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화재현장 일기장 "철창없는 감옥"

◎앵커: 이번 참사로 숨진 학생들은 문제의 학원에서 24시간 숙식을 하면서 대학입시준비를 해오던 수험생들이었습니다.

화재현장에서 발견된 이들의 일기장에는 이런 애절한 사연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성철 기자입니다.

○기자: 불이 난 강의실에서 발견된 일기장과 공책들입니다.

학원생들은 고단하고 힘든 학원생활을 일기와 낙서, 그리고 편지로 달랬습니다.

숨진 최형기 군은 지난 3월 6일자 일기에서 "여기엔 사람이 없다, 오로지 공부하는 '기계'들만이 존재할 뿐"이라며 비인간적인 학원생활을 토로했습니다.

시험을 잘 보지 못해 체벌을 당한 날에는 "재수생이 되어서까지 맞아야 한다는 사실이 억울하다"며 "뛰쳐 나가고 싶다"고 적기도 했습니다.

첫 휴가를 고대하는 마음, 그리고 외박을 앞둔 들뜬 감정을 담은 글귀들은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 이곳 생활이 군대와 다를 바 없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군은 이 입시학원을 감시카메라가 곳곳에 설치된 "철창없는 감옥"에까지 비유했습니다.

멀리 흑산도에서 와 있던 김광민군의 공책에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짙게 배어 있습니다.

´그리움´이라는 제목의 자작시에서 "그리운 어머니와 친구들"을 노래했습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겠다며 지방에서 다니던 대학마저 지난해 그만두고 학원에 와 있던 김군이었습니다.

그러기에 어버이날을 앞두고 써내려간 편지에서는 "부모님께 조금이나마 기쁨을 드릴 수 있는 건 공부 뿐"이라며 대학진학을 통한 보답을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김군이 대학에 반드시 합격하겠다며 적은 듯한 "나 간다 꼭 간다"는 글귀는 이루지 못할 메아리로 남고 말았습니다.

SBS 이성철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