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네 어미다"

출고 : 2015.05.06 16:35 | 수정 : 2015.06.0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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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네 어미다"

어느 날 등장한 한 오랑우탄. 붉은 털을 가진 이 덩치 큰 오랑우탄은 어쩐지 좀 이상합니다. 어기적어기적 네 발로 걷는 모습이 영 어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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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상한 오랑우탄, 그는 사실 사육사 김진목 씨입니다. 그는 대체 왜 탈까지 뒤집어 쓴 채로 오랑우탄 흉내를 내고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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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새끼 오랑우탄 '축복이' 때문입니다. 작년 여름에 태어난 아기 오랑우탄, '축복이'는 배고픔에 허덕이며 하루 종일 울기만 합니다. 어미 오랑우탄이 나이가 많은 탓에 젖이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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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두고만 볼 수 없는 사육사가 직접 젖병을 물려줘도 축복이는 잘 먹지 못 합니다. 소심하고 수줍은 성격 탓인지, 아님 제 어미 품에서 젖을 물던 기억이 남아서인지... 어르고 달래가며 겨우 몇 모금씩 먹여보지만 그마저도 절반은 뱉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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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우탄은 태어난 뒤 보통 5년까지는 어미의 품 안에서 자랍니다. 그런데 젖이 안 나오는 어미와 떨어져 지내는 아기 오랑우탄 축복이는 아직 사람의 품과 젖병에 적응을 못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부족한 '어미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사육사 김진목 씨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습니다. 바로 그 스스로 '축복이 엄마'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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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SBS 특수분장팀의 도움을 받아, 오랑우탄의 겉모습과 아주 비슷한 의상이 제작됐습니다. 천연재료로 한 땀 한 땀 붙이고 칠한 끝에 2주 만에 완성된 100% 수제 오랑우탄 의상입니다. 게다가, 이 탈의 가슴 부위에는 축복이가 어미의 젖을 물듯, 우유를 빨아먹을 수 있도록 호스를 연결해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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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사육사, 김진목 씨는 이 탈을 입고 새끼 오랑우탄 축복이의 엄마 되기에 도전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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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우탄 탈을 쓴 진목 씨가 축복이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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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축복이는 낯선 오랑우탄의 등장에 놀란 듯 털을 바짝 세우고, 선뜻 다가오지 못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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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동안이나 축복이가 마음을 열길 기다렸지만 아무래도 뭔가 부족해 보입니다. 사육사 진목 씨는 좀 더 친근감을 주기 위해 축복이 어미의 땀과 배설물을 오랑우탄 탈에 잔뜩 묻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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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축복이가 생활하는 방의 온도는 25도. 김진목 씨는 그 방에서 두꺼운 털을 뒤집어쓰고 있어야 해서 금방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됩니다. 게다가 어미 오랑우탄의 배설물을 묻힌 탈에서 고약한 냄새까지 납니다. 하지만 그는 아기 오랑우탄 축복이의 '엄마'가 돼주겠다는 마음 하나로 이 모든 걸 참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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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오랑우탄 엄마의 진심이 통한 걸까요? 마침내 축복이는 경계심을 풀고, 탈을 쓴 사육사의 품에 꼭 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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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가짜 엄마의 젖을 물기 시작했습니다. 오랑우탄 복장의 가슴에 연결된 호스로 우유를 먹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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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목/경기도 용인 'E' 동물원 사육사: (오랑우탄 복장) 쓰면 땀 흠뻑 젖어가면서 이렇게 준비를 했는데 정말 그 고생들이 한 번에 싹 날아갔어요. 사실 팔도 저리고 다리 아팠는데 이 순간만큼은 정말 누구보다 편안한 존재가 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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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어 말라가는 축복이를 보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도전해본 사육사의 오랑우탄 변신.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제작진의 정성스러운 분장 실력도 한몫했지만, 진짜 성공의 원동력은 실제 오랑우탄 엄마만큼이나 축복이를 아끼는 사육사의 진심 어린 사랑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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