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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독일 베를린에 처음 울려 퍼진 종묘제례악…"흥미롭고 아름다워" 호평

[Pick] 독일 베를린에 처음 울려 퍼진 종묘제례악…"흥미롭고 아름다워" 호평

한국 전통 음악이 독일 베를린에서 처음 울려퍼지다

현지시간 12일 종묘제례악이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대공연장에 처음으로 울려 퍼졌습니다.

세계적 클래식 음악축제인 베를린 음악 축제 '무직페스트 베를린(Musikfest Berlin)' 초청으로 열린 이번 무대에는 국립국악원 소속 정악단 48명, 무용단 18명, 제작진 20명 등 단원 86명이 조선 왕실의 종묘에서 제사를 지낼 때 연주하는 곡과 춤 전체를 선보였습니다.

매년 9월에 열리는 베를린 음악 축제는 세계 주요 오케스트라와 실내악단이 클래식과 현대음악에서 혁신적인 예술작품을 선보이는 축제입니다.

올해도 주최 측인 베를린 필하모닉을 비롯해 네덜란드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 런던 심포니, 미국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등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들이 참가했습니다.

그중 종묘제례악이 이번 축제의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로 선정돼 메인 공연장에 오른 것입니다.

유럽 대륙에서 아시아 국가가 초청 공연 기회를 얻는 일은 드물기 때문에 이번 공연은 역사적, 문화적으로 의미가 깊습니다.

베를린 음악 축제 예술감독이자 바이에른 방송국 뮤직 비바 음악 축제 예술감독인 빈리히 호프는 초청 배경에 대해 "종묘제례악은 대규모 예식으로 베를린 음악 축제의 장중하고도 화려한 성격과 잘 어울리고 유럽 음악처럼 수백 년의 공연 전통에 따라 주조됐다"며 설명했습니다.

또, 그는 "종묘제례악 공연의 모든 것은 우리에게 매우 새로우면서 다르다"며 "베를린 필하모니에서 종묘제례악이 울려 퍼지는 것은 처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현장 속으로

종묘제례악은 조선왕조의 역대 제왕과 왕후의 신주를 모신 사당인 '종묘'에서 그들을 기리는 제사인 '종묘제례'를 지낼 때 사용된 기악과 노래, 춤이 어우러진 종합예술입니다.

종묘제례악의 전통은 오늘날 국립국악원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지난 1964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고, 2001년 세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종묘제례악 소개 영상 캡처

현장에서는 관객들에게 종묘제례악의 역사적 의미를 설명하고 예술적 이해를 돕기 위해 독일어와 영어 설명이 LED 자막으로 제공됐습니다.

관객들은 오페라 공연에서처럼 자막을 읽으며 조선 왕조 왕들의 지혜를 찬양하는 '보태평지악' 11곡과 선조들의 군사상 업적을 찬양하는 '정대업지악' 11곡 명칭과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연주에서는 제사 절차를 생략하고 본래 고려 예종 때 중국 송나라에서 전래된, 아악(雅樂) 연주 형태의 하나인 '등가'와 '헌가'로 구분되던 악대를 나누지 않고 함께 연주해 보다 풍부한 음향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아울러 양질의 음향을 지닌 실내 공간에서 음악 중심의 연주를 펼치기 때문에, 야외 공간인 종묘제례 현장에서는 좀처럼 감상하기 어려운 섬세한 선율을 느낄 수 있게 한 점이 특징적입니다.

또, 장중하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추어지던 궁중 의식 무용의 춤사위를 무대 앞쪽에(베를린 필하모니 홀에서는 뒤쪽) 배치해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베를린필) 대공연장에서 12일(현지시간) 종묘제례악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이 박수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약 70분 연주가 끝나자 시작된 박수는 10여 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이날 대공연장 2천 200여 석 중 1천 800여 석을 메운 관객의 일부는 자리에서 일어서 단원들이 퇴장할 때까지 박수를 보냈습니다.

독일에서 한국 전통음악 공연을 기획하는 마티아스 앙트레는 "연주자들의 등장부터 압도적이었다. 음악의 반복적인 구조는 청중들을 고요하게 만들었다"며 "춤이 음악을 방해할 것이라는 내 편견과 달리 춤은 마치 '침묵의 음악'처럼 음악과 함께 녹아들었다"고 호평했습니다.

베를린 음악 축제 프로그램에서 마음에 드는 공연을 찾다가 이번 공연을 보러왔다는 마리온과 베른트는 "아주 흥미로웠고 익숙하지 않아서 아름다웠다"면서 "유럽에서는 이런 조합으로는 들을 수 없는 소리"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공연을 감상한 라스 크리스티안 코흐 아시아예술·민속학 박물관장은 "서울의 국악센터에서 처음 본 뒤 이번이 두 번째 관람인데,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대공연장에서 들으니 아주 좋았다"고 호평했습니다.

또 "소리의 울림도 좋았고 음역도 다 들을 수 있었으며 개별 악기의 소리도 잘 들렸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공연이 가지는 의미...전통문화 한류 도약 꿈꿔

 

베를린 음악 축제 웹사이트에 게시된 종묘제례악 소개 페이지 캡처

이번 공연은 아시아 공연 단체 최초로 베를린 필하모니 온라인 플랫폼인 디지털 콘서트홀(Digital Concert Hall, 이하 DCH) 웹사이트를 통해 온라인으로 생중계됐습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 연주가 DCH를 통해 방송된 적은 있으나, 한국 전통 공연 단체 공연이 전 세계에 실황 중계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녹화된 종묘제례악 공연 영상은 베를린 음악 축제 디지털 플랫폼(https://url.kr/apekcv)을 통해 오는 23일까지 DCH 가입 회원들에 한해 무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국립국악원의 종묘제례악 공연은 이날 베를린을 시작으로 독일 4개 도시를 돌며 순회공연에 나섭니다.

오는 17일 함부르크 엘브 필하모니, 23일 바이에른 방송국 무지카 비바 음악 축제, 26일 쾰른 필하모니 등 독일 4개 도시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조현옥 주독한국대사는 "한독 문화협정 체결 5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공연을 성사하려 3년 넘게 한국과 독일 양국이 협의했다"며 "양국 관계가 이번 종묘제례악의 독일 내 4개 도시 순회공연을 통해 더욱 발전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함께 김영운 국립국악원장은 "서양음악의 심장부에 종묘제례악 전 바탕이 울려 퍼지고 베를린 필하모니 DCH를 통해 온라인 생중계와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성사됨으로써 국악의 영토 확장에 크게 기여하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대중문화 한류를 넘어 전통문화 한류의 바람을 이어가고자 힘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국립국악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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