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또 그들의 생활을 취재했고 아쉽게도 방송하지는 못했지만 취재파일을 통해 더욱 자세하게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석 달이란 시간이 지났는데 승무원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걱정도 됐습니다.
놀라운 것은 전 세계에 있는 크루즈선에 아직도 10만 명의 승무원들이 배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무려 10만 명입니다. (이 가운데 5만 7천여 명은 미국 연안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모두 하루도 아니고, 50일 넘게 배 안에 갇혀 있습니다.
창문을 열어봐도 보이는 것은 바다뿐. 작은 공간에서 먹고 자고 지내는 승무원은 불면증과 우울증을 호소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직원은 밤이 되면 술이 있어야 잘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SBS 보이스(Voice)로 들어보세요.
크루즈선에서 코로나19 감염 환자가 잇따라 확인되면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지난 3월 14일부터 크루즈선의 미국 내 항해 금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지난 11일 기준 미국 연안에만 무려 124척의 크루즈선이 정박해 있습니다. 배 안에는 미국을 비롯해, 멕시코, 인도, 이탈리아 등 다양한 국적의 승무원들이 있는데, 출입국 관리 문제로 배에서 내릴 수 없는 상황입니다.
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규정상 크루즈선 승무원은 특별 전세 항공기나 개인 차량을 통한 송환이나 선박 간 이동에 한해서만 하선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크루즈선사가 배 안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문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승무원이 내린 뒤 양성 반응을 보이면 크루즈선사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도 문서 작성을 꺼리는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로얄 캐리비안 크루즈선에서는 승무원 15명이 3일간 단식투쟁을 벌였습니다. 배에서 내릴 수 있게 해달라는 조건 하나뿐이었습니다. 크루즈선 측은 요구조건을 모두 받아주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승무원도 발생했습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정박해 있던 크루즈선의 승무원이었던 39살 우크라이나 여성 승무원은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이런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위트콤 씨만큼 운이 좋은 승무원은 많지 않습니다. 테일러 그라임 씨는 승객이 한 명도 없는 크루즈선 안에서 생활한지도 벌써 63일이 지났습니다. 크루즈선에 있는 보석 가게에서 일했던 그는 그러나 언제 배에서 내려 집에 갈 수 있는지 모릅니다. 그라임 씨의 말이 더욱 충격적입니다. "저는 이제 희망이 없습니다. 이 작은 배 안에서 영원히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라임 씨 같은 승무원 수만 명이 아직도 바다 위에 남아있습니다. 모든 승무원들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길 저도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