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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명 사상' 영흥도 참사 잊었나…통영 선박사고 인재 정황 속속

'22명 사상' 영흥도 참사 잊었나…통영 선박사고 인재 정황 속속
경남 통영 해상에서 가스 운반선과 충돌한 낚시어선이 전복되면서 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된 가운데 해당 사고가 인재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불과 1년 전 급유선이 낚시어선을 들이받아 15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친 인천 영흥도 참사와 유사한 사고가 되풀이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영해양경찰서는 사고 발생 사흘째인 13일 이번 사고가 여수 선적 9.77t 낚시어선 무적호(정원 22명·승선 14명)와 파나마 선적 3천t급 가스 운반선 코에타 쌍방 모두 충돌 책임이 있다고 보고 관계자들을 상대로 수사를 하고 있다.

현재까지 업무상과실치사·업무상과실선박전복 혐의로 피의자 신분 조사를 받은 사람은 가스 운반선의 필리핀인 당직 사관 A(44) 씨다.

무적호 선장 최 모(57) 씨에게도 같은 혐의를 적용했지만 사망해 공소권 없음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가스 운반선의 경우 선장, 1기관사, 조타수 등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해경은 가스 운반선 관계자 일부에 대한 구속영장 추가 신청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이 현재까지 파악한 사고 당시 상황을 보면 사고 인근 해역에서 동쪽에서 서쪽으로 운항하던 가스 운반선은 충돌 직전 3마일(약 4.8㎞) 떨어진 거리에서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던 무적호를 인지했다.

가스 운반선 당직 사관 A씨는 두 선박이 가까워지자 뒤늦게 항로 변경을 지시했지만, 충돌을 피하지는 못했다.

A씨는 해경 조사에서 "어선이 피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고가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적호 역시 충돌 전 가스 운반선을 맨눈으로 식별하고 속도를 다소 낮췄지만, 항로를 바꾸지는 않았다.

통영해경 관계자는 "전후 사정을 보면 두 선박이 서로 충돌 방지 의무를 다하지 않고 안이하게 대처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충돌을 목전에 두고도 안이한 판단으로 돌이킬 수 없는 대형 사고를 낸 건 2017년 12월 3일 22명의 사상자를 낸 인천 영흥도 사고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영흥도 진두항 남서쪽 1.25㎞ 해상을 운항하던 336t급 급유선은 사고 직전 9.77t 낚시어선 선창1호를 발견했음에도 충돌을 막기 위한 감속이나 항로 변경 등을 하지 않았다.

급유선 선장은 해경 조사에서 "(알아서) 피해 갈 줄 알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통영 해상 사고는 승선원 일부가 의무인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번에 사고가 난 무적호 선내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가 끝내 숨진 3명과 구조자 가운데 1명이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인천 영흥도 때도 사고 사흘째 마지막 시신으로 발견된 2명은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상태였다.

해경은 이 밖에 무적호가 지난 10일 출항한 지 3시간만인 오후 4시 6분 이후부터 무적호에 장착된 위치발신장치(V-PASS)와 선박 자동식별장치(AIS)가 미작동한 사실을 확인하고 그 경위도 수사하고 있다.

어선법상 위치확인 운항장치의 설치·작동은 의무이다.

하지만, 일부는 어자원이 풍부한 조업 금지구역에서 명당을 독점하려고 장치를 꺼놓기도 한다.

이럴 경우 사고 발생 시 위치 파악이 어려워 구조가 늦어지게 된다.

해경은 위치장치가 꺼진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무적호 선주에게는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한편 배가 완전히 물에 잠기지 않아 형성된 공기층인 에어포켓에서 생존자가 발견된 점은 다시 한번 해경의 구조 역량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무적호에서는 김모(58) 씨 등 2명이 에어포켓에서 3시간 가까이 버티다가 발견됐다.

영흥도 사고 때도 선창1호에서 낚시객 3명이 에어포켓에서 2시간 40분가량 버티다가 구조됐다.

통영해경 관계자는 "무적호 전복 이후 실종된 2명을 조속히 찾을 수 있도록 이날 수색 범위를 넓히는 등 향후 수색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11일 오전 4시 28분께 통영시 욕지도 남방 약 80㎞ 해상(공해상)에서 무적호가 3천t급 가스 운반선과 충돌한 다음 전복돼 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나머지 9명은 무사히 구조됐다.

(연합뉴스/사진=통영해경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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