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주운 도토리에…멧돼지도 꽃사슴도 희생

출고 : 2016.10.20 10:29 | 수정 : 2017.02.0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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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주운 도토리에…멧돼지도 꽃사슴도 희생

당신에게 도토리묵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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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주운 도토리에…멧돼지도 꽃사슴도 희생

저 좀 도와주세요! 제 친구들이 다 죽어 나가요. 어저께는 제 친구 멧돼지가 숨을 헐떡이다 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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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난 주에는 꽃 사슴 친구가 목이 꺾인 채 하늘나라로 가버렸고요. 사실 조금 더 지나 추워지면 제 가족들도 어떻게 될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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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고요? 바로 이맘때만 되면 나타나는 ‘도토리 털이범’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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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들은 풀숲을 다 밟아 놓는 건 기본이고 나뭇가지를 꺾어서까지 도토리를 가져가요. 도토리 좀 없다고 동물들이 설마 죽기야 하겠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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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가 주식인 저희만 피해 보는 게 아니에요. 최근 한 멧돼지는 도토리가 없어 먹이 찾으러 마을로 내려갔다 붙잡혀 죽었어요. 꽃사슴은 도토리 줍는 사람 보고 놀라 도망치다 장애물에 부딪쳐 죽은 일도 있었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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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서 도토리 줍는 건 엄연한 불법이에요. 하지만 대부분 불법인줄 몰랐대요. 그래서인지 엄격하게 처벌하는 경우도 거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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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희에게 희망을 주는 좋은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어린이대공원에 설치된 '열매 저금통'이라는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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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앞에 통을 두고 나가는 사람들이 주운 열매를 넣고 갈 수 있도록 저금통을 비치한 거예요. 이렇게 모인 열매들을 다시 풀숲에 뿌려 저희에게 돌려준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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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열매 채취 금지에 대한 현수막을 걸거나 저희가 직접 불법이라고 설명해 드렸지만 서로 얼굴을 붉힐 뿐 개선되지는 않았습니다.” 저금통 하나 만든 것 뿐인데 효과는 놀라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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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 저금통을 설치하고 나서는 시민들께서 무심코 주운 도토리를 놓고 가시고요. 자연스레 '열매를 줍지 말자'는 생각도 하게 하는 것 같아요. - 어린이대공원 시설팀 정형석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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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저금통 덕분에 예전보다 사람들이 열매를 주워가는 일이 줄었어요. 이번 겨울에는 풍족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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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저희를 계속 보고 싶다고요? 그러면 저희의 겨울 식량을 싹쓸이해가지 말아 주세요. 열매를 아무도 주워 가지 않아 열매 저금통이 필요 없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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