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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접근금지?…은행 '높은 문턱' 여전하네

<8뉴스>

<앵커>

은행에서 돈 빌리기 어렵다는 뜻으로 문턱이 높다고 하죠? 그런데 장애인들에게는 물리적인 문턱이 너무 높아서 은행 가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정호선 기자가 따라가서 확인해 봤습니다.

<기자>

휠체어를 탄 한 지체장애인이 은행 앞에서 십여 분째 맴돌고 있습니다.

경사로가 없어 계단은 아예 접근이 불가능합니다.

[전상실/지체장애인 : 저희가 일을 볼래도 접근을 못하니까 사실은 은행일을 전혀 볼 수가 없죠.]

근처 다른 은행으로 가 봅니다.

장애인을 위한 경사로가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나마 계단이 낮아 부축을 받아 힘겹게 몸을 옮깁니다.

어른 네명이 휠체어를 들어 어렵사리 들어갔지만, 복병은 또 있습니다.

[전상실/지체장애인 : 제가 앉은 이 상태에선 앞에 스크린이 전혀, 글씨자체가 안보이니까.]

ATM 기기에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하부 공간이 없다보니 손을 뻗어도 닿질 않습니다.

[박성오/지체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 과장 : 깊이공간은 0.4~5m, 높이는 0.6~5m 이상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쪽은 보시다 시피 하부 공간이 없기 때문에 전면접근이 불가능하죠.]

서울 시내 은행 123곳의 ATM기 650대를 조사한 결과, 휠체어 공간이 마련된 기기는 단  한 곳도 없습니다.

은행 10곳 가운데 7곳은 경사로를 설치하지 않았습니다.

'무늬만 경사로'도 많습니다.

각도가 권고치의 4배가 넘을만큼 가파라서 수동 휠체어론 올라가기도 어렵고 부상 위험도 큽니다.

[박성오/지체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 과장 : 이런 간이경사로는 휠체어 사용 장애인을 위한 것이 아니고요, 은행의 어떤 짐을 나르기 위한 경사로로 밖에 볼 수 없는거죠.]

시각 장애인용 점자형 키패드와 음성 지원 시스템을 갖춘 ATM기는 서울 시내에 열 대도 안됩니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말까지 은행들의 장애인 편의대책을 마련하라 권고했지만 비용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실제 진행속도는 더딘 상황입니다.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다됐지만, 450만 장애인들에게 은행은 여전히 다가가기 어려운 공간으로 남아있습니다.

(영상취재 : 정상보, 영상편집 : 박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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