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가을이 성큼 다가오면서 일부 지역에선 올해 첫 벼 수확이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농민들이 한 해 공들여 키운 벼를 수확하지 않고 갈아엎고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KBC 이동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햅쌀 수확을 앞둔 전남 영암의 들판. 쌀 수확을 위한 콤바인 대신 트랙터가 논을 갈아엎습니다.
한 해 동안 정성스레 키운 벼가 쓰러지는 모습에 농민들의 가슴은 타들어 갑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쌀값은 떨어지는 반면 면세유와 비료 등 농자재 값은 두 배 이상 치솟아 생존의 기로에 놓였습니다.
[박웅/영암군 농민회장 : 생산비가 폭등한 여건 속에서 전 세계적으로 이자가 폭등하는 여건 속에서 연말에 결산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
이달 15일 기준 20kg 산지 쌀값은 4만 2천 원 선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폭락했습니다.
이미 지난해부터 쌀값 폭락이 예견됐는데도 정부의 늑장 대응으로 매입이 늦어져 쌀값을 잡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정부가 지난 2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37만 톤을 시장 격리했지만, 효과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농협에서 보유 중인 재고 쌀은 42만여 톤으로 지난해보다 70% 이상 늘었습니다.
쌀값 보전을 위해 힘을 보탠 지역 농협들도 한계에 다다른 상황입니다.
[박현규/농협조합장 협의회장 : 만약 이런 식으로 쌀값이 계속 곤두박질치고 정부가 이것을 못 잡아 준다면 농협도 쌀값 지지를 못할 수 밖에 없다.]
재고 쌀이 잔뜩 쌓인 상황에서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수확이 이뤄지면, 쌀값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여 농가의 시름은 날로 깊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