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는 지난해 10월과 11월 라응찬 前 회장 등 신한금융지주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자본시장법, 금융지주회사법, 은행법, 금융실명제법 위반 등의 혐의다. 이른바 ‘신한사태’로 불거진 차명 계좌, 비자금 조성, 불법 계좌조회, 정치자금 제공 등 라 前 회장을 둘러싸고 숱하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철저히 재수사해 달라는 취지였다.
라응찬 前 회장은 지난 2012년 11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 심리로 열린 ‘신한사태’ 공판에 불출석했다. 불출석 신고서에는 “신한사태 충격으로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치료 중”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그러다 라 前 회장은 2013년 12월 이백순 前 신한은행장 재판 때 증인으로 출석했다. 참여연대는 당시 항소심 재판부가 이렇게 평가했다고 전했다. “라응찬은 검사의 질문에 대체로 명확하게 진술하면서도 신상훈의 변호인이 반대신문하면 ‘현재 앓고 있는 질환으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변을 회피한다. 자신에게 불리하거나 신상훈에게 유리한 부분에 대해서만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하는 게 석연치 않아 선뜻 믿기 어렵다”
참여연대는 ‘라 前 회장이 법원 증인 출석 때만 해도 괜찮아 보였는데 검찰 관계자가 직접 자택에 가서 이야기를 나눠봤더니 기억을 못하는 등 정확한 진술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는 검찰의 언론 인터뷰 기사를 제시하며 검찰이 라 前 회장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비호하며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라 前 회장이 병세에 대한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에는 청바지 차림의 정정한 모습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나타나 신한은행 직원의 의전을 받으며 출국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찍히기도 했다. 참여연대가 제시한 2015년 1월 신한은행 동우회 소식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송년회 모임에도 라 前 회장은 참석한 것으로 돼 있다.
라 前 회장이 상세히, 또 공개적으로 설명 못할 질환(알츠하이머)을 앓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 라 前 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농심의 결정은 어이없는 일이다. 반대로 라 前 회장의 질환이 그리 심각한 게 아니라면 라 前 회장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사실 역시 어이없는 일이다.
후자일 경우에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신한금융지주는 지금 갑작스런 은행장의 와병으로 후계 구도가 꼬인 상태다. 차기 후보군들의 ‘各自圖生’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전통적으로 신한은 재일동포 주주들의 영향력이 강했고, 재일동포 주주들의 라 前 회장에 대한 신임은 각별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