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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척에 계신데

◎앵커: 한 칠순 할아버지의 이런 안타까운 사연도 있습니다. 꿈에 그리던 어머니를 찾아 남녘땅에 왔지만 어머니가 몹시 아파 지척에 두고 만나지 못하 고 있습니다. 이민주 기자입니다.

○기자: 개별상봉장으로 들어서는 량한상 씨. 50년 만에 만난 두 동생과 함께지만 표정은 그리 밝지 않습니 다. 어제 단체 상봉장에 나타나지 않았던 어머 니가 혹시나 기력을 되찾아 오늘은 찾아오시지 않을까 하는 한가닥 기대가 물거품이 됐기 때 문입니다.

<량한상(69) 어제 저녁에 어머니 생각하느라 편히 쉬지 못했습니다. 서울에 와서 어머니 만 나지 못 했는데 마음이 편했겠습니까?> 어머니가 몸져누워계신 서울 서교동과 개별상 봉장인 워커힐 호텔까지는 불과 30분 거리. 정 해진 장소에서만 상봉해야 하는 남북 합의사항 때문에 어머니를 지척에 두고도 뵐 수 없다는 것이 차라리 꿈만 같습니다.

<량한상(69): 어머니 꼭 만나뵙고 그 동안 고생 많이 한데 대해 인사 올려야지. 그런데 이렇게 됐으니 너희가 노력해서 어머니를 모시고 오너 라. 그렇게 하는 방법 밖에 없지 않느냐.> 같은 시간 구순의 어머니 김애란 씨는 형제의 상봉을 TV를 통해 지켜봤습니다. 눈뜨는 것조 차 힘겨울 정도로 기력이 쇠해 구급차도 탈 수 없는 상태지만 아들의 모습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습니다.

<기자: 옛날 얼굴이 좀 남아있습니까?> <김애란(88): 눈매가 예전 그대로예요. 안 왔으 면 모를까 꼭 네가 보고 싶구나.> 남편과 큰 아들이 북으로 간 뒤 홀로 5남매를 키우며 서럽게 살아온 50년. 꿈에서나 만나던 장남이 바로 눈앞에 있건만 어머니가 할 수 있 는 것은 그저 아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것 뿐입니다.

SBS 이민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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