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5G는 '혁신'될까? MWC 초행 출장기

정혜경 기자 choice@sbs.co.kr

작성 2019.03.07 08:21 수정 2019.03.08 16:0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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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끊겠어. 어. 어. 어. 널 끊어 버리겠어.'

2017년 월간 윤종신 2월호 앨범엔 '와이파이(Wifi)'라는 곡이 있다. 미련을 가득 남긴 채 헤어진 연인을 이젠 기어이 끊어버리고 말겠다는 가사. 가끔 끊기는 인터넷 접속 환경을 떠올리게끔 의도된 전달 방식이 독특하다. 접속자 과다로 가끔 동영상 버퍼링이 길어질 때도 있고, 접속이 끊어지기도 하는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2017년의 대한민국엔 어울린다. 그런데 앞으론 '왜 이 노래 제목이 와이파이야?'라고 물어보는 이들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끊어지지 않는 연결 사회, 5G 시대가 곧 온다.

● 5G, 폴더블, 바르셀로나

매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Mobile World Congress)는 우리말로 이른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로 불린다. 2천여 개 넘는 기업 등에서 10만 명 넘는 인파가 2006년부터 바르셀로나를 찾고 있다. MWC를 주최하는 GSMA(세계이동통신사업연합회)에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바르셀로나는 최근 2030년까지로 개최지 계약을 마쳤다. 앞으로 최소한 10번은 여기서 더 전시회를 연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바르셀로나 개별 기지국 사정은 썩 좋은 편이 아니다. 최첨단 기술을 다루는 전시회가 매해 열리지만 고급 호텔 와이파이 속도도 800 kbps에 불과하다. 영상을 한국으로 송출해야 기사를 쓸 수 있는 방송기자들 입장에선 '지옥의 출장지'다. 이번에도 뉴스 시간에 임박해 심야에 가까운 시간까지 수 명이 인근 PC방을 전전해야 했다.
5G는 '혁신'될까? MWC 초행 출장기(취재파일 사진)
▲ 4GB 용량을 전송하려면 3일이 걸리는 것이었다.

올해는 2월 25일부터 28일까지 나흘간 행사가 개최됐다. 15만 명에 이르는 인파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매일 새벽같이 나서야 했다. 행사장 출입구엔 바로 전 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공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 S10 제품 판촉물이 걸려있다. 직원 수 명에 불과한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25만 제곱미터에 이르는 큰 전시장에 볼거리가 가득했지만 행사 전체를 꿰뚫을 수 있는 메인 테마를 찾는 건 어렵진 않았다.
5G는 '혁신'될까? MWC 초행 출장기(취재파일 사진)5G는 '혁신'될까? MWC 초행 출장기(취재파일 사진)● 끊기지 않고 모두 연결된다… 5G라는 시대정신

어딜 가든지 5G란 단어가 붙어있다. 전체 면적을 중국 기업 화웨이가 절반 이상 차지한 1번 홀이나, 국내 기업들이 모인 3, 4번 홀에서도 온통 5G였다. 단독 부스를 차린 KT와 SKT, LG전자 부스에 함께 차린 LG 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사 3사를 비롯해 각국 유수의 통신회사들은 자사가 얼마나 5G 환경에 잘 대응하고 있는지를 가장 중점적으로 전시했다.

5G는 이전과 달리 속도뿐 아니라 데이터 지연시간, 에너지 효율 같은 13개의 핵심 기술을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채택한 표준안에 맞춰 구현한 통신 기술이다. 최대 데이터 전송 속도가 기존 LTE(4G) 환경보다 20배 더 빨라진다. 전송 지연도 0.01초에서 0.001초 이하로 개선된다. 사실 데이터 이용 면에서 현재도 크게 불편함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4G에 비해 10배 많은 수의 기기를 네트워크에 연결할 수 있는 5G 인프라는 주로 기업을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MWC 초행인 기자에게 모 통신사 임원은 "디바이스 기업 부스보다 각국 통신사 부스를 돌아보면 근 미래에 현실화할 5G 환경에 대한 이해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관람 팁을 귀띔해주었다. 조언에 따라 두 시간 남짓 주어진 일정 외 시간 동안 여러 통신사 부스를 돌아봤다. 자율주행차, 원격 조종, 인공지능과 결합한 방식, 영상 보안 기술 등 각론은 엇비슷하다.
5G는 '혁신'될까? MWC 초행 출장기(취재파일 사진)5G는 '혁신'될까? MWC 초행 출장기(취재파일 사진)미국 통신사 AT&T는 아예 투자 유치 목적 비즈니스 부스를 따로 차렸다. 블록체인과 연결된 보안 기술, 스마트 시티 구축 등에 대한 청사진을 간단한 그래픽으로 띄워놓았다. 프랑스 통신사인 Orange도 비슷한 형식으로 보안 서비스, 모바일 장치와 연동된 커넥티드 카 등을 소개했다. 보다폰은 자사와 제휴하는 여러 앱 개발업체들을 초빙해 부스를 차렸다. 동작 인식 인공지능을 활용해 청각 장애인과 대화할 수 있도록 수어를 번역해 주는 앱이 전시됐다.
5G는 '혁신'될까? MWC 초행 출장기(취재파일 사진)
▲ NTT 도코모 원격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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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키아 VR탁구게임

4G 통신보다 월등한 5G의 기술적 우위에 힘을 준 곳도 더러 있다. NTT 도코모는 원격으로 뇌수술을 받는 환자의 사례를 제시하며, 4G 통신과 5G 통신의 경우 얼마나 화질이나 반응 속도 면에서 차이를 보일 수 있는지를 비교해두었다. VR 글라스를 쓰고 탁구 게임을 할 때 4G와 5G의 반응 속도를 게임 사용자가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해둔 노키아 부스도 눈길이 갔다.

ZTE에서 개발한 예술 로봇을 지켜보는 관객이 많았다. 앞에 서 있는 사람을 360도 회전 센서로 인식한 뒤 인공지능을 활용해 현대 미술 화가별 화풍으로 이미지를 변형하는 로봇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바로 옆에선 피아노와 드럼을 즉석에서 연주하는 로봇들의 협연도 펼쳐졌다.
▲ 혹자는 이 영상을 보고 왠지 모르게 고단해 보이는 로봇을 위한 노조를 결성하고 싶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여러 통신사들 중에서도 일반 소비자가 실제 체험할 수 있는 이른바 '실감형' 전시 측면에선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콘셉트가 월등했다. 각사 모두 증강·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해 고용량 데이터가 어떤 식으로 현실에서 구현될 것인지를 전시해두었다. 특히 SKT는 실제 공간을 그대로 구현한 VR을 활용해 직접 호텔을 방문하기 전에도 전망과 인테리어 등을 고객이 먼저 살펴보고 방을 잡을 수 있는 체험존을 마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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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회사와 더불어 VISA나 마스터카드 같은 금융사, BMW와 벤츠 같은 자동차 회사에서도 부스를 차렸다. '모빌리티' 기술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를 찾기가 힘든 요즘, 가전과 모바일 기기의 장벽도 허물어졌다.

● 유리벽 안에 갇힌 제품들…'폴더블'? '언터처블'!

5G가 구현할 미래상과 더불어 이미 행사가 시작하기 전부터 이목을 끈 건 각국 대표 제조업체들이 내놓은 신작 디바이스들이었다. 삼성전자가 애플 본사가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MWC가 시작하기 5일 전 발표한 '갤럭시 폴드'와 화웨이가 개막 직전 공개한 '메이트 X'가 적절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흥행 열기를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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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폴딩과 아웃 폴딩. 접는 방식도 다른 두 폴더블 폰을 비교하려는 각국 블로거들로 부스가 인산인해를 이뤘다. 레이지의 모토로라, 샤오미 등도 이번에 폴더블 폰을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이번 MWC에선 삼성전자, 화웨이와 일찍이 CES에서 '세계 최초 폴더블'을 표방하며 접히는 휴대전화를 내놓은 중국 벤처기업 로욜만 부스에 폴더블 폰을 전시했다.
5G는 '혁신'될까? MWC 초행 출장기(취재파일 사진)
▲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
5G는 '혁신'될까? MWC 초행 출장기(취재파일 사진)
▲ 화웨이의 메이트 엑스

언팩 행사 스트리밍에서나 접했던 삼성과 화웨이 폴더블 폰을 직접 접어볼 수 있을까 했던 기대는 빗나갔다. 양사는 사이좋게 인근 30cm에 접근 불가 프레스 라인을 설치하고 투명한 유리벽 안에 폴더블 폰을 가둬두었다. '접어서' 유명해진 스마트폰이었지만 정작 접지 못했다. 양사는 '혹시 모를 파손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답을 내놓았다. 상용화까지 한 달 여 정도의 기간만 남았지만 안정성 이슈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듯했다.

유일하게 접을 수 있었던 건 로욜이었다. 아웃 폴딩 형식으로 이미 시판된 상품인데 접히는 부분의 늘어남 현상과 디스플레이의 불안정함이 크게 느껴졌다. 단 한 차례 접고 펼치는 동안에도 카메라 앱이 왔다 갔다 말을 듣지 않았다.

● 강소 벤처기업도 즐비…나흘간 열띤 수주전

대기업에 가려 크게 눈에 띄진 않았지만 한국 스타트업들도 MWC에 대거 부스를 차렸다. 중기부, 코트라, 산자부 등 여러 기관과 부처에서 추천을 받은 업체들이 한 평 남짓한 부스에서 투자자를 유치했다.

유독 외국인 관람객들의 발길이 오래 머물렀던 아동용 코딩 완구업체 스타트업 '큐브로이드'는 행사 하루 만에 유럽 중등 교육 기관에 납품하는 회사와 연 10억 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창업 5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올해 연 백억 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도 음식 사진을 찍으면 인공지능을 통해 자동으로 칼로리를 계산해주는 앱이나 동반 출시 직후 국내 치아보험 판매율이 급상승했다고 하는 어린이 칫솔질 교육 앱 등 신선한 아이디어와 기술로 무장한 국내 벤처기업들이 즐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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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전시관에서 차로 20분쯤 떨어진 몬주익 전시장엔 아예 스타트업만을 위한 전시관이 따로 있었다. '4YFN(4 Years From Now)'관엔 모두 760여 개의 업체가 부스를 차렸는데, 이 가운데 한국 스타트업이 단일 국가별로는 가장 큰 10% 비중을 차지했다. 빠듯한 일정 중 틈을 내서라도 꼭 가고 싶었던 전시관이었지만 현지 경비원에게 석연찮은 이유로 메인 전시관 출입을 제지당하는 통에 아쉽게도 방문하진 못했다.

● 5G 패권 전쟁 개막…'보안 이슈' 화웨이 입길에

비록 기대와 달리 폴더블 폰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그간 염가 전략을 주로 내세운 샤오미는 5G 스마트폰 신제품인 '미믹스 3 5G'를 단돈 70만 원대에 내놨다. 전면 카메라를 밀어 올리는 슬라이드에 부착하는 방식으로 화면을 최대한으로 넓혔다. LG전자, 삼성전자가 내놓은 5G 폰의 거의 절반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 가격 공개 전 '밀당'하는 샤오미 담당자

이밖에도 뚜렷한 독자 노선을 택한 LG전자의 '듀얼 스크린'을 활용한 V50 씽큐 5G, 갤럭시 S10 등이 5G 스마트폰의 주력 라이벌이 될 전망이다. 후면에 무려 5개의 카메라를 부착해 사진 촬영에 최적화한 스마트폰인 노키아 9 퓨어뷰를 출시한 노키아나 여전히 MWC에 참여해 건재함을 과시한(?) 블랙베리는 아직 5G 폰이 없다. 소니도 데이터 전송 속도를 체크하는 수준의 5G 모델만 유리벽 안에 가둬뒀다.

신기술 신제품과 더불어 이번 행사의 가장 큰 스폰서인 화웨이의 백도어 이슈도 화제였다. 기기 사용자들의 정보를 우회적으로 중국 정부에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화웨이 궈핑 순환 회장은 "백도어는 설치한 적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한국 화웨이는 한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스페인 국제공통평가기준 검증기관의 정보보안연구소(E&E) 담당자를 불렀다. 미구엘 바농 최고경영자는 "스페인 정부 의뢰로 현재 검증에 돌입했으며 화웨이와 달리 삼성과 노키아 에릭슨 등은 검증 자격을 신청하지도 않았다"는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과기정통부는 바농이 스페인 민간 기관이 화웨이가 자체적으로 정한 기준을 검증하고 있는 사실을 과장해 말한 것이라며 특정 국가에서 요구하는 보안 수준을 평가하는 것은 아니라고 즉각 반박하기도 했다.

● 5G가 혁신이 되려면…비싼 요금제·서비스 규제 관건

향후 몇 년간의 미래를 선제시한 이번 MWC는 기술 발전의 양상과 더불어 기술 발전이 초래할 패권 경쟁의 양태도 함께 보여줬다. "미국은 시장 비중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중국 장비 수입 금지 조치 시 오히려 미국 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입장까지 내놓은 화웨이는 곧 미국과 캐나다를 상대로 제소에 나서겠단 방침이다. '미래 산업'의 중심에 선 5G 표준을 둔 패권 경쟁은 이미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늦어도 4월 중엔 상용화될 국내 5G 환경 구축의 성패는 일단 이통 3사의 요금제에 달렸다. 정부로부터 요금제 인가를 받아야 할 의무가 있는 시장 1위 사업자 SKT는 최근 '저가 요금제가 부실하다'는 이유로 과기부에 퇴짜를 맞았다. 설립 비용, 대용량 데이터 전송 비용 등을 두고 막판 줄다리기에 나섰다. 기술 발전의 수혜를 현실화할 서비스 규제 완화 여부도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