었는데 사업계획서 받아내는 과정도 험난했습니다. 사업계획서가 도대체 어떤 서류이길래 작성하는데 1년 7개월이나 걸렸을까요? 국방부 핵심 관계자는 "미군이 아무래도 한국의 환경영향평가 제도에 익숙지 않아서 오래도록 의견교환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주한미군이 사업계획서를 요령껏 쓰도록 지도 편달하는데 1년 7개월이 걸렸다는 뜻입니다.
 
일각에서는 사드의 봉인을 더 오래 묶어두기 위해서 계획서 작성을 지연시켰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작년에도 성주 기지에서 공사자재와 물자 반입으로 마찰이 생기는 등 종종 시끄러웠다"며 "그럼에도 사업계획서를 쓰는 데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사업계획서 작성에 1년 7개월이란 기간은 도무지 납득이 안 간다"고 꼬집었습니다.

주한미군이 지난달 21일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도 20일이 지났습니다. 국방부는 아직도 사업계획서를 환경부에 전달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업계획서가 환경부로 가는 순간 일반환경영향평가는 시작됩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아직도 미 측과 세부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1년 7개월 동안 긴밀히 협의해서 사업계획서를 만들어냈는데 또 협의를 하고 있습니다. 사업계획서를 환경부에 넘길 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끌고 일반환경영향평가도 아주 꼼꼼히 하면 사드 배치 최종 결정의 공은 다음 정부로 넘길 수도 있습니다.
 
특히 일반환경영향평가는 평가협의회 심의, 평가서 초안 작성 및 협의, 공청회·설명회 등 통한 주민 의견 수렴, 평가서 본안 작성 및 협의의 단계로 이뤄졌는데 의지를 갖고 추진하지 않으면 매 단계 완수하는 기간이 고무줄처럼 늘어납니다. 일반환경영향평가 기간이 13개월로 알려졌는데 이는 어떤 마찰도 없을 때의 일입니다.
 
사업계획서 작성 과정과 제출 이후의 모습을 보면 의도적인 '시간 끌기'의 분위기가 엿보입니다. 약속한 대로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추진해서 배치가 됐든 철수가 됐든 최종 결정은 이번 정부에서 하는 게 옳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