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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화재참사, 명문대 뭐길래

◎앵커: 네, 입시가 뭐고, 명문대가 뭐길래 꽃다운 나이에 삶을 접어야 하나! 이번 참사 희생자 가운데는 유달리 안타까운 사연을 지닌 희생자들이 많습니다. 이성철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이제는 유서가 되어버린 공책 한권을 받아든 유가족들의 가슴은 한없이 메어졌습니다. 공책의 주인은 21살의 늦깎이 수험생 김광민군. 흑산도에서 태어난 김군은 육지로 건너와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한 '지방대'에 합격해 2년을 공부한 대학생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장교를 지원했으나 결과는 낙방이었습니다. 사회진출의 첫 길목에서 쓴 맛을 본 김군은 뒤늦게라도 세칭 '명문대'에 가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삼촌): "사회 풍토가 명문대, 1류대 이런 식으로 하다 보니까... 지방대 나와서는 크게 성공하거나 제 몫을 제대로 못하겠다는 것을 느낀 거예요.">

2년씩이나 다녔던 지방대학을 그만두고 간 곳이 기숙학원이었고, 부모도 아들이 택한 길을 막고 싶지 않았습니다.

<(어머니): "어떻게 되었던 간에 공부가 최고잖아요. 공부를 안하게 되면 시골서 농사나 짓고...시골 부모는 그렇게 생각을 하지요.">

1년 뒤 동생뻘 되는 수험생들 틈속에서 대학입시를 치렀지만 역부족으로 고배를 마셨습니다. 1년만 더 투자하면 내로라하는 '명문대'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기에 기꺼이 삼수의 길을 택했습니다.

그러나 꿈많던 흑산도 소년은 "출세하려면 명문대에 가야 한다"는 한을 안은채 화마 앞에서 21살의 짧은 인생을 접고 말았습니다.

SBS 이성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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