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권 거래 업체]
"뉴서울 CC는 36홀에 회원 수가 2천 명 정도 됩니다. 2천 명 회원이 동시에 토요일 예약하려고 들어가면 경쟁이 치열하겠죠? 열심히 빨리 들어가서 예약을 하셔야 합니다."
대학생 때 수강 신청한다고, 콘서트 표 예약 한 번 해보겠다고, 컴퓨터 앞에서 대기하다 정시에 맞춰 새로 고침 버튼 눌러 대던 경험. 모두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요즘은 골프장 라운딩 한번 하려 해도 살벌한 부킹 전쟁을 치러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예약 사이트 열리는 날을 기다렸다가 '광클'해야 간신히 부킹을 잡을 수 있습니다. 수억 원을 호가하는 회원권이 있다 해도 이 선착순 경쟁에서 밀리면 소용없습니다. 이번에 취재한 뉴서울 CC 골프장, 회원권 시세가 3억 5천만 원에 달하는데 예약 전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매달 정해진 날 오전 10시에 회원들을 위한 예약 시스템이 오픈되는데, 선착순이라 회원들도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비회원은 남는 시간에나 예약할 수 있는데 성수기나 공휴일에는 회원도 예약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비회원이 예약하는 건 언감생심입니다.
[3년 치 회사보유분 리스트를 입수하다]
[A 경감]
"솔직하게 얘기하면 형 동생 다 하잖아.
서장들, 과장들, 예약(부킹) 들어오면
전부 다 그 사람들(골프장 직원)한테 해놓는 거야."
'예약 창구' 역할을 하는 인물들이 있었습니다. 시청의 경우, 시의원이 체육과 소속 공무원에게 골프장 예약을 요청하면, 이 공무원이 골프장 직원을 통해 예약을 확정하는 방식입니다. 광주 경찰서의 경우 정보과 소속 정보관들이 유사한 방식으로 예약 창구 역할을 해왔다는 여러 증거가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걸로 알려졌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이 같은 골프 부킹 청탁이 경찰 간부들 사이에서 오랜 기간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다는 정황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A 경감 : 내가 나도 솔직히 뉴서울 (CC 골프장)뿐만이 아니라 다른 데도 (경기) 광주 골프장 내가 다 예약(부킹) 다 해줬어.]
[B 경정 : 뉴서울 (CC 골프장) 관련 건에 대해서는 들었는데 예약(부킹)은 옛날에는 경찰서에 나도 예약(부킹) 담당은 5년 했었는데]
뉴서울 CC 골프장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 5월 중순쯤. SBS가 입수한 회사보유분 예약 현황 파일에 이름이 나오는 경찰 간부들이 김성훈 경사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실토한 내용입니다. 다른 골프장에서도 이 같은 식으로 부킹이 이뤄졌고, 자신이 창구 역할을 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골프장 예약 청탁을 오랜 관행이라고 넘길 일이 아닙니다. 명백한 위법 행위입니다. 우선 예약 편의를 제공한 직원, 예약 편의를 받은 현직 공무원은 모두 청탁금지법에 저촉이 됩니다. 꼭 금전이나 회원권 같은 재산적 이익이 아니라 편의를 제공해주는 것도 유무형의 경제적 이익에 포함된다는 게 국민권익위의 유권해석 결과입니다. 여기에 직무 연관성과 대가성이 인정되면 뇌물죄 처벌까지 가능합니다. 나아가 김 경사는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전현직 경찰 외에도 더 많은 경찰 간부와 고위급 공무원들이 사건에 연루됐을 거라고 봤습니다. 실제 해당 리스트에는 취재진이 봐도 낯익은 이름들이 많았는데, 김 경사는 전현직 경찰, 공무원 수사를 마친 뒤 수사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었습니다.
[광주경찰서에서 곤지암 파출소로]
"지금 세상이 어느 세상인데 골프 부킹 시켜줬네, 이런 걸 질문하고.
그런 걸 제보하는 놈이 있으면 나 그 새끼를 죽여버릴 거야. 조직을 갉아먹는 놈이지."
'예약 창구' 역할을 했던 걸로 지목된 경찰 중 한 명이 취재진을 만나서 한 말입니다. 부정 예약 사건에 연루된 걸로 지목된 전현직 경찰들은 서로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취재진을 향해 똑같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이런 걸 묻습니까." 김 경사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회유까지 했던 인물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용기 있게 조직 내부의 부조리한 관행을 고발한 수사관은 한순간에 조직을 갉아먹는 존재로 매도되고 있었습니다. 뉴서울 CC 골프장 보도를 한 뒤 취재진에게 비슷한 내용의 제보들이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습니다. 다른 골프장에서도 고위 인사, 특정인이 언제든 예약할 수 있게 예약 편의를 봐주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뉴서울 CC 골프장 문제는 우리 사회 전반에 구조화된 관행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어느 세상인데,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라는 그들의 말이 무색하게도 이런 일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뉴서울 CC 사건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관행이란 이름으로 지속되고 있는 위법 행위들을 끈질기게 취재해나가겠습니다.
▼ 2022.07.07 8뉴스
[단독] "골프장 수사, 내 이름 빼줘" 회유 녹취 입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