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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이탈리아 학생 살해의혹 정보요원 수사 요구에 "증거없다" 일축

이탈리아 검찰이 2년 전 이집트의 노동운동을 연구하다가 현지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자국 대학원생을 죽인 용의자를 공개 지목하고, 이들을 수사할 것을 이집트 당국에 요구했으나, 이집트 당국이 이를 거부했습니다.

3일 ANSA통신 등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이집트 검찰은 "기소는 추측이 아닌, 확실한 증거에 근거해 이뤄져야 한다"며 자국 정보요원 7명을 줄리오 레제니 살해 사건의 용의자로 조사하라는 이탈리아 측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집트 검찰은 그러면서 레제니가 왜 학생 비자가 아니라, 관광 비자로 이집트에서 체류하고 있었는지를 이탈리아 측이 조사해야 한다고 역으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28세 이탈리아 청년 줄리오 레제니는 이집트 노동연구를 위해 이집트에 거주하던 2016년 1월 25일 카이로에서 실종됐다가 9일 만에 변사체로 발견됐습니다.

그의 사체에서 손톱이 빠지고 뼈가 부러지는 등 심하게 고문을 당한 흔적이 발견되자, 이탈리아는 레제니가 이집트 정보기관에 의해 고문을 당했다고 보고 이집트 측과 공조해 수사를 진행해왔습니다.

이탈리아는 레제니가 이집트 당국이 껄끄러워하는 노동운동 등을 연구해온 데다 이집트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언론에 기고해온 점을 들어 그의 석연치 않은 죽음의 배후에 이집트 보안 당국이 있다고 의심해 왔습니다.

이집트 측의 수사 협조가 지지부진하자 이탈리아 검찰은 지난 달 28일 독자적으로 이집트 정보기관 요원들을 고문 및 살해용의자로 지목해 발표했습니다.

이탈리아 외교부는 이후 지난 30일에는 로마 주재 이집트 대사를 초치해 이집트에서 잔혹하게 목숨을 잃은 레제니 사건의 전면적인 진상 규명을 위해 이집트 사법 당국이 조속히 수사에 나설 것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 역시 이날 레제니 살해 사건의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탈리아 거대 에너지 기업인 ENI의 이집트 사업을 포함해 양국의 모든 관계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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