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금 보시는 화면은 '조선왕조실톡'입니다. 조선왕조실록의 일화들을 등장인물들의 카카오톡 대화 형식으로 재미있게 표현한 겁니다. 이런 식으로 스마트폰 메신저가 단순한 소통 수단이 아닌 새로운 창작활동의 장으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조지현 기자입니다.
<기자>
1504년, 연산군 일기의 일부분입니다.
[전국 여자애들 뽑아 / 이쁘고 노래 잘하는 애들로 / '흥청'이라고 불러]
[예 전하 / 흥청 좋아하네-_- 나라 망하게 할 망청이다 퉤 / 헐]
[ㅋㅋㅋㅋㅋㅋ톡방 착각했냐? / 너 능지처참ㅂㅂ]
세종실록을 볼까요.
비의 양을 재고 싶어하는 아들을 위해,
[왜 자꾸 구덩이를 파?]
[비 얼마나 왔나 재보려구요 / 근데 비가 흙에 스며서;; 아예 이런 통에 빗물 받아서 재볼까 하는데요. (사진)]
[오 좋은데? / 만들어볼래? 아빠가 개발자 붙여줄게. / (세종님이 장영실님을 초대했습니다.) / ㅇㅇ]
세종은 장영실을 카톡 대화방으로 초대합니다.
조선왕조실톡에선 이렇게 등장인물들이 관직이나 벼슬을 기프티콘으로 선물하고, 이미지도 첨부하고, 단체로 여러 명이 얘기하기도 합니다.
[변지민/웹툰 작가 : 누가 실록을 같이 보려고 하겠어요. 그래서 좀 재미있는 얘기, 알기 쉽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카카오톡으로 역할극처럼 했더니 다들 쉽게 받아들이시더라고요.]
'무적핑크'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웹툰 작가 변지민 씨가, 지난 7월 말부터 조선왕조실톡을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올리고 있습니다.
[변지민/웹툰 작가 : 말만 바꾼다고 생각했거든요, 다만 조금 경박하게. 카톡을 가져왔으면 카톡 정서를 가져와야 훨씬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의 틀을 이용해 이야기를 만드는 건, 전문가가 아니라도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노래 가사와 딱 맞는 카톡 대화는 뮤직비디오 화면으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10대들 사이에서는 대화를 생성하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등장시켜 대화를 꾸미고 친구들과 돌려보는 게 유행입니다.
[강정수/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 특정 서비스가 하나의 일반화된 서비스로 진화하게 되면, 다양한 문화적 현상이 발생합니다. 여기에도 나름대로 문법이 있고, 규칙이 있게 되는 거죠.]
신기술이 만들어낸 의사소통 수단이,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단계를 넘어 이젠 창작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한일상·제 일, 영상편집 : 박정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