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 : 2015.05.20 14:24
| 수정 : 2015.06.08 15:26
뉴스에는 위아래가 없다 - 스브스뉴스
끝순이의 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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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화선 : 어떤 엄마가 여기 목걸이 찬 아이(길고양이)가 있대요. 여기에 고무패킹에 이중으로 있고, 맨 마지막에는 쇠, 목에 낀 거예요,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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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의 한 동네. 3년 전부터 이곳을 매일같이 떠돌았던 길고양이 끝순이가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무슨 일이 있나... 그렇게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끝순이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끝순이 목에는 링이 걸려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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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순이가 변한 건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주민들이 주는 먹이도 곧잘 받아먹던 녀석이 갑자기 사람들을 경계하기 시작했습니다. 배도 이상할 만큼 부어있고, 젖도 불어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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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가지 더 특이한 점은 지저분한 쓰레기를 물고 어디론가 사라진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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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사이에 겉모습은 물론 성격까지 변한 길고양이. 길고양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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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해진 끝순이를 한 번 살펴봤습니다. 그랬더니 쓰레기를 주우러 가는 길목에 싱크대들이 쌓여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끝순이 목에 걸렸던 이상한 링은 아마도 싱크대 안의 음식을 먹으려다가 배수구 틀이 머리에 끼인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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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이 먹이를 주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위험천만한 먹이사냥을 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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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진원 / 'O' 동물병원장 : 이 공터에 보면 쓰레기가 굉장히 많아요. 은신처를 만들고 싶은데 은신처에 쓰레기가 없다고 하면 발각될 염려가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자기 은신처에도 쓰레기를 많이 모아놓은 거 같아요. 보통 이렇게까지는 안 하는데 길고양이는 굉장히 불안한 마음이 많았던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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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터의 가장 후미진 곳에 위치한 은신처로 가봤습니다. 그곳에는 길고양이가 모아놓은 쓰레기들로 가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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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쓰레기 더미 뒤로 끝순이를 꼭 닮은 새끼 고양이 6마리. 사람들의 관심을 피해 기이한 짓을 했던 이유는 바로 새끼들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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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가 새끼를 2번 낳았는데 다 죽었어요. 왜냐하면 아파서 죽고 아무래도 너무 열악한 데서 살고 길거리 어린애들이 마냥 뛰어다니니까 조금만 크면 해코지 당해서 죽고 사람들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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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새끼를 잃은 아픈 기억을 기억 때문에 더욱 애착을 가지고 사람들이 주는 먹이도 마다하고 외롭고 힘들게 새끼들을 지켰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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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진원 / 'O' 동물병원장 : 새끼들을 어떻게 이렇게 잘 길렀죠 엄마(길고양이)가... 몸이 굉장히 통통하고 다 일정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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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순이의 노력 덕분일까. 새끼들의 건강 상태는 전문가도 놀랄 정도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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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진원 / 'O' 동물병원장 : 칼슘 수치 조금 낮고 빈혈 약간 있어요. 그거는 뭘 의미하느냐면 포유를 많이 하고 젖 분비량이 굉장히 좋아서 새끼들을 통통하게 하다 보니까 자기 자신은 지금 칼슘이 빠져나가고 빈혈이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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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끝순이의 몸은 엉망진창이었습니다. 목에 걸린 쇠 링 때문에 음식도 잘 넘기지 못 했을 뿐만 아니라 6마리의 새끼들에게 젖을 물리느라 거의 탈진된 상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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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목에 걸려있던 배수구 틀은 구조하는 과정에서 별 어려움 없이 스스로 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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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먹지도,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 하루하루를 지냈던 끝순이. 본인의 몸을 버리면서 새끼들을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엄마의 힘 때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