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트럼프의 '연합훈련 계산기'…한국 따로, 일본 따로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9.03.05 13:3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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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한미 연합훈련의 가격'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어제(4일)는 트윗에 "한국과 군사 훈련을 원치 않는 이유는 돌려받지 못하는 수억 달러를 아끼기 위한 것", "지금 시점에 북한과의 긴장을 줄이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늘은 또 "나는 오래전에 그 결정을 내렸다", "왜냐하면 그러한 '연습들'을 하는 것은 미국 입장에서 너무나도 큰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기자회견 때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이 정도면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연합훈련 비용 절약 의지가 확고하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그런데 극명하게 겹쳐 떠오르는 나라 하나가 있습니다. 일본입니다. 한국과 일본은 모두 방위비 분담금을 냅니다. 절대 액수는 일본이 많지만 주둔군의 규모와 시설을 따지면 단위 비용은 한국 부담이 큰 편입니다. 한국과 일본 모두 미국과 연합훈련을 합니다. 특히 일본은 요즘에도 부단하게 미국과 연합훈련을 합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을 향해서 "훈련에 들어가는 돈이 아깝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각각 미국의 동맹인데, 둘 다 연합훈련을 하고 방위비 분담금도 부담하는데 트럼프는 왜 유독 한국에게만 비용 압박을 하는 걸까요?

트럼프 대통령의 셈법에서 한국과 일본의 차이는 크게 두 가지 같습니다. 하나는 북한이고, 다른 하나는 무기 도입입니다. 한국은 '핵 무장' 북한을 끼고 있고, 일본은 미국의 초고가 첨단무기를 대량 구매하고 있습니다.

● 잇단 美日 연합훈련…트럼프는 비용 타박 안 한다!

일본 육상자위대와 미군은 작년 12월 3일부터 17일까지 2주간 캠프 히가시 치토세와 캠프 센다이 등에서 지휘소(command post) 연습 '아먀 사쿠라 75'를 실시했습니다. 일본 육상자위대 주력부대의 장교 5,000명과 미 태평양 육군, 주일미군, 해병대 제3 원정군 소속의 미군 장교 1,600명이 참가했습니다. 육상자위대는 이런 구체적인 훈련 내역을 공식 웹사이트에 공개했습니다.

한미 연합 지휘소 연습 '동맹'의 참가 병력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간은 분명합니다. 4일부터 12일까지 9일 간입니다. 주말 이틀을 빼면 7일로 미일 지휘소 연습 '야마 사쿠라'의 절반입니다. 기간이 짧다 보니 방어 연습은 하는데 반격 연습은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작년 9월, 美 B-52 폭격기와 日 F-15의 연합훈련작년 9월 27일엔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B-52 폭격기 한 대가 일본으로 전개해 일본 항공자위대의 F-15, F-2 전투기 12대와 연합훈련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돈 많이 든다고 앓는 소리를 하는 전략무기 B-52 전개 훈련이었습니다.

작년 10월 8일부터 10일 사이엔 미 해군 로널드 레이건 항모 전단이 나섰습니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항모 변신을 꾀하고 있는 이즈모 헬기 항모를, 항공자위대는 F-15 4대를 내보냈습니다. 로널드 레이건함의 모항이 현재는 일본 요코스카이지만 어찌 됐든 미 전략무기의 해외 연합훈련입니다.
작년 10월, 美 로널드 레이건과 日 이즈모 헬기항모의 연합훈련육상자위대 소속의 일본판 해병대인 수륙기동단은 지난 1월 초부터 2월 중순까지 미국 캘리포니아로 병력을 대거 파견해 한 달 여 기간 동안 미 해병대와 연합훈련을 했습니다. '아이언 피스트'라는 훈련인데 갓 태동한 수륙기동단에게 전술 하나하나를 미 해병대가 개인 강습하는 식의 보기 드문 장면이었습니다.

● 트럼프 대통령, 왜 일본에게는 관대할까?

미일 연합훈련은 오늘도 이곳저곳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측에게는 비용 문제를 전혀 거론하지 않습니다. 물론 동맹의 무게를 따지면 미일 동맹이 한미 동맹보다 무거울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군사 동맹이라면 훈련은 기본 중에 기본인데 훈련 비용을 따지는 건 상식 밖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심중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나는 일본의 미국 무기 구매입니다. 한 현역 장교는 대뜸 "일본이 미국 무기 사주는 걸로 모든 게 설명되지 않느냐"고 되물었습니다. 일본은 대당 2,000억 원을 호가하는 미국 록히드 마틴의 스텔스 전투기 F-35A를 100대 이상 구매할 계획입니다. 이즈모급(級) 헬기 항모를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F-35B를 탑재해 소형 항모로 개조할 청사진도 갖고 있는데 미국은 F-35B 40대 정도를 추가로 일본에 팔 수 있습니다. 일본은 공공연하게 군사대국을 꾀하고 있고, 미국은 초고가 첨단 무기의 무더기 판매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을 흔드는 데는 북한 변수가 작용 안 할 수 없습니다. 북한으로 하여금 비핵화 협상에 충실히 임하도록 유인하는 당근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을 줄이고 전략무기를 안 보내는 일종의 배려를 하는 모습입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성공을 위해서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 조정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큰 몸짓을 하며 생색내는 측면이 있습니다.

한미 연합훈련은 한국군만이 아니라 미국군에게도 전략적 필수 요소입니다. 로버트 에이브람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한미 연합훈련의 축소는 대비태세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로버트 넬러 미 해병대 사령관은 "한국에서 진행되는 훈련은 미 해병대의 준비 태세를 위해 필수불가결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더위와 추위가 오고 가는 기후, 강과 산이 반복되는 험난한 지형의 한반도에서 고도로 정비된 대규모 (한국)병력과 연합훈련할 기회를 놓치면 미군은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넬러 사령관은 탄식했습니다. 연합훈련은 한국군, 미국군 모두에게 득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