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리아 반군이 장악한 알레포에 버려진 정부군 장갑차
시리아 반군이 8년 만에 알레포를 기습 탈환하면서 2011년 이후 14년간 이어져 온 내전의 판세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습니다.
반군이 과거 수년간 버티다가 내준 거점을 순식간에 되찾자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중대한 위기에 몰렸습니다.
위기 때마다 구원에 나섰던 러시아, 이란은 다른 전쟁 탓에 도움에 나서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시리아 반군은 27일(현지시간)부터 수년 만에 가장 격렬한 기습 공격을 가했습니다.
결국 나흘 만에 알레포 대부분 지역을 손에 넣었습니다.
반군은 이들리브와 하마의 일부 지역도 점령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글로벌 매체들에서는 이런 상황이 알아사드 정권에 중대한 위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아사드 정권은 부친인 하페즈 알아사드 전 대통령 때부터 50년 넘게 독재해온 세습 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사드 대통령은 2011년 '아랍의 봄' 여파로 내전이 벌어지자 화학무기까지 써가며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하며 철권통치를 이어갔습니다.
국제사회에서 최악의 학살자, 전쟁 범죄자로 거론되는 그는 '중동의 불사조' 가운데 한 명입니다.
시위대의 공세 강화에 한때 실각 위기까지 내몰렸지만, 무자비한 탄압을 통해 권력을 유지했습니다.
시민들과 충돌이 내전으로 번진 뒤 패전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러시아의 개입으로 전세 역전에 성공했습니다.
아사드 대통령은 2016년 알레포를 비롯한 반군 점령지역을 속속 되찾으며 승기를 잡았습니다.
반군이 2012년부터 점령했던 상징적 도시 알레포를 되찾아올 때는 이를 전쟁의 전환점이라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외세의 개입 이후 사실상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시리아 내전은 반군의 반격으로 재점화하는 모양새입니다.
특히 정부군의 우군 역할을 해온 러시아와 이란이 각기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으로 시선이 분산돼 있다는 점은 아사드 정권의 위기를 심화하고 있습니다.
아사드 정권은 이란과 러시아의 군사적, 정치적 지원에 크게 의존해왔습니다.
이란은 대리세력으로 삼는 중동 내 '저항의 축' 일원인 시리아 정부군에 군사자산을 제공했습니다.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에 폭격기 공습 등 직접 화력을 보탰을 뿐만 아니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아사드 대통령을 향한 제재를 번번이 차단했습니다.
이번에 반군이 시리아 정권을 비호해 온 세력들이 전쟁에 따른 대내외적 압박으로 여력이 소진된 상황을 노려 반격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알레포 탈환을 주도한 반군은 과거 국제테러단체 알카에다와 연계됐다 관계를 정리한 무장조직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입니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와 이란의 이익을 정면으로 훼손하는 HTS의 이번 공세에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아사드 정권이 러시아, 이란에 의존하다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며 "미국은 지정된 테러단체인 HTS가 주도한 이번 공격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아사드 대통령은 일단 반군을 '테러리스트'로 표현하며 이들의 공격을 격퇴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아사드 대통령은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 이라크 총리 등과 통화해 시리아의 현재 상황 등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통화에서 "시리아는 동맹과 우방의 도움으로 테러리스트의 공격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그들을 물리치고 제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도 시리아 지원에 나섰습니다.
영국에 본부를 둔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에 따르면 시리아 정부군 전투기가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알레포에 공습을 가했고, 러시아 국방부도 반군에 대한 공습을 실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