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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륙 건너 '성지 순례'

한류 찾아 한국 온 푸른 눈의 '한류 팬'

[취재파일] 대륙 건너 '성지 순례'

외국 나가면 누구나 다 애국자가 된다고, 해외에서 삼성, LG, 현대 같은 브랜드만 봐도 자랑스럽고 뿌듯하죠. 요즘 들어서는 외국에도 한 대 건너 한 대가 전부 한국 제품일 정도로 많아서 전자제품이나 자동차는 그냥 으레 다 사용하는 것처럼 여겨질 정도입니다. 대신 낯선 땅에서 우리 스타의 얼굴이 눈에 띄어서 반가울 때가 종종 있습니다. TV나 광고에 아는 얼굴이 나오면, 왠지 모를 편안함이 느껴지면서, '한류가 말 뿐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도 듭니다.

일본, 중국, 동남아에서 한국 드라마와 가요가 열풍이라는 건 이미 오래 전부터 나온 이야기고요, 요즘에는 러시아, 이집트까지 한류가 불고 있다고 합니다. 더 놀라운 건, 문화의 중심지라고 불리는 유럽 대륙에까지 한류가 뻗어나가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프랑스에서 한류는 정말 대단한데, 200여 명의 회원을 거느린 한류 팬클럽까지 운영이 되고 있고, 한국 드라마와 가요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사이트도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지난해 말부터는 프랑스 수도 파리에서 한류 콘서트를 열어달라고 청원 운동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 한류 팬클럽 회원 50명은 이달 초 자비를 들여 한류를 찾아 한국으로 이른바 '성지순례'를 왔습니다!

이들의 첫 번째 방한 목적은 아무래도 한류 스타의 공연을 직접 보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은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 한국 대중문화를 처음으로 접한 데다, 유럽 대륙에서 한류 콘텐츠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인터넷을 통하는 방법 밖에 없기 때문에, 그만큼 직접적인 '스킨십'이 고플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이번 방한 기간 2주 동안 가장 핵심적인 일정은 방송사들의 가요 프로그램 방청과 한류 스타 팬미팅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사정상 이들이 원하는 만큼 모든 한류 스타를 만날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간절히 바라면 이뤄진다던가요. 어제 아이돌 스타 '샤이니'와 짧은 만남을 가질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10시간 비행 끝에 온 보람이 있었던 거죠.

과연 '샤이니'를 알까 싶었는데, 그건 기우였습니다. 프랑스 팬들은 '샤이니' 멤버가 몇 명인지, 각자 이름은 뭔지, 그동안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까지 한국 사람인 저보다 더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한국말로 된 가사도 척척 부르고, 안무도 그대로 따라합니다. '샤이니'라고 한국어로 쓴 플래카드까지 손수 만들었고, '샤이니 사랑해요'라고 한국말로 환호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왜 이렇게 한류에 푹 빠졌을까요. 그 이유를 물었더니 각자 생각도 다양합니다. "한국 가요와 드라마의 콘텐츠가 매우 다양하다.", "한국 스타들은 긴 트레이닝 기간을 거치는 등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외모가 굉장히 귀엽다,", "특히 드라마의 경우, 가족을 강조하는 모습이 좋고, 연인 사이의 얘기도 무척 로맨틱하다." 등등...... 한 번 빠지면 계속 찾아볼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프랑스 만화작가라는 한 남성은 "이미 10년 전부터 한국 가요를 좋아하고 있었다."면서 "박지윤, 카라, 샤이니, 서인국, 서인영"까지 한국 가수 이름을 줄줄이 꾀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한국 대중문화와 스타에 대한 관심이 생기다보니, 한국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레 생겼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 방한의 두 번째 목적은 한국을 좀 더 알아보자는 것이었습니다. 2주에 걸친 방한 기간 동안 서울 뿐 아니라, 부산, 인천 등 대도시와 주요 명소들을 두루 관광했습니다.

실제로 한국 대중 문화를 알게 되고, 한국을 돌아다니면서, 한국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고 이들은 말합니다. 그동안 '한국' 하면, 전쟁과 분단을 먼저 떠올렸었는데, 이제는 스타와 활기찬 도시 모습이 떠오른다고 합니다. 그래도 군부대를 견학한 건 기억에 남는다고 하는데요, 프랑스에서는 도시 안에서 군대 모습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네요.

이번 행사를 흐뭇하게 지켜보던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유럽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우리 문화에는 '기'와 '흥'과 '정'이 있습니다. '기'는 말 그대로 에너지입니다. 쉽게 말하면 우리 가수들의 춤에서 힘이 느껴진다는 것이지요. '흥'은 신명과 익살입니다. 마당극에서 느껴지던 해학과 웃음을 우리 스타들은 예능 등으로 뽐내고 있는 것이죠. '정'은 바로 감성입니다. 한국사람 누구에게나 있는 정이 세계인의 마음을 자극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류 콘텐츠는 노출만 되면 세계인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유럽에서의 한류 열풍은 이 순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음 달에는 가수 비가 독일 최고의 오페라 극장인 드레스덴 극장에서 클래식 연주자들과 함께 합동 공연을 펼칠 예정입니다. 별다른 홍보가 없었는데도 전체 좌석 3천 석이 금세 매진됐다고 합니다. 그 다음 달에는 대형기획사 SM타운이 프랑스에서 소속 가수들과 함께 단체 콘서트를 열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한류의 시작은 유투브의 짧은 동영상이었습니다. 이런 작은 시작이 이제는 거대한 한류 열풍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 대중문화가 감성과 정서적으로 다가가 세계인의 마음을 흔들면서, 우리 문화 산업 뿐 아니라, 관광 산업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더 나아가 한국 브랜드를 알리는 역할까지 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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