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무죄를 선고받아 판결문이 관보에 게시됐는데, 민감한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는 제보가 왔습니다. 소송 당사자의 개인정보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은 행태에 대해 지적이 이어져 왔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안희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1973년 간첩으로 몰려 7년 형을 선고받고 재심 끝에 27년 만인 지난해 11월 무죄가 확정된 송우웅 씨.
숨진 송 씨를 대신해 소송을 이어왔던 아들은 관보에 게시된 재심 판결문을 보고 놀랐습니다.
아버지는 물론 자신의 주민등록번호 13자리와 집 주소까지 고스란히 공개된 것입니다.
[송태원/개인정보 노출 피해자 : 이렇게까지 공지가 될 거라는 사실은 예상도 못 했고, 관보라는 게 (정부나 법원) 관계자만 보는 것도 아니고…. 무단으로 캡처해서 도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됐죠.)]
취재진이 아들의 이런 제보에 대한 사실 관계를 문의하자 게시된 판결문에서 송 씨의 주민등록번호가 가려졌습니다.
해당 법원 관계자는 관련법상 재심 판결문은 판결 자체를 게시하도록 돼 있어 원칙적으로 손을 댈 수 없다면서도, 다만 실무자 판단에 따라 일부 가리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법대로라면 개인 정보를 노출할 수밖에 없다는 건데, 그나마 실무자들 재량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가리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형사보상 결정문 게시 절차에 대해서도 SBS는 3년 전 같은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는데, 당시 대법원은 보도 이후 내부 지침을 고쳐 주민번호 뒷자리를 가리도록 조치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실태를 다시 확인해보니, 직업이나 주소, 주민번호가 공개된 경우가 여전히 적지 않게 발견됩니다.
[최정규/변호사 : (법원 설명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제도의 취지를 살려서 법원에서 여러 지침을 통해 충분히 할 수 있는데….]
대법원은 판결 공개 시 개인정보 노출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형사보상결정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도록 실무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