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받은 건 선물일까? 쓰레기일까?

출고 : 2016.09.28 22:12 | 수정 : 2017.02.06 17:18
뉴스에는 위아래가 없다 - 스브스뉴스

내가 받은 건 선물일까? 쓰레기일까?

내가 받은 건 선물일까? 쓰레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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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받은 건 선물일까? 쓰레기일까?

우리 아버지는 강남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님이세요. 일하신 지는 4년이 좀 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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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받은 건 선물일까? 쓰레기일까?

관리소장이라는 직책이지만 주택에 하자가 있으면 고치러도 가세요. 아무래도 주민들한테 잘못 보이면 불이익이 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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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받은 건 선물일까? 쓰레기일까?

며칠 전에 집에 들어갔는데 거실에 치약이 가득하더라고요. 무슨 치약이 이렇게 많냐고 아버지께 여쭤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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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받은 건 선물일까? 쓰레기일까?

관리소장이신 아버지는 그날 전등이 나갔다는 민원을 받고 올라가 전등을 교환하셨대요. 민원 처리를 마치고 나오려는 그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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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받은 건 선물일까? 쓰레기일까?

“따로 챙겨드릴 건 없고 집에 치약이 많은데 좀 드릴게요.” - 아파트 주민 주민분께서 집에 치약이 많다고 치약을 챙겨주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거의 20개쯤 받아오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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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소에 치약 20개 정도 더 있으니까 오늘 나머지 치약도 다 가져올게.” 그리고 28일 아침, 아버지가 관리소에 남은 치약들을 더 가지고 오시겠다고 말씀하셨어요. 뉴스를 보며 가족 모두 아침 식사를 하던 중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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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받은 건 선물일까? 쓰레기일까?

그런데 그때, 뉴스에 ‘가습기 살균제 치약’이 나오더라고요. 그 순간 집에 정적이 흘렀어요. 어제 아버지가 받아오신 치약들이 바로 뉴스에 나오는 그 치약들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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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치약들을 확인해보니 제조일자가 2008년인 것도 있더라고요. 아무것도 모르고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받으셨을 아버지 모습이 떠올라 저는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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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왜 그럴까 사람들이...” 하지만 아버지는 이런 일은 별일 아니라는 듯 화를 내지도, 슬퍼하지도 않으셨어요. 그리고는 딱 한 마디 하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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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받은 건 선물일까? 쓰레기일까?

사실 이런 적이 처음은 아니에요. 평소에도 주민들이 물건이나 음식들을 나누어주세요. 물론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것들이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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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받은 건 선물일까? 쓰레기일까?

“어차피 내려가는 길이니까 쓰레기봉투 좀 버려주고 가세요.” 저번에는 새벽에 민원이 들어와 주무시다가 급히 택시를 타고 아파트로 가셨어요. 그리고 주민의 민원을 처리한 뒤에는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오셔야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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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받은 건 선물일까? 쓰레기일까?

아버지는 주민들에게 화를 낼 수도, 항의를 할 수도 없는 '을'이니까 늘 참는 데 익숙하세요. 참느냐 못 참느냐에 우리 가족의 생계가 달려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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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받은 건 선물일까? 쓰레기일까?

우리 가족이 바라는 건 아버지가 무시당하지 않는 것. 단 하나예요. 누군가의 자랑스러운 아버지일 거라고 생각하고 친절하게 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 기사는 한 관리소장의 아들과 인터뷰를 토대로 구성한 1인칭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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