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망함은 이제 그만!…밤꽃 냄새에 얽힌 놀라운 진실

밤꽃 냄새? 음마야 물렀거라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된 지난달. 이상한 향기(?)가 우리의 코를 습격했습니다.

범인은 6월 초에 꽃을 피우는 밤꽃입니다.

밤꽃 향기가 싫다는 의견이 SNS에 줄을 이었습니다.

“캠퍼스에서 친구들과 밤꽃 냄새를 맡았는데…다들 동시에 정액을 떠올렸죠. 비리고 별로였어요.” -회사원 A씨/남성, 29세 밤꽃 향기가 정액 냄새(;;;)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도 끊임없이 나옵니다.

그런데... 냄새가 비슷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밤꽃과 정액에는 스퍼미딘과 스퍼민이라는 물질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스퍼미딘과 스퍼민은 생명체 내에서 세포의 생존을 돕는 폴리아민 물질의 일종이에요.” -김세웅 교수/가톨릭대병원 비뇨기과

정액 속 스퍼미딘과 스퍼민은 정자가 산성이 강한 여성의 질을 통과해 난자에 도달할 때까지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밤꽃에 있는 스퍼미딘과 스퍼민도 번식을 돕습니다. 밤꽃 냄새는 스퍼미딘과 스퍼민이 내는 냄새입니다. 이 냄새는 꽃가루를 퍼뜨리는 벌을 유혹합니다.

“밤꽃 냄새를 벌들이 좋아합니다. 사람도 호감을 얻으려 향수를 뿌리듯, 밤나무도 벌을 끌려고 향수를 뿌리는 거죠.” -권오길 명예교수/강원대 생명과학과

밤꽃과 정액 이외에도 약간 비릿한(?) 냄새가 난다면 스퍼미딘과 스퍼민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스퍼미딘과 스퍼민은 오래된 치즈 같은 각종 효소식품에도 있습니다." - 박정민 / 비뇨기과 전문의

굳이 냄새까지 나지 않아도 스퍼미딘과 스퍼민은 흔한 물질입니다.

"많은 생물이 스퍼미딘과 스퍼민을 갖고 있습니다. 대사과정에서 냄새를 내는 생물이 많지는 않지만 있긴 있어요. 예를 들면 서양에서는 콩배나무꽃이 냄새가 많이 나기로 유명합니다." -김세웅 교수/가톨릭대병원 비뇨기과

매년 찾아오는 밤꽃 냄새. 이제 민망할 건 없습니다. 그 냄새, 정액만 가진 것도 밤꽃만 가진 것도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