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술에 취해 차 운전석에서 잠이 들었는데, 차량이 움직여서 사고가 났다면 음주운전으로 볼 수 있을까요? 법원은 운전자 의지와 관계없이 차량이 움직인 것은 운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권지윤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13년 6월 김 모 씨는 술에 취한 채 차량 운전석에 앉았습니다.
시동이 걸린 뒤 한참 지나서 차량은 빠른 속도로 3m를 후진해 다른 차를 들이받았습니다.
출동한 경찰이 조사해보니 당시 김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51%, 만취 상태였습니다.
김 씨는 날씨가 더워 차 안에서 시동을 켠 채 잠을 잤고, 몸을 뒤척이는 과정에서 변속기와 가속페달을 건드린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차량이 움직였다는 겁니다.
그러나 검찰은 음주운전으로 이미 두 차례 처벌 전력이 있는 김 씨를 기소했습니다.
법원은 CCTV 분석 결과 김 씨가 정차된 차에 탄 뒤 꽤 시간이 흘러 사고가 났고, 사고가 난 뒤에도 상당한 시간 동안 차에서 내리지 않은 점으로 볼 때, 차 안에서 잠들어 있었다는 김 씨의 주장이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이어 "의지와 관계없이 차량이 움직인 것은 운전이 아니고, 따라서 음주운전도 성립하지 않는다"며 김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차량을 운전했다고 인정하기 위해선 시동을 켰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운전자의 의도된 차량 조작 행위가 있어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 영상편집 : 박춘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