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시작부터 위태위태…'노련함' 필요한 황교안호

민경호 기자 ho@sbs.co.kr

작성 2019.03.04 16:5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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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호가 본격적으로 닻을 올렸습니다. 지난주 수요일 당선돼 다음 날 첫 최고위원회의를 열기는 했지만 이후 3.1절 연휴로 내리쉬었으니, 사실상 오늘이 '데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회의장 주재로 원내정당 대표들이 점심을 같이 하며 현안을 논의하는 '초월회'에도 처음 참석하는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초월회 참석하기도 전, 오전부터 다른 당 대표와 얼굴을 붉혔습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첫인사를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이 대표가 '5.18 망언 문제', 황 대표의 '탄핵·태블릿 PC 발언', '선거제' 관련 문제 등을 5분 넘게 지적하자, 황 대표는 '드루킹 사건'을 역공 카드로 꺼냈습니다.

불편한 말에도 서로 웃는 얼굴이었지만, 김경수 지사 이야기가 언급되자 이정미 대표의 얼굴이 급격히 굳어졌습니다. 이 대표 목소리가 살짝 떨리기도 했습니다. 이후로는 불편한 대화, 기싸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신임 당대표(왼쪽) / 정의당 이정미 대표 (사진=연합뉴스)<대화록>
**앞서 5분여 동안 이정미 대표가 황교안 대표에게 환영사. 환영사라지만 '5·18 망언 사태', '탄핵 관련 발언' 등에 대해 지적하는 부분이 대부분을 차지함.

황) 10분 환영사를 감사드립니다.
이) 제가 정말 너무 드리고 싶은 말씀이 많았는데 이것도 줄이고 줄였습니다.
황) 아 그래요? 김경수 지사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해서는 지금 당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어요?
이) 그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황) 아니 김경수 지사
이) 지금 재판 중에 있지 않습니까?
황) 그 부분에 관해서는 입장이 어떠신지?
이) 재판의 결과를 지켜봐야 된다는 것이고요. 과거의 전래에 비추어서 김경수 도지사를 법정 구속까지 하는 것은 과하다. 이것이 저희들의 입장입니다.
황) 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한 댓글 조작, 소위 이제 댓글 조작 사건이라는 것 하고, 김경수 지사가 한 것하고의 비교는 해보셨죠?
이) 정부 기관이 직접적으로 나서서 댓글 공작을 한 것과 어떤 사인이 권력에 접근해서 댓글 조작 사건, 댓글 조작에 관여했다라고 하는 것의 차이는 알고 있습니다.
황) 제가 이제 여쭤보는 것은, 우리가 이제 같은 야당 안에서 다른 당에 대해서 뭘 해라라고 하는 것도 해야 되겠죠. 그런데 야당은 또 여당에 대해서 같이 힘을 합해 나가야 할 부분도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좀 같이 대처할 부분들을 좀 힘을 모으면 좋겠다. 그런 말씀을 좀 드리려고 제가
이) 대표님께서
황) 제가, 제가 저희가 할 일들은 지금 말씀 또 잘 들었으니까 또 잘 이렇게 또 감안하고, 바른 조치들이 뭘까 이런 것도 좀 잘 챙겨 보고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 네 대표님께서 저희 당을 처음 찾아오셔서 드루킹 사건을 여기서 말씀하시는 것은 참 저로서는 놀랍습니다.
황) 아니, 그런 당에 대해서 그런 게 아니고, 우리가 지금 같이 할 일들이 많이 있다.
이) 예, 많이 같이 해야 할 일 중에, 그 사건을 집어서 말씀하신 것은 저로서는 참 유감스럽습니다.
황) 지금 저 그런 상황이죠. 그런 우리가 대처해야 될 것들을 좀 같이 해 나가는 이런 야당의 협력도 필요하다. 그런 생각이 좀 들고 지금 말씀하신 부분들은 제가 잘 이렇게, 이해해서 필요한 부분들은 좀 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이) 점심때, 총회 때 뵙게 되니까 그때는 또 5당 대표님들하고 같이 머리 맞대고 3월 국회를 어떻게 할 것인지, 5.18 망언 문제를 또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함께 또 머리 맞댔으면 합니다.

환담하는 황교안과 이정미 (사진=연합뉴스)갑작스레 급격히 불편한 분위기가 된 이유는 이정미 대표의 이 말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 사건을 집어서 말씀하신 것은 저로서는 참 유감스럽습니다." 정의당에게 드루킹 사건은 '그 사건'이기 때문인 것입니다. 노회찬 전 대표의 죽음과 직접 관련돼 정의당이 가장 예민하게 생각하는, 또는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는 그 지점을 황교안 대표가 지적하고 나선 셈입니다.

민망하게 마무리된 첫 상견례 자리, 결국 황 대표의 약점으로 지적돼 온 '정치 경험 부족'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우선, 정의당과 노회찬 전 대표, 드루킹과 김경수 지사의 구도를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일부러 이야기를 꺼낸 것이라면, 이 대표의 '5분 쓴소리'에 너무 강력한 무기를 일찍 꺼낸 것입니다. 혹시 황 대표가 정의당이 노회찬 전 대표의 죽음과 관련된 드루킹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체를 몰랐다면, 그동안 지적돼 왔던 정치 경험 부족이 단적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일단 한국당은 '야권 공조를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이야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공조' 하자면서 서로 척질 수밖에 없는 말을 왜 꺼냈는지는 의문입니다.
황교안 (사진=연합뉴스)어느 당 대표도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한 부분이 장점이라면, 단점인 부분도 있습니다. 다른 당 대표도, 역대 어느 당 대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후보 시절 단점이 크게 지적되던 인물이라도 당 대표가 되면 논란의 빈도는 크게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소위 '참모'라고 불리는 수많은 당직자 등 '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단점이 저절로 보완되거나 최소한 가려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황교안호 극 초반, 한국당에서는 이런 작용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취임 후 첫 최고위원회의가 열린 지난 목요일, 회의에서 황 대표는 공개 발언에서 "회의 진행은 누가 하는 것이죠?"라고 묻습니다. 최고위원회의에 단 한 번도 참석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알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더더욱 참모들이 미리 알려줬어야 할 일입니다. 한국당의 한 중진 의원은 당시 회의가 끝난 후 "도대체 참모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 건가?"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해프닝 같은 일입니다. 어찌 보면 단점으로 지적되던 '정치 경험 부족'을 '새로움', '신선함'으로 승화시킬 에피소드가 될 수도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하지만, 반복되면 다릅니다. 반년 넘는 비대위 체제를 끝내고 야심 차게 출범한 황교안 체제입니다. 한 발짝 한 발짝에 견고함이 필요합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