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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북적북적 165 : '언젠가' 그곳에, '아마도' 가겠지…김연수 여행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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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아마도 나는 다시 여행을 떠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나는 다시 낯선 사람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낯선 사람은 다른 누군가를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할 것이다. 언젠가, 아마도. 누군가를 만나리라는 것. 그게 나의 여행이라는 것. 그 생각은 지금도 여전하다."

언젠가, 아마도… 정확하진 않으나 그렇다고 아주 터무니없지도 않은 이야기에, 감성 양념 더할 때 쓰는 표현이랄까요? 언젠가 다녀온 곳, 아마도 가본 곳도 되겠고 언젠가 가고 싶은 곳, 아마도 가게 될 곳도 되겠고 장소 대신에 사람을 넣어도 마찬가지, 마법과 같은 낱말이네요. 이번 주 북적북적에서는 김연수 작가의 여행 산문집 <언젠가, 아마도>를 읽었습니다.

여행에는 시공 개념이 다 들어있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갈 수도, 공간을 질러갈 수도 있는 여행… 그러고 보면 일상의 반대 개념은 여행 아닐까요. 일상이 무료하고 지루하고 지쳤을 때 가장 하고 싶고 가고 싶은 게 여행이잖아요. 그래서 저도 이 책을 골랐나 싶어요.

"혼자 여행하는 일의 묘미는 바로 거기에 있다. 거기, 고단함에. 아침에 일어나면 또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막막하다. 책을 읽어도, 음악을 들어도, 걷고 또 걸어도 시간은 좀체 흐르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관광지를 둘러보다 보면, 세상의 모든 관광지란 홀로 여행하는 자의 곤란을 해결하기 위해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거기 잠깐 앉았다가 다시 일어나는 순간, 나는 내가 에트랑제라는 인간종을 멸종의 위기에서 구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들은 어디에 있을까? 어디가 동서남북이며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러고 보면 참 오랫동안 나는 그 질문을 잊고 살았다. 나는 누구인가? 스마트폰을 끄고 하루만 혼자서 보내면 당장 맞닥뜨릴 그 질문을 말이다."

"혹시 비행기를 탈 일이 있다면, 그것도 유럽이나 미국으로 향하는 장거리 비행기의 이코노미석이라면 이 사실을 잘 기억하기를. 이건 말 그대로 하늘이, 즉 3만 피트 상공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다. 나라면 그간 해결하지 못한 원고를 처리하겠지만, 일상에 치여 끝맺지 못한 일에 몰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본래, 지구는 외롭지 않다. 하지만 그런 지구가 문득 외로워질 때가 있으니 그건 내가 여행할 때다. 여행지에서는 언제나 '론리플래닛'이라는 말이 딱 맞았다. 여행이란 본디 외로워지는 법이니까. 하지만 그 이유를 제대로 설명할 자신은 없다."


이 책은 론리플래닛 매거진에 연재했던 칼럼을 주로 엮었다고 합니다. 마지막에 읽은 글엔 론리플래닛 얘기가 나오죠. 김연수 작가의 책은 재작년 이맘때 '청춘의 문장들'과 '청춘의 문장들 플러스'를 욕심내서 함께 읽은 다음에 처음입니다.

50여 편의 글로 구성돼 있지만 50여 번의 여행담이라기보다는 한 번의 여행기를 쪼개 쓴 것 같기도 합니다. 여행 가서 읽기보다는 여행 가고 싶은 마음으로, 언젠가 다녀온 여행을 떠올리며, 언젠가 가게 될 여행을 구상하며 읽어보면 좋을 듯한 책입니다. 읽다 보면 제 마음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는 숱한 여행의 느낌과 생각들이 울렁울렁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저도 돌아보면 제법 여러 해에 걸쳐 여러 곳을 여행했는데 당시의 저는 지금 다 어디에 가 있을까요.

*출판사 컬쳐그라퍼로부터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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