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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해되면 손발 다 잘라버린다?…"트럼프 2기, 이 사람은 무소불위" [스프]

[뉴스페퍼민트] 일론 머스크와 DOGE, 능력주의 (글 : 송인근 뉴스페퍼민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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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없지만, 한국인에게 필요한 뉴스"를 엄선해 전하는 외신 큐레이션 매체 '뉴스페퍼민트'입니다. 뉴스페퍼민트는 스프에서 뉴욕타임스 칼럼을 번역하고, 그 배경과 맥락에 관한 자세한 해설을 함께 제공합니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해 한국 밖의 사건, 소식, 논의를 열심히 읽고 풀어 전달해 온 경험을 살려, 먼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부지런히 글을 쓰겠습니다. (글 : 송인근 뉴스페퍼민트 편집장)
 

1129 뉴욕타임스 해설 썸네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윤곽이 거의 다 드러났습니다. 상원의 인준 절차가 남았지만,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장관 후보로 지명한 인물은 대부분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의 인사 검증을 통과할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와 2기 행정부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많은 사람이 꼽는 특징이 바로 일론 머스크의 존재입니다.  연방선거위원회에 신고해야 하는  선거자금 내역만 봐도 머스크는 이번 선거에서 1억 달러 넘는 돈을 트럼프의 당선을 위해 썼습니다. 액수만 놓고 보면 머스크만큼 기부한  갑부들이 몇 명 더 있지만, 머스크만큼 트럼프 당선을 위해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선 갑부는 없을 겁니다.

복수도, 논공행상도 확실한 트럼프는 일등공신인 머스크에게 선거 기간 약속한 대로 정부가 효율적으로 작동하는지 감독하고 시정하는 역할을 맡겼습니다.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을 때부터 트럼프에게 충성을 맹세했던 비벡 라마스와미와 함께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를 이끌게 됐죠.

이름에는 부(Department)가 들어있지만, 직제상 정식 부처를 신설하는 건 아닙니다. 그러려면 법도 바꿔야 하고, 무엇보다 상원의 인준을 거쳐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대통령 직속 태스크포스에 가까운 형태로 움직이는 조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정부효율부의 약자는 (밈 코인과 같은) 도지(DOGE)가 되기 때문에 머스크도 이 이름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선출직도 아닌, 그렇다고 기존의 임명 절차를 거친 임명직 공무원도 아닌 "특별보좌관 머스크"는 트럼프의 최측근이 된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습니다.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기 위해 머스크에게 주어진 역할은 비용을 줄이는 일입니다. "쓸데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예산만 잡아먹는 공무원 조직을 도려내" 효율을 높이는 겁니다.

일론 머스크는 자타공인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가입니다. 그런 머스크가 기업을 성공적으로 경영했듯 "정부를 경영한다면" 큰 성공을 거둘 거라고 기대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반면, 머스크가 손에 쥔 막강한 영향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큽니다. 특히 머스크는 트럼프를 도와 선거에 뛰어든 뒤에도 여전히 자신이 성공적으로 키워낸 기업들의 최고경영자이자 소유주로 남아 있습니다. 정부효율부의 결정이 머스크의 사업에 부당한 특혜를 주게 될 때, 즉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s) 문제가 발생할 때 이를 방지할 안전장치도 없고, 해결하는 데 참고할 만한 기준도 없습니다. 그저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판단력과 결단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대통령의 눈과 귀를 장악한 일론 머스크가 정부의 결정을 통해 취할 수 있는 사업상의 이익이 가장 큰 분야가 바로 우주 산업입니다. 머스크는 마침 "미래의 나사"로 불리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창업하고 경영해 온 인물입니다.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에는 자신이 이룩한 성공의 요인을 무엇으로 꼽느냐도 있을 겁니다. 보수는 성공의 원인을 내가 잘 나고 똑똑해서, 내가 열심히 일해서, 내가 내린 결정 덕분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로 진보는 내가 받은 기회 덕분에, 나를 지원해 준 제도나 도와준 사람들 덕분에, 운이 좋아서 등 나보다 주변 환경과 상황에 공을 돌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둘을 칼로 두부 자르듯 나눌 순 없지만, 스펙트럼상 놓고 보면 경향을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정책을 놓고도 진보 진영은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부르지만, 보수 진영에서는 "결과의 평등"을 억지로 만들어내는 일이라며 "역차별"을 지적하는 일이 생깁니다. 어느 면을 부각하고 강조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지만, 진실은 늘 그렇듯 중간 어디쯤 있을 겁니다. 순전히 자신의 힘과 능력만으로 성공한 사람도 없을 테고,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주변의 도움과 운만으로 성공한 사람도 있을 수 없을 겁니다.

가난한 집안 출신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도 않은 자수성가한 사업가 머스크가 대표적인 '금수저' 출신 트럼프와 강력한 동맹을 맺을 수 있던 이유가 저는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자신이 이룩한 것은 내가 잘해서, 내가 잘 나서, 내가 내린 결정 덕분이라고 보는 사람은 "똑똑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못 하게 하는 장치"를 귀찮아하고 성가셔하며, 궁극적으로 혐오하게 됩니다.

수많은 법과 민주주의 제도, 정부가 그런데 트럼프는 이를 '딥스테이트'라고 부르며 도려내야 한다고 합니다. 언론이 사회의 공기(公器)로서 하는 역할도 비슷한데, 머스크는  그게 싫어서 아예 트위터를 사들여 자신만의 소셜미디어 세상을 만들어냈습니다. 머스크의 도움으로 대통령이 된 트럼프는 이제 머스크에게 우리가 하고 싶은 걸 가로막는 것들의 손발을 잘라내는 일을 맡겼습니다. 어디까지, 얼마나 많은 권한이 주어질지 명확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무제한의 힘을 발휘할 수도 있는 자리에 머스크가 앉았습니다.
 

머스크가 말하는 "실력주의"의 사각지대

물론 비효율적인 관료주의는 문제입니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의 사업에 필요한 인가를 받을 때 온갖 서류 작업을 처리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고생했다며, "사무실 안 이쪽 책상에서 저쪽 책상으로 서류 하나 가는 시간에 내가 로켓을 몇 대는 만들겠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필요하면 규모를 줄이고 불필요한 일을 줄이는 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분명 비대해진 미국 정부에 그런 부처, 업무, 산하 기관이 없지 않을 테고, 그게 곧 정부효율부가 할 일이 될 겁니다.

그러나 정부 자체를 모든 문제의 원흉처럼 보는 것도 현실적인 접근이 될 수 없습니다. 당장 머스크를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으로 만들어준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성장한 과정만 봐도 그렇습니다. 닐 파텔이 오늘 소개한 칼럼에서 지적한 것처럼 스페이스X는 나사(NASA, 미국 항공우주국)의 지원금과 조달 사업, 연구 용역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테슬라도 초기에 정부가 싼 이자에 장기로 자금을 빌려준 덕분에 파산할 위기를 넘겼습니다.  LA 타임스가 2015년에 분석한 기사에 따르면, 테슬라가 받은 지원금은 당시 이미 49억 달러나 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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