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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뒹구는 주삿바늘…의료폐기물 처리 '꼼수'

<앵커>

일회용 의료기기가 크게 늘면서 의료폐기물 배출량이 한해 1만 톤씩 따라 늘고 있습니다. 여기에 혈액이나 인체 조직까지 2차 감염 위험이 있는 의료폐기물도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이런 폐기물의 관리 실태는 심각할 정도로 취약합니다.

기동취재, 최우철 기자입니다.



<기자>

이른 새벽, 병원 직원들이 지하 처리장으로 의료폐기물 상자를 옮깁니다.

한데 모은 상자는 냉장 운반차에 싣습니다.

수술이나 검사 뒤에 나온 인체 조직이나 폐 의료기구는 냉장차에 실려, 매일 왕복 서너 시간 거리의 교외 소각시설로 보내집니다.

단속 공무원과 함께 운반을 끝낸 차들을 점검했습니다.

2차 감염 위험이 커 내부 청소와 소독을 의무적으로 하게 돼 있지만 소독은 고사하고 청소한 흔적조차 없습니다.

[주삿바늘 아닙니까? 이건.]

또 다른 차량 적재함에선 다 쓴 주사기나 약병이 나뒹굴고, 내벽 곳곳엔 혈흔까지 말라붙었습니다.

세균이 증식하지 않도록 사시사철 영상 4도 이하로 냉장 운송하라는 규정도 있으나 마나입니다.

[의료폐기물 운송차량 기사 : (온도는) 제대로 관리를 안 하고… 수집, 운반 (과정에) 법률에 저촉 안 되는 게 하나도 없어요.]  

단속 공무원이 차에 실린 종이 상자를 뜯자 핏덩이와 태반, 인체조직이 비닐봉지에 담긴 채 쏟아져 나옵니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 : (이게 다 실험하고, 그냥 종이 상자에 이대로 실어 온 거네요?) 예.]  

냉장을 하지 않는 차 내부는 순식간에 세균 덩어리로 변합니다.

[이게 다 재활용하는 거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주사기나 바늘 같은 폐기물이 붕대 같은 일반폐기물과 한데 엉켜 있습니다.

[피가 묻은 건 따로 (밀폐 운반) 해야 하는 거 아시죠?]  

사람이 찔리면, 간염 같은 바이러스성 질환에 걸릴 수 있어서 종이 상자보다 7배 비싼 플라스틱 밀폐 용기를 써야 하는데, 이 돈을 아끼겠다고 위험천만한 꼼수를 쓰는 겁니다.

[이세걸/서울환경연합 : 여름철은 특히 문제가 되겠죠, 부패 위험도 있기 때문에. 장거리로 이동하면서 여러 가지 사고 위험에 노출된다는 거죠.]

국내 의료폐기물 총량은 해마다 1만 톤씩 늘어, 7년 새 3배나 급증했습니다.

일회용 의료기기 사용이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의료폐기물은 가까운 소각시설에 보내 빨리 처리하는 게 좋지만 관련 규정이 없다 보니 대부분 멀더라도 싼 곳에 보냅니다.

그러다 보니, 한해 2만 4천 톤 넘는 의료폐기물이 200km 이상 떨어진 시설까지 운반돼 소각되는 실정입니다.   

위생 사각에 빠지지 않도록 의료폐기물의 위생적 처리기준을 강화하고 무엇보다 운송거리를 줄일 제도적 손질이 필요합니다.

(영상취재 : 양두원·김태훈, 영상편집 : 김종우, VJ : 이준영, 화면제공 : 서울시 민생사법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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