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거나 혹은 취업하거나

출고 : 2016.09.28 08:36 | 수정 : 2017.02.06 17:24
뉴스에는 위아래가 없다 -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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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 장애인인 28살 윤태훈 씨는 팔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자판도 턱으로 칩니다. 턱엔 이미 굳은살이 박혔고, 허리는 끊어질 듯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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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 뒤 취업준비생 4년 차인 그는 늘 이렇게 자기소개서를 씁니다. 성장과정, 강점과 약점, 지원동기 등을 다 쓰려면 때로는 밤도 새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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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작성한 자기소개서는 100개가 넘었습니다. 성의를 보여줘야 해 모두 다르게 씁니다. 그의 자소서 한 번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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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분만으로 태어나다가 산소부족으로 뇌성마비를 평생 안고 살게 됐습니다. 불과 몇 시간 만에 중증장애인 낙인이 찍혔습니다. 제 탄생은 가족에게 기쁨보다 충격에 더 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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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지만 남의 도움만 받고 살기 싫었습니다. “모든 게 낯설었던 중학교 입학. 친구들이 다가오기를 가만히 앉아 기다리기보다는 제가 먼저 공통화제를 찾아 미소로 말을 걸었습니다. 그렇게 적극적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해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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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를 쓸 수 없어 다 외우며 공부해야 했습니다. “필기가 어려운 저는 수학문제를 몇 줄 쓰지 않고 해결했습니다. 수능 수리 영역은 전국 상위 3%에 들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렇게 서강대 경제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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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겐 꿈이 생겼습니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꿈이었습니다. “대학생 때는 교내 가치투자동아리에서 자금운용팀 팀장으로 팀 하나를 이끌었습니다. 학생회에서는 불투명했던 학생회비 사용내역을 엑셀파일로 만들어 공개해 친구들 지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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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직을 위해선 토익을 봐야 했습니다. YBM에 끈질기게 요구해 사상 최초로 1인 고사장에서 감독관 대필지원을 받아 시험을 치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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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씨는 취업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공모전 2회 수상, 해외경험 1회, 자격증 4개 남부럽지 않은 ‘스펙’을 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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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경쟁력 없어 보여도 내부 역량을 키워서 장애인도 전문직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MBC 뉴스 2010년 3월 5일) 윤 씨 활약은 뉴스와 신문에도 보도됐습니다. 많은 장애인들이 그를 보고 희망을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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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어요.” 하지만 세상은 냉혹했습니다. 100여 개 기업에 지원해 모두 탈락했습니다. 서류전형에선 절반 정도 통과했지만 인적성 시험과 면접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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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공무원으로 목표를 바꿨습니다. 기업보다는 선발과정이 더 공정할 것으로 믿었습니다. 공부에는 자신 있어 세무직 공무원에 도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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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필기시험에서부터 벽에 부딪쳤습니다. 난이도 높은 세무 계산을 해야 해 누군가 계산과정을 대신 써줘야 풀 수 있는데 지원받지 못했습니다. 그 어려운 계산을 전부 암산으로 하라는 얘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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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거절당했지만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신청해 간신히 대필 도우미를 지원받게 됐습니다. 윤 씨는 합격선을 훌쩍 넘는 점수로 필기시험에 당당히 합격해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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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절망적이었습니다. 희망 고문이죠” 그런데 면접 전형은 그에게 너무나 불리했습니다. 자기기술서 작성엔 20분, 발표엔 5분의 시간이 똑같이 주어졌는데 온몸이 불편한 그로서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결과는 최종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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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과연 중증장애인을 직원으로 선발할 의사가 있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그는 면접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해 정부 상대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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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장애보다 더 험난한 세상의 장애물을 넘고 또 넘어온 윤태훈 씨. 놀랍게도 그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내년 시험을 위해 또 공부하고 있어요. 삶은 마음가짐에 달렸어요. 독하게 살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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