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집무실 용산 이전이 이슈화된 지 1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당시의 여론은 매우 좋지 않았는데요, 전 국민 대상의 설문조사 결과 용산 이전을 지지한 비율은 약 20%밖에 되지 않았고, 아래의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 선거 직후임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후보 지지층 내에서도 명확한 지지 의견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조사기간 : 2022.05.04.-2022.05.09. / 의뢰기관 : 언더스코어 / 조사기관 : 데이터스프링코리아 / 조사방법 : 온라인 조사 /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 2.5% / 조사대상 : 성별, 연령, 지역별 인구비례를 고려한 표본 만 18-69세 1,500명
청와대 개방 후 관리 문제 및 경제 효과성 논란, 용산 이전 비용 및 도감청 취약성 등이 반대 이유로 제기되었고, 이전이 본격화된 이후에는 "사저에서의 출퇴근으로 인한 교통 체증 증가"까지 새로운 문제로 등장했습니다.
서초동 사저에서의 출근 경호 차량 배치 및 신호 통제로 인해 실제로 교통 체증이 심해진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반복적으로 제기되자 KBS는 취임 전후 약 보름간의 데이터를 활용해 출퇴근의 교통 체증 유발 효과는 미미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죠.
이번 스프 칼럼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약 1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보다 많은 양의 데이터와 좀 더 엄밀한 통계적 방법을 활용해서 해당 이슈를 다시 한번 검증해 보겠습니다. 분석에 활용한 서울시 교통량 데이터는 <데이터창고>에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 데이터 창고 주소 https://data.sbs.co.kr/?data_id=10000027
우선, 서울시 교통정보 데이터를 활용해 대통령 사저 출근길 영향권에 있는 여섯 개 도로(한강대교, 동작대교, 반포대교, 잠수교, 한남대교, 강변북로)와 나머지 도로(133개)들의 대통령 취임 전후 10주간(2022. 3. 11 - 2022. 7. 9)의 교통량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어떠한 정책이 도입된 이후 그 결과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에 영향받는 대상뿐만 아니라 영향받지 않는 경우에 대해서도 모두 비교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 결과 위의 <그림 2>에서 볼 수 있듯, 출근길 영향권에 없는 도로들의 경우 특별한 차이가 없었던 반면, 우리의 관심 대상인 여섯 개 도로는 소폭 교통량이 증가한 정황이 관찰되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대통령실과 서울경찰청의 주장이나 KBS의 분석 결과와는 달리 교통체증이 유발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저희는 이번 이슈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다루고 있음을 유념해야 합니다. 실제로 위의 <그림 3>에 나타난 바와 같이, 사저 출근길 영향권에 있는 여섯 개 도로들 (붉은 선)과 그에 속하지 않는 나머지 도로들 (푸른 선)이 이미 서초동 사저 출퇴근 실시 이전부터 꽤 명확한 차이를 보입니다. 나머지 도로들의 경우, 모든 기간에 걸쳐 특별한 교통량 변화가 없지만, 우리의 관심 대상인 여섯 개 도로들은 2022년 3월의 교통량이(5월의 사저 이전과는 무관하게) 여타 기간 대비 훨씬 낮았던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즉, <그림 2>와 같이 출퇴근 시점 전후 비교를 했을 때 대통령 사저 출근길 영향권의 여섯 개 도로에게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은 사저 이전 "이후"에 교통량이 증가했다기보다는 "이전"의 교통량이 기본적으로 낮았기에 발생한 착시 현상입니다.
통계적으로는 이를 이중 차분(DID, Difference-in-Differences) 분석에서의 평행 추세 가정(parallel trend assumption) 위배라고 부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정책에 영향받는 도로와 영향받지 않는 도로의 교통량 추세가 정책 도입 이전부터 애초에 같지 않았다는, 즉 추세가 평행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조금 다르게 접근해 보자면, 애초에 분석의 범위를 "전후 10주"가 아닌, 보다 좁은 범위로 설정했을 경우 이러한 문제가 기본적으로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볼 수 있을까요? 단순히 모든 도로를 비교하는 대신, 5월의 집무실 이전 발표부터 서초동 사저 인근의 여섯 개 도로와 교통량 추세(trend)가 비슷한 도로들만을 일부 추출한 후 비교 분석하면 되지 않을까요?
우리는 통계적으로 이러한 기법을 '매칭(matching)'이라고 부릅니다. <그림 4>는 이들 여섯 개 도로와 거리가 어느 정도 떨어져 있으면서도 교통량 추세가 비슷한 10개 도로를 추출한 뒤 양쪽을 비교한 결과입니다.
동일로(의정부IC), 밤고개로(세곡동사거리), 오정로(부천시계), 통일로(고양시계), 월드컵대교, 천호대교, 증산로(디지털미디어시티역), 북부간선로, 분당수서로, 서부간선지하도로
확실히 모든 도로들을 한데 모아 시각화했을 때와 달리, 5월 이전에도 양쪽 도로들의 교통량 패턴이 훨씬 유사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패널 회귀 모형을 통해 분석한 결과, 이번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서초동 사저 출퇴근이 특별히 인근 도로 교통량을 늘린다는 증거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TWFE, p-value 0.286)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 본 기획물은 한국 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