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무기 구매의 실무 책임자인 국방장관과 방위사업청장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청와대와 무기 구매와 관련된 논의를 한 적이 없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했다는 앞으로 3년간 무기 구매 계획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무기 구매는 군의 전략과 전술에 따른 소요, 또 안보 환경에 맞춰 정치하게 조율되고 결정됩니다. 절차도 대단히 복잡다단합니다. 3개년 계획을 어디에다 불쑥 내밀기가 참 어렵습니다. 군이 모르는데 청와대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법적으로도 오해를 부르기 십상입니다.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는 정경두 국방장관과 왕정홍 방사청장이 참석했습니다. 그날 아침 미국에서 날아온 한미 정상의 무기 구매 문답이 화제가 됐습니다.
백승주 의원 : 청와대 안보실하고 미국으로부터 대규모 (무기) 구매를 위해서 의논하거나 협의한 적 있습니까?
정경두 장관 : 없습니다.
백승주 의원 : 없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왜 자꾸 그런 얘기를 해요?
이때 여당의 한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한테 물어봐라", "그걸 왜 국방장관한테 물어보냐"고 훼방을 놓았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던질 질문이 아닙니다. 한미 정상들이 나눴던 무기 관련 대화에서 진짜 쟁점은 문재인 대통령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한테 제시했다는 무기 관련 앞으로 3년 간 계획입니다. 왕정홍 방사청장도 도무지 모르는 일입니다.
백승주 의원 : 장관님이 모르고 있고… 방위사업청장님! 무기 구매와 관련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방추위가 의결되면 방위사업청장이 일해야 되죠. 이와 관련해서 청와대와 의논할 일 있습니까?
왕정홍 청장 : 아니, 없습니다.
백승주 의원 : 참 이건 귀신이 놀랄 일이에요. 우리 정부 당국자는 아무도 무기 구매와 관련해서 얘기를 안했다는데… 장관님과 방위사업청장님을 우회해서 패싱해서 무기 구매를 논의하는 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정경두 장관 : 네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백승주 의원은 정경두 장관에게 재차 확인했지만,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이 이야기한 무기가 어떤 것들인지 답을 못 찾았습니다. 국방장관과 방사청장도 모르겠다는데 청와대는 앞으로 3년 동안 어떤 무기들을 얼마나 사들일 작정일까요.
● 무기 도입에는 엄정한 절차가 있다!
미국 무기 구매 관련 한미 정상회담 발언에 대해 백승주 의원이 정경두 장관에게 국방부와 청와대 안보실의 협의 여부를 최종적으로 체크했습니다.
백승주 의원 : 청와대 정상회담을 준비한 팀하고 얘기한 적이 있느냐, 그걸 묻는 겁니다.
정경두 장관 : 저는 없다고 말씀드렸고…
백승주 의원 : 청와대 안보실하고 의논한 적 없다고 분명히 말씀하셨죠.
정경두 장관 : 무기 체계 구매와 관계된 것은 방위사업 절차, 방위사업법에 따라서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걸 말씀드리겠습니다.
정 장관의 말대로 무기는 방위사업 절차, 방위사업법에 따라서 도입됩니다. 먼저 육해공군 또는 해병대에서 필요한 무기를 합참에 제기합니다. 합참이 해당 무기의 필요성이 있다고 결정하면 국내 개발이 가능한지 해외에서 도입해야 하는지를 검토합니다. 이어 경쟁 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정하고 개발 또는 구매하는 방식입니다.
소요 제기부터 도입까지 선행연구를 시작으로 수차례의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의결 등을 거치다 보면 3~4년은 훌쩍 넘어갑니다. 특정 기종을 선정하는 데도 1~2년이 걸릴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미국에게 3년 계획을 제시했다고 하니 정무적 판단으로 무기 사는 거 아니냐는 의문이 꼬리를 물 수밖에 없습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정무적 판단에 따라 특정 무기를 사기도 합니다. 박근혜 정부 때 차세대 전투기로 F-35A를 결정한 게 대표적으로 정무적 판단입니다. '적폐'의 올가미가 씌워져 감사와 수사까지 받았지만 F-35A 자체가 훌륭한 전투기여서 박 정부의 정무적 판단은 처벌받지 않고 있습니다.
또 무기 구매 3년 계획 제시는 미국 방산업계에는 일종의 사전 정보 제공입니다. 미리 탄탄히 준비할 여유를 제공하는 격이니 명백한 혜택입니다. 시장 질서, 절차적 정당성 등과도 거리가 좀 있습니다. 한국 무기 시장에서 미국의 잠재적 경쟁자인 유럽이 알면 송사에 휘말릴 수도 있는 사안입니다. 한미동맹 약화,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무거운 한미 간 현안을 관리하기 위한 지혜일 수도 있지만 적절한 카드, 정공법이냐는 의문이 남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