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 통해 '덕'을 쌓는다?…레드벨벳 동아리 근황

인천 모 고등학교의 레드벨벳 동아리 근황

커지는 하트 비-비-비트 빨라지는데 너답지 않게 하트 비-비-비-비트 거려 나를 볼 때

교실에서 한 학생이 우수에 젖은 눈빛으로 낭송을 시작합니다. 듣는 학생들 표정 역시 사뭇 진지합니다. 그런데 시가 아니라 아이돌 가수 ‘레드벨벳’의 노래인 ‘러시안룰렛’ 가사를 낭송하고 있습니다.

이 학생들은 지난 3월, 존재만으로 화제를 모았던 인천 송천고등학교 레드벨벳 동아리 부원들입니다.

1학년 때부터 쉬는 시간마다 교실에서 레드벨벳 뮤비를 틀고 친구들과 따라 불렀던 박진우 군. 고3이 되자 ‘덕질’에 대한 ‘탄압’이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덕력’은 상승했습니다. 그는 고3이 아이돌 가수를 좋아할 수 있는 합리적 이유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의미 있는 ‘덕질’을 하기로 한 겁니다.

나름 교과과정과 연계한 활동 내용으로 계획서를 쓰고 모집 공고 포스터를 만들어 학교 게시판에 붙였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친구들이 가입을 희망했습니다. 동아리 지도 교사는 과거 SES와 핑클 팬 경험이 있는 담임 선생님께서 맡아 주셨습니다.

본격적인 동아리 활동이 시작됐습니다. SM TOWN을 방문했고, 생일파티에 참석해 레드벨벳을 실제 만나기도 했습니다.

“노래 제목인 ‘dumb’가 ‘바보 같은’이라는 뜻도 있다는 것에 비추어 볼 때, 노동자들을 단순한 기계 부품처럼 여기는 포드 주의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바다 속에서 슬기는 가만히 있고, 아이린은 서 있다가 들어오는 물에 휩쓸려버리고, 예리가 타고 있는 배는 빗물에 침수되어 핏물이 돼요.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단원고 학생들이 떠올라서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그저 덕질만 한 것은 아닙니다. 뮤직비디오를 보며 인문학적으로 해석해보기도 하고, 좋아하는 가사를 낭송하는 시간을 가지며 알찬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대는 내가 그립지 않나요？벌써 모든 것을 잊으셨나요우리 헤어져야 하는 이유를？아직도 인정할 수가 없어요쉽게 끝낼 수가 없어요 나는？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어요어딜 가도 그대 생각 때문에 난？너무나 힘이 들어요 ？- 레드벨벳 4번째 미니앨범 ‘Rookie’ 수록곡 <마지막 사랑> 中

이번 달에는 고전 시가 작품과 레드벨벳 노래를 비교하는 활동을 할 예정입니다.

동아리 활동이 정말로 학업에 도움이 된다는 그들. 힘든 고3 생활에 서로 의지하고 즐겁게 공부하다 보니 실제로 부원들의 성적은 대부분 중상위권이 됐습니다.

“레드벨벳은 레드와 벨벳 두 가지 컨셉으로 활동하고, 공모전을 열어 다양한 곡을 받는 게 참신해요. 노래에 현 사회의 모습을 담는 것도 독보적이고요. 대한민국 최고의 걸그룹이 틀림없어요!”

“레드벨벳에 누가 되지 않도록 동아리 활동을 보람차게 완성하려고요. 저희 때문에 조금이나마 아이돌 팬들을 안 좋게 평가하지 않는 사회가 왔으면 좋겠어요. 개념 있는 ‘덕’질로 ‘덕(德)’을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