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트럼프 재선의 1등 공신으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2기' 미중 관계를 중재하는 역할을 하게 될지 주목됩니다.
머스크는 최근 트럼프 당선인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등 외국 지도자들과 통화하는 자리에 배석하고 참모진 인선에도 관여하고 있습니다.
'퍼스트 버디'(대통령의 절친)라는 별명까지 붙을 정도로 트럼프 당선인과 더욱 끈끈해진 머스크지만,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릅니다.
집권 1기 시절 중국을 미국 패권에 도전하는 국가로 규정하고 전방위 압박을 가했던 트럼프 당선인은 2기 정권에선 한층 강화된 대중 압박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반면 머스크는 테슬라 CEO로서 중국과 중요한 이해관계로 얽혀있어, 차기 트럼프 내각 인사들 가운데 거의 유일한 '친중 인사'로 분류됩니다.
중국은 테슬라의 가장 큰 해외 시장으로 글로벌 매출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며, 상하이에는 연간 95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테슬라 기가팩토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이에 더해, 연간 1만 개의 메가팩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신규 공장을 상하이에 건설 중이며 미국 네바다주에서 생산하는 일부 모델에 필요한 배터리팩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해관계 때문에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에 '관세폭탄'을 매겨 미중 관계가 악화할 경우 머스크의 사업은 상당한 타격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머스크는 중국 최고위 지도자들과도 우호 관계를 맺어 왔습니다.
작년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고 지난 4월에는 중국을 깜짝 방문해 리창 총리와 만났습니다.
리 총리는 상하이 당서기로 있었던 2019년 상하이 기가팩토리 완공까지 여러 도움을 준 바 있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2일(현지시간) 머스크가 미중 양국 최고 권력자들과 정치·사업 양면에서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점에 주목하면서 다가올 양국 관세협상에서 머스크가 중국 내 테슬라의 이익을 지키고자 할 것이며, 나아가 무역전쟁을 일부 완화할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웨드부시증권의 테크 담당 수석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는 머스크의 트럼프 새 행정부 참여가 "루비오와 다른 사람들의 매파적 태도를 일부 상쇄한다"며 "관세와 관련해서도 테슬라와 중국을 고려한 인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머스크가 완전 자율주행 허가 등 중국에서 얻어야 할 것들이 아직 많다면서, 중국에 보다 유화적인 접근방식을 택하도록 트럼프를 설득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미국의 전기차 전문 컨설팅사 던 인사이트의 마이클 던 대표는 "중국 지도자들이 트럼프에게 전할 중요한 메시지가 있을 때 머스크는 분명 최고의 통로가 될 것"이라고 NYT에 말했습니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도 중국 입장에서 자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머스크가 트럼프의 대중 강경책을 견제할 비장의 카드라고 지적했습니다.
중국 내 전기차 투자를 연구하는 코펜하겐 경영대의 코넬 반 부교수는 "테슬라는 중국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며 "머스크가 백악관에 있는 한 미중 간에 큰 갈등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미국에서는 머스크의 이러한 중국 의존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습니다.
상원 법사위 소속인 리처드 블루먼솔 의원(민주·코네티컷)은 지난 19일 빅테크와 중국 사이버보안 위협 관련 청문회에서 머스크와 중국의 협력관계를 두고 "이러한 광범위한 경제적 유대관계와 이를 악용하려는 중국의 의지는 위험한 조합이고 우리나라에 실제적인 위협"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청문회에 출석한 뉴욕의 컨설팅사 스트래티지리스크의 아이작 스톤 피시도 테슬라의 중국 의존과 관련, 중국이 미국 회사와 개인을 상대로 "기업적 영향력을 활용해 국가 안보 이익을 증진하는 것을 좋아한다"면서 "머스크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