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119 구급대원이 징계를 받았습니다.
샤워한다며 30분 뒤에 구급차를 보내달라는 신고자에게 "구급차를 기다리게 하면 안 된다" 이런 상식적이고 당연한 말을 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는 어제(20일)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올해 7년 차 소방공무원인 30대 A 씨는 지난 8월 "열과 콧물 때문에 힘들어 병원에 가야 한다. 다만, 샤워를 해야 하니 30분 뒤에 구급차를 보내달라"는 119 신고를 받았습니다.
황당한 요구에도 구급대원 A 씨는 신고자가 요구한 시간에 맞춰 현장에 도착했다고 하는데요.
정작 신고자는 8∼9분이 지난 뒤에 집에서 유유히 걸어 나왔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구급대원 A 씨는 신고자에게 "구급차를 이런 식으로 기다리게 하면 안 된다"고 당부한 뒤 병원으로 이송해줬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그 이후로 A 씨는 민원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신고자가 "모멸감을 느꼈다", "출동한 대원이 친절하지 않았다"며 수차례 악성 민원을 넣은 것입니다.
결국 A 씨는 스트레스를 받고 단기 입원을 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인천소방본부는 오히려 A 씨에게 1년간 포상을 금지하는 경고 처분을 내렸습니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라 매사 친절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데도 불친절한 응대로 불필요한 민원을 야기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우리 응급 체계의 혈관이라고 볼 수 있는 119 구급대원들이 민원 해결사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위급 상황인 줄 알고 출동했는데 막상 갔더니, 별일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신고자 (지난 5월 18일, SBS 8뉴스 중) : 여기 좀 앉혀만 주셨으면 좋겠는데, 의자에.]
[119 구급대원 (지난 5월 18일, SBS 8뉴스 중) : 앉혀만 달라고요?]
가정집에 급히 출동한 119 대원이 들은 요청.
고작 '앉혀달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다급하게 출동했다가 그냥 돌아오는 일은 다반사입니다.
[환자 (지난 5월 18일, SBS 8뉴스 중) : 음주인데 넘어진 건 맞고 확실한데요. 괜찮으니까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이렇게 환자 이송 없이 그냥 복귀한 119 신고 건수는 지난해에만 120만 건이 넘었습니다.
전체 신고의 35%에 달했는데요.
특히 "보일러가 안 돼서 추우니까, 집주인한테 연락해달라", "택배 문제를 해결해줘라" 이런 식으로 응급 상황도 아닌데 119 신고를 해서 출동한 건수도 20만 건이 넘었습니다.
5년 동안 이렇게 5배 가까이 불어난 수준입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비응급 119 신고 처벌 강화 등 해결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