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넷플릭스는 극장 개봉 예정작이었던 한국 영화 '사냥의 시간'을 사들였습니다. 극장 관객이 10분의 1로 급감한 상황에서 영화 판매를 먼저 타진한 건 영화사 쪽이었습니다. 넷플릭스의 구매 가격은 110억 원 안팎으로 알려졌습니다. 넷플릭스는 이어 그다음 날(4/24)엔 제작비 6,000만 달러(우리 돈 750억 원)의 액션 영화 '익스트렉션'을 공개했습니다. 주인공 크리스 헴스워스 몸값만 150억 원 안팎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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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스트리밍 업체의 콘텐츠 리스트에 들어갔다는 건 극장 스크린에선 다시 보기 어려워졌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반대만 할 일은 아닙니다. 코로나19 시대에 온라인에서 더 큰 성공을 거둔 사례도 나오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트롤:월드 투어'는 지난달 미국에서 극장과 온라인에 동시 공개됐는데, 지금까지 무려 9,500만 달러(1190억 원)을 벌어 들였습니다. 2016년 극장에서 개봉된 전작의 3배 수준입니다.
[첫 번째 걱정]은-당연하지만-국내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영화들이 줄어든다는 겁니다. 특히 우수 작품들을 말하는 겁니다. 스트리밍 업체들이 A영화를 구매하면 그 영화의 해외 판권까지 가져가 버립니다. 그럼 우리 외화 수입배급사들은 한국 내 영화 배급권을 사올 수가 없습니다. 더욱이 스트리밍 업체들은 주로 실력 있고 유명한 감독과 배우들 작품을 집중적으로 사들입니다. 애플TV+의 그레이 하운드도, 넷플릭스의 익스트렉션도 한국 극장에선 볼 수가 없습니다.
국내 영화사 리얼라이즈의 원동연 대표(신과 함께 시리즈 제작)는 어제(26일) 개인 SNS에 "영화 창작자들은 코로나 이후에 각종 OTT(스트리밍 업체)로 영화 배급처를 전환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 온라인 배급으로 제작비를 회수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스트리밍 업체에 영화를 제값 받고 넘기기가 어렵다는 것이고, 영화 비즈니스가 결국은 극장 관람 수익을 기반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1000만, 1500만 극장 관객의 수익으로 더 크고 더 대담한 작품에 도전할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이미 '영화는 극장에서..'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는지도 모릅니다. 제가 만난 한 외화배급사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최 기자, 요즘 60,70인치 TV 엄청 많이 산데..코로나19가 끝나도 영화 그냥 TV로 볼 사람들이 늘어날 거야..." 다음 달 1일 영화진흥위원회가 준비한 영화 6000원 할인권 133만 장이 극장 체인 홈페이지를 통해 배포됩니다. 스트리밍 업체가 아무리 강해져도 슬기로운 영화 생활의 시작은 극장에 가는 것부터 시작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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