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의 SBS 전망대] 84일간 84장 계약서 쓴 내 이름은 서글픈 알바생

* 대담 : 근로계약서 매일 쓴 당사자

SBS 뉴스

작성 2015.10.21 09:21 수정 2015.10.21 11:1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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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대한민국 최고 일류 호텔에서 벌어진 일인데요. 일용직 청년 알바생들에게 퇴직금을 주고 무더기로 해고하면서 이의 제기를 하지 않겠다, 그런 합의서를 쓰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별히 일용직 알바생들에게 하루에 한 번씩 날마다 근로계약서를 새로 쓰게 했다고 하는데요. 84일 동안 이 호텔에서 일용직 알바생으로 일하면서 무려 84번의 근로계약서를 썼던 한 대학생 연결해서 직접 말씀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영 씨 나와 계세요? 

▶ 근로계약서 매일 쓴 당사자: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안녕하세요. 지금 학생이시라고요?

▶ 근로계약서 매일 쓴 당사자: 

네. 대학교 2학년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공부하랴 알바해서 학비 벌랴 정말 많이 바쁘시겠어요.

▶ 근로계약서 매일 쓴 당사자: 

네. 정말 쉽지 않네요.

▷ 한수진/사회자: 

문제가 되고 있는 호텔에서는 언제 일을 하셨어요? 

▶ 근로계약서 매일 쓴 당사자: 

저는 2013년 말에 입사해서 그 다음해 3월까지 약 4개월 가량 했어요.

▷ 한수진/사회자: 

제가 84일이라고 말씀드렸는데 맞습니까?

▶ 근로계약서 매일 쓴 당사자: 

네 84일 맞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떤 일을 하셨어요?

▶ 근로계약서 매일 쓴 당사자: 

제가 했던 업무는 롯데호텔 1층에 있는 뷔페식당에서 주방 보조 업무였는데요. 주로 전문 조리사분들을 보조하고 식재료를 다듬고 청소하고 고객들 서비스 제공하는 그런 업무를 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음식 재료도 다듬고 청소도 하고 그런 주방 보조일을 뷔페식당에서 했다. 

▶ 근로계약서 매일 쓴 당사자: 



▷ 한수진/사회자: 

하루에 몇 시간 정도 일하셨어요?

▶ 근로계약서 매일 쓴 당사자: 

하루에 9시간에서 10시간 정도

▷ 한수진/사회자: 

9시간에서 10시간 정도. 그리고 또 학업도 하고. 혹시 하루에 얼마 받으셨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어요?

▶ 근로계약서 매일 쓴 당사자: 

시급이 6천 원 정도였어요. 하루에 6만 원 정도.

▷ 한수진/사회자: 

학비로도 그렇고 생활비로도 그렇고 요긴하게 쓸 수 있었겠어요?

▶ 근로계약서 매일 쓴 당사자: 

저처럼 서울에서 혼자 사는 학생한테는 소위 생계형 20대한테는 절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그 호텔에서 김영 씨 같은 일용 근로자들 일용직 알바생들에게 매일 근로계약서를 쓰게 했다는데 이게 사실인가요?

▶ 근로계약서 매일 쓴 당사자: 

롯데가 구인구직 사이트에 구인 게시물을 올릴 때는 장기간 오래 일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한다면서 막상 첫날 출근을 하면 근로계약서 두 장을 내밀어요. 한 장은 써서 회사에 내고 한 장은 근로자가 갖고 이걸 앞으로 매일매일 출근할 때마다 매일매일 쓰면 된다. 이렇게 쓰게 하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똑같은 내용이 들어있는 계약서를 매일 쓰게 했다고요?

▶ 근로계약서 매일 쓴 당사자: 



▷ 한수진/사회자: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 근로계약서인가요?

▶ 근로계약서 매일 쓴 당사자: 

정식명칭은 초단시간 근로계약서 즉 일용직 근로계약서이고요. 내용은 사용자 근로자의 기본 인적 사항, 계약 기간, 직무, 장소 이런 게 나와 있어요.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한 번 쓰면 될 것 같은데 처음 들어갈 때. 그런데 왜 이걸 매일 쓰게 했을까요?

▶ 근로계약서 매일 쓴 당사자: 

제 사례나 이번에 합의금 주면서 해고한 사례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처음엔 뽑아서 쉽게 쓰다가 언제든지 탄력적으로 인력 운영을 하려면 필요에 따라서 쉽게쉽게 해고를 해야 하니까 그런 의도가 깔려있다고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래서 매일 같이 쓰게 했다. 그러면 다른 일용직 근로자들도 그렇게 근로계약서를 날마다 썼습니까?

▶ 근로계약서 매일 쓴 당사자: 

네. 저 같은 경우는 입사부터 해고까지 84장을 썼는데요. 또 다른 저처럼 단기 일하는 청년들은 9개월 1년 이상 이렇게 일한 사람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몇 백 장씩 쓰고 있죠. 

▷ 한수진/사회자: 

1년 이상 일하는 사람들도 다 쓰게 했다는 거군요.

▶ 근로계약서 매일 쓴 당사자: 
 


▷ 한수진/사회자: 

초단시간 근로계약서가 아닌데요. 1년 이상 일했으면. 매일매일 그런 친구들은 300장 400장 가까이 썼겠어요. 그러면 얼마나 됐어요? 일용직 근로자들? 

▶ 근로계약서 매일 쓴 당사자: 

롯데호텔이 중앙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니까 연간 900명이 이런 식으로 쓰이고 있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매일 같이 근로계약서를 쓰면서?

▶ 근로계약서 매일 쓴 당사자: 



▷ 한수진/사회자: 

그리고 많게 갈 때는 1년 넘게 일하게 하면서도 이렇게 매일 같이 쓰게 했다는 거죠. 초단시간 하는 근로계약서를. 그런데 김영 씨가 해고를 당했죠?

▶ 근로계약서 매일 쓴 당사자: 



▷ 한수진/사회자: 

어떤 이유 때문이었나요? 

▶ 근로계약서 매일 쓴 당사자: 

제가 입사를 해서 크리스마스나 설날 삼일절 이런 빨간날에도 다 나와서 일을 했는데요. 이런 날 일하면서 알게 된 게 이런 빨간날에 나오면 정규직들이나 인턴사원들은 휴일근로 가산 수당이라는 걸 따로 받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우리 알바들도 혹시 우리는 왜 이런 걸 못 받나, 좀 더 세부적인 근로조건들을 알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런 게 명시되어있는 게 회사 취업 규칙이라는 걸 알게 됐고 그걸 인사과에 찾아가서 보고 싶다, 열람을 요청을 드렸는데요. 인사과 직원이 저한테 인턴사원이냐, 알바냐, 묻더니 제가 알바입니다 하니까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시면서 우리는 알바한테 그런 거 보여줄 의무 없으니까 나가라. 그리고 그 다음 날 전화통보로 더 이상 나오지 않아도 된다, 라고 받았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바로 해고를 했군요? 

▶ 근로계약서 매일 쓴 당사자: 



▷ 한수진/사회자: 

알바에게 취업규칙 같은 거 보여줄 필요 없다. 어떻게 하셨어요 그래서?

▶ 근로계약서 매일 쓴 당사자: 

저는 그래서 몇 개월 후에 바로 노동위원회라는 곳에 구제 신청을 했어요. 

▷ 한수진/사회자: 

결과는요?

▶ 근로계약서 매일 쓴 당사자: 

일단 처음에 지방노동위원회에서는 졌고요. 그리고 상급단체인 중앙노동위원회에서는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렇게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 이런 뜻인 건가요? 호텔이 잘못한 거다?

▶ 근로계약서 매일 쓴 당사자: 

맞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호텔 측에서는 어떻게 나왔죠? 

▶ 근로계약서 매일 쓴 당사자: 

중노위에서 부당해고 판정이 있고 롯데호텔 인사과장이 직접 전화가 왔어요. 만나자고. 그래서 세 차례 정도 만났는데 결국 그 내용은 합의를 하자. 합의 내용은 네가 소를 취하하고 언론에 이런 사실들을 말하지 않고 복직하지 않으면 3천만 원 주겠다, 여기에서 서로 좋게 조용히 끝내자, 라고 말하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3천만 원 줄 테니까 더 이상 문제 삼지 말자?

▶ 근로계약서 매일 쓴 당사자: 



▷ 한수진/사회자: 

거기에 대해서 김영 씨는 어떻게 하셨어요?

▶ 근로계약서 매일 쓴 당사자: 

일단 그게 저한테는 상처가 됐었던 일인데요. 이런 공공기관에서 그런 판정이 나면 잘못을 인정하고 처우를 개선한다든가 이런 태도가 아니라 어린 애 한 명 입 막고 없던 일로 덮고 그냥 나머지 쭉 가려는 태도를 봤을 때 회의감이 많이 들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죠. 그런데 지금 호텔 측에서는 소송을 걸었죠? 

▶ 근로계약서 매일 쓴 당사자: 

네.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서 행정소송을 시작했는데요. 

▷ 한수진/사회자: 

재판 결과가 1심에서는 패소를 했어요. 김영 씨가. 

▶ 근로계약서 매일 쓴 당사자: 

다시 뒤집혔네요.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2심은 진행이 되고 있는 거고요?

▶ 근로계약서 매일 쓴 당사자: 



▷ 한수진/사회자: 

중노위 판정도 그렇고 소송도 그렇고 판단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왜 판단이 엇갈리는 일인지 상식적으로는 잘 이해가 안 되는데 말이죠. 그런데 학생인데 이런 일을 어쨌든 겪고 공부도 해야 하는데 법정에 불려다녀야 하니까 많이 힘드시겠어요?

▶ 근로계약서 매일 쓴 당사자: 

제가 직접 소송 당사자가 되어 보니까 이 과정이 길어질수록 정신적으로 정서적으로 많이 피폐해지고 소진되는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더구나 김영 씨와 같은 조건에서 일하는 일용직 알바생들 해당 호텔이 일률적으로 해고했다면서요?

▶ 근로계약서 매일 쓴 당사자:



▷ 한수진/사회자: 

그런 점도 마음이 무겁겠는데요?

▶ 근로계약서 매일 쓴 당사자: 

아무래도 정황상 저의 사례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어떤 피해자를 복직시키고 잘못된 관행들을 시정하는 등의 태도가 아니라 어떤 혹시 모를 불씨를 전부 없애버렸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한수진/사회자: 

다른 호텔들도 그럴까요? 혹시 이야기 들으셨어요?

▶ 근로계약서 매일 쓴 당사자: 

제가 이번에 알게 된 건데요. 사건이 터지고 나서 여러 호텔들에서도 이런 식으로 똑같은 관행들이 고착화되어 있다, 이렇게 알게 됐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다른 호텔들도 비슷하다 하는 말씀이시군요. 김영 씨와 비슷한 대학생들 열심히 몇 백 장씩 쓰면서 일을 하고 있는 거예요.

▶ 근로계약서 매일 쓴 당사자: 



▷ 한수진/사회자: 

지금 이런 큰 호텔이 어떻게 이럴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알겠습니다. 곧 2심 판결 나올 거라고 하는데 저희도 잘 지켜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저희가 해당 호텔에 연락해서 관련 인터뷰를 요청했는데요.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서 별도의 입장표명은 하지 않겠다, 그런 뜻을 밝혀 왔다는 점, 청취자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